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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히는 기술의 두 종류를 구분하였습니다. 하나는 그가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 즉 자율성의 영역을 늘려주는 기술들이고, 또 하나는 그 영역을 축소하거나 없애버리는 타율적인 기술들입니다. 나는 그것들을 각각 "열린 기술"과 "잠긴 기술"이라 불렀습니다. 전화나 오늘날의 자유로운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처럼 소통, 협동, 상호작용에 도우을 주는 기술은 열린 기술입니다. 반면, "잠긴 기술"이란 사용자를 노예처럼 만들고, 그 작동을 프로그램화하고, 상품이나 용역(서비스)의 제공을 독점합니다."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정혜용 옮김, <에콜로지카>, 생각의 나무, 2008, 13쪽.

 "잠긴 기술"은 "닫힌 기술"로,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는 '자유 소프트웨어'로 번역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아무튼, 고르는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적절히 언급하고 있다. 

대다수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이미 MS사의 노예가 된 지 오래이며, MS사의 독점 탓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금융결제 분야다. IE(Internet Explorer) 기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마저 특정 독점자본에 종속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된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인데, 2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사회당이 다시 법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유 소프트웨어 그룹들과 개인들이 있다. 사회당도 자유 소프트웨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당의 정책으로 이를 채택한 것은 한국 정당에서는 아마 처음있는 일일 것이다. 

일단 사회당은 모든 업무에 오픈오피스 수트를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웹 브라우저도 모질라 파이어폭스로 교체하고 있다. OS의 경우도 MS Window를 Ubuntu Linux로 교체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자유 소프트웨어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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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9-04-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nipe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 저는 사회당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 전혀 몰랐는데, 님의 글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혹시 좀더 자세한 소스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aganipe 2009-04-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에로이카님 반갑습니다. 댓글을 이제서야 보았네요.
그런데 '자세한 소스'라 함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암튼 사회당 게시판에 정보기술국장이 쓴 '자유 소프트웨어'란 글을 링크해 둡니다.

http://sp.or.kr/sp2007/bbs/board.php?bo_table=4_1&wr_id=14847#c_14850

 

"서부의 나쁜 마녀는 자기가 소유한 하나의 민간 은행만이 있는 음울한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 이 은행은 영토내의 모든 돈을 발행하고 빌려준다. 10%의 이자를 물리고서다. 마녀는 100마녀달러를 찍어 백성들에게 빌려주고는 110마녀달러를 갚도록 한다. 백성들에게는 추가분 10마녀달러가 없으니 마녀는 장부상으로 10마녀달러를 더 발행해 마찬가지로 대출해 준다. 통화량은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늘어야 하고, 그것은 결국 마녀의 개인 금고로 들어간다. 마녀는 계속 부자가 되고, 백성들은 더욱더 빚더미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마녀는 쌓아 놓은 이득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쓴다. 마녀는 특히 풀로 이엉을 얹은 작은 집과 가게를 좋아해서 이를 점점 더 많이 모은다. 마녀는 영지를 다스리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그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남부의 착한 마녀 글린다는 자기 나라를 좀 더 백성들을 위한 방식으로 다스린다. 그 나라의 모든 돈은 ‘백성은행’이 발행하고 대출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 마녀는 우선 110백성달러를 발행한다. 그 가운데 100백성달러는 10% 이자로 대출해 주고 나머지 10백성달러는 만인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계획된 사업에 써서 공동체로 흘려보낸다. 노후 연금이나 사회보장, 기반시설, 교육, 연구 및 개발 같은 것들이다. 이 110백성달러가 공동체에 유통돼 대출에 대한 이자와 원금으로 백성은행에 돌아온다. 글린다는 다시 100백성달러를 공동체에 대출해 주고 나머지 10백성달러를 공공사업에 지출한다. 두 번째 대출의 이자를 공급하면서 백성들에게 일자리와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마녀는 똑같은 110백성달러를 재순환시켰을 뿐, 새 돈은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해에 태풍이 불어 닥쳐 작고 예쁜 초가집들을 부숴버린다. 백성들은 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추가적인 돈을 요구한다. 문제없다고 글린다는 말한다. 거기에 쓸 백성달러를 더 찍어 필요한 노동력과 물자를 사는 데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와 함께 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세금이란 것을 모르고 산다."

607~608쪽, <달러>, 엘렌 H.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AK

위의 인용문에는 브라운이 주장하는 것의 핵심이 담겨 있다. 물론 매우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상상은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한 탐구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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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과 존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다윈은 거의 2,000명의 사람들과 평생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커뮤니케이터였다.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은 '다윈 서신 프로젝트Darwin Correspondence Project'라는 이름으로 현재 남아있는 편지 14,500통을 분류하고 엮어서 선집을 내고 온라인으로도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http://www.darwinproject.ac.uk/)

다윈이 5년간의 비글호 탐험 이후 고향 집에 침거하며 여생을 보내면서 가장 열심히 한 일 중 하나는 서신 교환이었다. 그는  찰스 라이엘, 토마스 혁슬리, 허버트 스펜서와 같은 당대의 저명한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비둘기 사육사, 농장 일꾼, 무명의 탐험가처럼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과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다윈 서신 프로젝트'는 다윈 사상의 궤적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 사회의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종의 기원>이 일일 노동자의 주머니도 노릴 만큼 접근 가능한 책이 되었던 것도 어쩌면 다윈의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 스티브 존스 지음, 김혜원 옮김, 장대익 감수, <진화하는 진화론>, 13쪽. 

 

다윈의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 능력은 그의 평범함 속에서도 훌륭한 학문적 업적이 싹틀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물론 이것 만으로 그의 업적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무척 집요한 사람이었고 끈기가 남달랐다. 

그는 죽기 1년 전까지 지렁이를 연구해 <지렁이의 작용에 의한 식생 토양 형성>(1881)이란 책을 내놓았고, 비글호를 타고 5년간 수집한 자료를 20년 동안이나 분류하고 분석했으며, 따개비 연구에만 8년을 공들여 천 여쪽의 연구서를 남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은 20년 동안이나 그의 비밀 노트에 잠자고 있었던 '자연선택 이론'이다. 물론 지질학적 시간대에 걸친 그의 연구에 비하면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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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방임주의와 부패정치는 이후 투기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변수들인데, 19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버블이 끝나고 경제가 공황에 이르게 되면 정치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미래를 보는 눈이 없는 주식꾼들과 주식회사 발기인들의 이기주의 폐악이 드러나기 때문에 자유방임주의는 '주식시장과 무역에 일정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한다.

-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금융투기의 역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1, 99쪽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와 개입 흐름도 이와 동일한 배경을 갖고 있다. 이는 역사상 수없이 반복되었던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 어떤 특정한 패러다임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지와 바람으로 그러한 전환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대체할 현실적 대안의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2.
인류 역사상 최초의 투기는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로마에는 현대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과 비슷한 여러 제도들이 도입되어 있었다. 로마법이 자유로운 자산이전을 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번성하였고, 돈은 이자를 받고 자유롭게 대출되고 있었다. 외환거래가 등장하였고 은행이 발행한 환어음을 통해 로마 국경 너머까지 자금결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네널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이 세계 자본의 중심지였던 것처럼 로마는 당시 금융의 중심지였다. 모든 자본이 로마에 집중된 것이다. 신용이라는 개념이 이미 출현하였고, 선박 등 재산의 안전을 위해 원시적이지만 보험이라는 개념도 등장하였다.

- 위의 책, 25~26쪽

20세기 후반 개발된 각종 최첨단 금융기법들도 완전히 새로운 기법은 아니다. 이미 옛날부터 존재했던 금융기법들이 세련된 형태로 발전했을 뿐이다. 17세기에 암스테르담과 런던에서도 각종 파생상품이 헤지와 투기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또 가치에 대한 최신개념들이 고안되었다.

- 위의 책, 99쪽

투자자들의 인식과 행태가 지난 3세기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투기의 성격과 발전패턴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1690년대 투자자들의 보물인양회사 등과 같은 기업들에 광적인 관심을 보였듯이, 현대 투자자들도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주식에 대한 투기열풍에 쉽게 휩싸일 수 있다. 금융저널리스트이면서 역사가였던 제임스 그랜트는 "과학과 기술은 크게 진보했지만, 금융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 위의 책,100쪽

이러한 역사적 패턴의 종식은 '인간의 역사'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물론 인간학적 질문으로 회귀하려는 것은 아니다. 90년대를 보내면서 기존에 교과서처럼 배웠던 단계론적 경제사에 깊은 회의가 들었다. 그 첫번째 계기는 <녹색세계사>를 통해서였고, 두번째 계기는 로마사를 통해 화폐와 금융의 역사를 돌아보면서였다. 그러나 아직 의문부호들만 늘어나고 있을 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은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평생을 다 걸어야만 가능한 엄청난 작업일 것이다. 이런 큰 욕심을 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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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이상 비대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일련의 재난을 '비가역적인' 것으로 선언하는 것은 역사적 결정론의 한 형태로 의심받아 마땅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것은 인간 활동의 산물인 사회적 과정들을 생물학적 진화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비가역성'이라는 사고가 번번이 '리얼리즘'에 호소한다는 이유로 이를 기존 질서('사물의 자연적 질서')를 정당화하는 입장과 동일시한다. 또 어떤 다른 이들은 '비가역성'이란 사고를 기존의 경제적 정치적 관계들로부터의 분명한 출구나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부터의 자신의 해방이 용이하지 않을 때 이 관계들에 대한 체념적 복종으로 해석한다.
금융 영역에서 '비가역성'이라는사고는 무식의 소치이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금융사를 일별하는 것으로 족하다.

- 프랑수아 셰네 엮음, 서익진 옮김, <금융의 세계화>, 한울, 2002, 39쪽

"금융시장의 지배 과정은 전복될 수 있으며 또 전복되어야 한다." 부아예와 드라슈가 사용한 이 엄중한 표현은 오늘날에는 거의 듣기 힘들기 때문에 여기서 강조해둘 만하다. 그것은 이 책의 다른 논자들도 공유하는 확신이며,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확실성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경제, 사회 및 정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전에 경제적으로 결정된 운명도, 사회관계의 변경과 무관하지 않은 다소 극적인 교정 정책에 의해서 해결될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위의 책, 40쪽

자연 일반의 질서는 기본적으로 '비가역성'을 특징으로 하는 엔트로피 법칙이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이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의 역사도 지질학적 시간대 속에서는 극히 짧은 순간을 차지할 뿐이지만, 이러한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즉, 네겐트로피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의 증가는 어떤 방향을 미리 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가역성'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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