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나쁜 마녀는 자기가 소유한 하나의 민간 은행만이 있는 음울한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 이 은행은 영토내의 모든 돈을 발행하고 빌려준다. 10%의 이자를 물리고서다. 마녀는 100마녀달러를 찍어 백성들에게 빌려주고는 110마녀달러를 갚도록 한다. 백성들에게는 추가분 10마녀달러가 없으니 마녀는 장부상으로 10마녀달러를 더 발행해 마찬가지로 대출해 준다. 통화량은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늘어야 하고, 그것은 결국 마녀의 개인 금고로 들어간다. 마녀는 계속 부자가 되고, 백성들은 더욱더 빚더미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마녀는 쌓아 놓은 이득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쓴다. 마녀는 특히 풀로 이엉을 얹은 작은 집과 가게를 좋아해서 이를 점점 더 많이 모은다. 마녀는 영지를 다스리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그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남부의 착한 마녀 글린다는 자기 나라를 좀 더 백성들을 위한 방식으로 다스린다. 그 나라의 모든 돈은 ‘백성은행’이 발행하고 대출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 마녀는 우선 110백성달러를 발행한다. 그 가운데 100백성달러는 10% 이자로 대출해 주고 나머지 10백성달러는 만인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계획된 사업에 써서 공동체로 흘려보낸다. 노후 연금이나 사회보장, 기반시설, 교육, 연구 및 개발 같은 것들이다. 이 110백성달러가 공동체에 유통돼 대출에 대한 이자와 원금으로 백성은행에 돌아온다. 글린다는 다시 100백성달러를 공동체에 대출해 주고 나머지 10백성달러를 공공사업에 지출한다. 두 번째 대출의 이자를 공급하면서 백성들에게 일자리와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마녀는 똑같은 110백성달러를 재순환시켰을 뿐, 새 돈은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해에 태풍이 불어 닥쳐 작고 예쁜 초가집들을 부숴버린다. 백성들은 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추가적인 돈을 요구한다. 문제없다고 글린다는 말한다. 거기에 쓸 백성달러를 더 찍어 필요한 노동력과 물자를 사는 데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와 함께 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세금이란 것을 모르고 산다."

607~608쪽, <달러>, 엘렌 H.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AK

위의 인용문에는 브라운이 주장하는 것의 핵심이 담겨 있다. 물론 매우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상상은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한 탐구를 부추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