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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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계절의 밤을 따라 문득 걷고 싶어진다.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언덕 그리고
서울의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인왕산...
‘아름다움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무무대 (無無臺)를 꼭 가보고 싶다.

장충동의 다산 성곽길, 한양의 홍수를 막기 위해 세종대왕이 청계천에 1420년에 세웠다가 청계천 복개 공사로 장충단 공원으로 옮겨진 수표교.
그리고 도산공원에서 느끼는 나무의 울울한 기운,
천장산 하늘길, 성북동,선유도공원이 있다.

유희열은 밤산책을 하고나면 늘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기분에 이름표를 달아주고 싶다고 한다.
‘몽실몽실‘하다고,
‘참 몽실몽실한 산책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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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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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요미우리문학상, 여러 수상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대표작인 단편소설집이다.

아홉가지 단편에는 여러 남녀들이 출현하는데 대부분 여성의 속깊은 내면을 잔잔하게 표현한다.

이야기가 끝나고 책을 덮은 다음을 상상하게 되는 힘이 있다. 그리고 모든 소설가가 그렇듯 아무렇지도 않고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을 툭툭 내던지며 의미를 부여한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에서도 주인공 구미코는 츠네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자기한테 어울리니까 ‘조제‘로 불러달라고 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여주인공 이름을 조제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다.

조제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어 호랑이를 보러 간다. 그리고,
‘물고기 같은 츠네오와 조제의 모습에, 조제는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츠네오가 언제 곁을 떠날지 알 수 없지만, 곁에 있는 한 행복하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제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은 늘 죽음과 같은 말로 여긴다.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 그 자체다.‘

불과 서른한 페이지의 짧은 소설이 백분 넘는 긴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진다.
한 사람의 심리와 일생 또한 서른한 페이지의 글로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능력 또한 부럽기 그지 없다.
과거 현재를 다루며 미래는 독자의 상상에 부치는
능력 말이다.
인생은 상상하기 나름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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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게 뭔데, 문장 - 우리 시대 작가 44인의 아름다운 산문과 '가족 문단사' - 앤솔로지
이태준 외 지음, 윤작가 엮음 / 우시모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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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나는...
단어수집, 순간수집, 문장수집을 해왔다.
특히 새로운 글이나 고운 우리 말을 발견하면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작가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엮지 않았을까 한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나도향, 정지용,이상, 김유정,이육사를 비롯하여 도종환, 이윤기, 이어령, 최인호, 이병률, 윤광준 등. 무려 44인의 산문이 실려있다.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성향이지만 여기에 엮인 산문들은 내게 단편소설집처럼 읽히었다.
우리가 겪지 못한 시대사나 역사 속의 지난한 일들에 현실감을 가지지 못한 터이다.

이태준의 [책], 김남천의 [냉면]에 대한 예찬이 잔잔하게 가닿는다.
여행기록을 남긴 김종혁의 [여행의 무게] 중 일부를 발췌한다.
‘여행의 무게를 재기 위해서는 다시 돌아온 우리에서 처음 출발할 때의 우리를 빼면 되는 것일까? 여행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혀끝에 남은 파니노와 안초비의 맛, 대충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하기엔 난 여행이 무엇인지를 너무 모른다.‘

느낌과 문장들은 기록에 대한 애정이며
지난 날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친다.
여기 글들을 삼키며 나는 가만히 아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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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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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100인이 쓴 것을 엮은 시집이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좋아하는 시인 이병률, 장석주의 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도 한 몫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병량의 [편지의 공원]의 일부다.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처음에는 순하고 아름다운 단어나 문장에 이끌려 시집을 읽었다면 지금은 숙어(熟語) 즉, 잘 익은 말이나 인간사에 대한 깊이와 통찰을 위해 읽는다.

이병률 작가는 [네 계절]이라는 시에서 조용히 읊조린다.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것, 감정이 많다는 것, 허물어지도 또 쌓는다는 것, 둘러볼 게 있거나 움츠러든다는 것, 술 생각을 한다는 것, 불쑥 노래를 지어 부른다는 것, 옷들이 두꺼워지다가 다시 얇아진다는 것, 할말이 있다가도 할말을 정리해가는 것, 각각의 냄새가 있다는 것, 우리가 네 개의 계절을 가졌다는 것.‘

이런 감성을 누리며, 계절이 흐르고 생각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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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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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글은 곱고 맑다.
‘맑은 향기를 지닌 청매가 뜰에 은밀한 봄을 피우고 있다.‘
‘개울가에 나가 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겨울 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일 것이다.

친구 또는 소중한 이를 대하듯 자연을 사랑한다.
손수 심어 가꾼 나무들을 떠나는 날 얼마나 살뜰한 정을 나누었는지 알 수 있다.
‘허구한 날 우리는 맑은 햇살을 함께 쏘였고, 달도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보라와 비바람도 또한 함께 받아들였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자기 본래의 모습과 자기가 설 자리를 잃지 않는다는 말에 끝없는 공감을 보낸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말대꾸를 하고 난 후면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 (중략) 귀 기울여 듣는다는 침묵을 익힌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집을 가나 사람이 가구와 물건에 짓눌러
옹색해집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입니다.‘
그리고 침묵과 무소유에 대해 설파한다.

스무 번도 더 읽은 ‘어린왕자‘를 통해서 자기자신과 마주쳤다 고백하기도 한다.
그 밖에 알퐁스 도데의 ‘황금의 뇌를 가진 사나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사랑,그리고 마무리>
리뷰들도 참 좋다.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는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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