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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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빨리 읽어서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책을 빨리 읽고 좋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생각건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어느새 생겨나 이미 만연해 있는 강박적인 이 말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을 것 같다.˝
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책에 감동한 적은 있었어도 독서 자체에 감동하는 일은 없었다. 시간은 피어오르고 펼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지금은 확실히 독서의 감각이 달라졌다.체감으로 알 수 있다. 언제쯤부터 알았을까, 그것도 알고 있다. 바로 천천히 읽게 되고 나서의 일이다.˝
라고 고백하면서 에밀 파케의 <독서술>을
인용했다.
˝읽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도 아주 느릿느릿 읽어야 한다. (중략) 책은 향락하기 위해서도, 스스로 배우기 위해서도 또 그것을 비평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읽어야 한다. 플로베르는 이렇게 말했다. ‘아아! 이들 17세기 사람들 (중략)그들은 그 얼마나 천천히 읽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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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찬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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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작가의 <새벽 예찬>

발췌해 본다.
글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낮 더위가 누그러질 무렵 숲에서 나옵니다. 눈은 녹색 그늘에 물들어 환한 바깥에 나와도 개기일식이라도 온 듯 일 순 깜깜하게 보이지요.˝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지요. 팔월의 태양, 팔월의 숲들, 팔월의 바다, 팔월의 오솔길들이 주는 쾌락을 맘껏 들이키는 것이지요.˝

˝비오는 날 대숲 사운거리는 소리...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단편들, 폴 오스터의 소설들.
여름이 끝날 무렵 가을이 아니라 그것을 건너 뛰어 겨울을 예감하지요.˝

˝당신에게 올해는 바다의 쾌청함과 더불어 새벽이슬 함초롬히 머금고 피어나는 꽃송이들의 기쁨이 함께 하길 빕니다.
장대비처럼 호쾌하게 일을 밀고 나가고,
붉은 석류 속처럼 꽉 차는 보람과 결실이 있어야겠습니다.˝

돌이켜본다.
글의 호흡마다.

녹색 그늘에 물든 눈빛, 울울창창했던 팔월의 신록들, 빗소리, 기쁨에 찬 꽃들, 장대비, 꽉 찬 붉은 석류, 그리고 축복의 언어들...

#책읽는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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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절로 가는 사람
강석경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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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절로 가는 사람>
법고 소리, 부처님, 염불소리를 들으며 작가는 책머리에 밝힌다.
˝지상의 것 같지 않은 열락의 광경은 그날부터 내 의식에 붙박였다.‘고...
절에 들려는 사람은 반드시 일주문을 지나야 한다.
작가는 그 일주문이 ˝고(苦)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경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여러 유명 사찰들과 스님, 행자들의 수행을 깊이있게 알 수 있다.
˝모듣 헤맴의 종결은 자신으로의 귀환이다. ... 동서를 막론하고 자신과의 만남은 문학의 오랜 주제다.˝
쉽지 않은 책이었는데 필력이 좋아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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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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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시옷의 낱말들에 관한 책이어서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는 나로서 흥미를 가지고 펼쳐보았다.
조금은 억지스럽고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도 함민복, 도종환 시인의 싯구를 인용하고
존 버거의 문장, 발터 벤야민의 A도 아니고 B도 아닌 경계 ‘문지방 영역‘의 표현도 소개했다.
시옷의 글들 중 작가가 쓴 실루엣의 시옷이 제일 나았다.
˝세상 모든 모서리를 확대하며 해가 진다. 해질 녘, 그 시간은 유독 물성보다는 그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모든 사물이 훤히 다 보이던 낮 시간엔 못 보았던 것이 나타나고, 안 보이던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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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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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작가의 ‘밤의 수다‘같은 책이다.
밤에 쓴 글에서는 촛불 냄새가 난다는 데 ‘어둠과 불빛은 예상보다 더 감정을 건드려서 햇살 환한 낮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 외면하고 싶어지니까, 지난 밤의 글을 번번이 지우다가, 문득 어느 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밤에 쓴 글은 다음 날 밤에 읽으면 되는 것을.‘
그 촛불 냄새의 느낌을 알고 싶어 끝까지 읽어본 책이다. 소설가가 쓴 소설 읽기를 종용하는 글도 나름 설득력을 지닌다.
˝저는 소설을 읽지 않으면 한 겹의 인생을, 읽으면 여러 겹의 인생을 살 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여러 겹의 생을 살아보는 일, 그건 세상의 나그네처람 머물렀다 갈 사람들이 저마다 가질 수 있는 ‘나의 부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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