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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전거 여행>
김훈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사계절을 거쳐 전국 산천으로 자전거 풍륜(자전거 이름)을 끌고 다닌 것을 두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글과 필체는 특유의 힘과 날이 서 있으며 기자출신의 문체가 베어났다.
강하고 섬세한 필체로 산맥과 강산과 그 속에 사는 삶을 그렸다.
소제 <꽃피는 아이들>의 후반 글을 읽고 마음이 애잔하고 아득해졌다.
친구인 김용택 시인의 고향이자 교사로 부임한 마암분교 전교생 17명에 대해 쓴 글은 따뜻하고 황순원의 소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암분교 아이들 머리 뒤통수 가마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흙향기도 난다. 아이들은 햇볕 속에서 놀고 햇볕 속에서 자란다. 이 아이들을 끌어안고보면, 아이들의 팔다리에 힘이 가득 차 있고 아이들의 머리카락 속에서는 고소하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 아이들은 억지로 키우는 아이들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나무와 꽃과 계절과 함께, 저절로 큰다.(중략) 인수네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고 3학년인 은미네 할머니도 작년에 돌아가셨다. 6학년인 초이네 할머니도 그 무렵에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에 양지에 모여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함께 운다. 집에 돌아가도 할머니가 안 계신다는 사실은 아이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은미는 할머니를 너무나 좋아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은미는 한동안 넋이 빠진 아이처럼 되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늘 혼자서 쪼그리고 앉아서 울었다. 김용택이 안아주고 달래주었지만 은미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중략) 여기가 바로 세상이고, 삶의 현장이며,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터전이다.˝
작가는 몇 번이나 속으로 울었다고 고백했다.
‘길은 다만 밀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있을 뿐이다.‘
온몸으로 받은 흔적과 경험치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