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 가문 - 여섯 차례 노벨상을 수상한 명문가의 위대한 정신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전대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아는 퀴리는 '부인의 이름이고 라듐이라는 원소를 발견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위인적인 여인이다' 정도였다. 어려서 읽게 되는 위인전이 그렇듯이 인간적인 면은 뒤로하고 영웅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교육용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점에서 이런 평전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위인으로 자리 매김하기 까지의 과정을 알려준다. 그 안에서 그들을 본받고싶어지고 인생에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역사상 마리 퀴리가 과학에 이바지한 공적은 실로 놀랍고 위대하다 할 만하다. 그녀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으로 이룬 놀라운 발견을 과연 인류가 건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그녀도 한 여성이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처럼 자랐고 공부했고, 사랑했다. 다르다싶은 것은 그녀의 열정이 아니었을까? 지적능력을 차치하고도 그녀의 꺼지지 않은 열정은 그녀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었을 거라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아쉬운 것은 비록 뒤늦게 그녀의 능력과 발견을 인정해준 과학계였지만 시대상 여성이 남성을 뒤로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두려움으로 철저히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못난 사람들 소리와 함께 같은 여성으로서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들었다. 소위 과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현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아집과 관습에 억매이다니 한심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과거는 늘 그랬다. 차별과 불평등, 그것을 넘어선 마리 퀴리의 초연한 자세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라듐으로 얻게 되는 막대한 부와 권력을 그녀는 과감히 포기했다. 어차피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평범치 않은 비범함이 그녀에게 깃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1,2차 대전 중에 그녀가 보여준 용기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나라면...나라면 해내지 못할 일들을 편견과 무지와 싸우며 당당히 한 몫을 해냈다. 

그녀는 남편 피에르를 운명처럼 만난다. 하지만 그것도 운명일까? 운명에 정해져 있었던 것 처럼 그렇게 그와 이별을 하고 홀로 두 딸을 자랑스럽게 키워낸다. 큰 딸은 엄마처럼 과학도로써 부모의 뒤를 잇고 둘째 딸은 예술가로써 또한 부모를 자랑스럽게 해주었다.

'학자 집안에 학자 난다'라는 속담이 새삼 그 의미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두 딸들이 어떻게 그릇되게 자랄 수 있을까? 콩 심은 곳에 콩이 나는 것인데.

방사능에 노출된 그녀는 떨리는 손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다 6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인류의 해가 지는 듯한 슬픔을 뒤늦게 느꼈다.

이 책에는 퀴리 가문과 인연이 있던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슈타인이 그렇고 간디와 루즈벨트의 등장도 의외였다. 한 시대에 이름을 남겼던 여러 사람이 하나의 연결 고리로 묶여진것 같았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한 가문의 길고 긴 역사는 다소 딱딱한 문체와 사실에 근거한 다큐멘터리 형식이라 읽는 재미가 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 퀴리와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 그리고 그녀의 업적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결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사람을 만난 흐뭇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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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1. 선호하는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등의 소설류를 좋아합니다. 가슴 졸이며 주위를 살피는 수고로움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죠. 2. 피서지에서 읽고싶은 책? 좀처럼 시집에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재미와 지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는 편이었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며 마음과 정신을 정화하고 싶어서..이해인님의 [작은기쁨]을 읽으려합니다. 조용히 음미하며 생각의 늪에 빠져들렵니다. 3.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소설집을 읽고 그 작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끊이지 않는 입담이 읽는 재미를 톡톡히 만끽하게 해주었죠. [고래]를 꼭 읽으려고 준비중이랍니다. 4.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 어려서 [모모]를 읽고 독서의 재미를 몰랐던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죠. 모모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서, 그 인물에 폭~ 빠져 살았답니다. 어린왕자도 순수함과 신비로움이란 면에서 같은 매력을 같고있지요. 둘 다 꿈에서라도 만나고싶습니다. 5. 자신과 비슷한 등장인물? 이상형의 등장인물? 이지민의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의 선숙이가 저와 비슷한 거 같아요. 사랑에 자신 없지만 그를 쉽게 놓아줄 수 없어 구차하게라도 곁에 머무르며 기회가 와 주길 바라는 나약함, 미련함이 저와 똑같아 읽는 내내 한심하고 가엾고, 그랬네요. 10여년 전, 존그리샴의 소설은 베스트셀러였죠. 무지하게 인기가 많았고, 재미도 있었거든요. 그의 소설 [타임 투 킬]에 나오는 제이크라는 변호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돈과 권력 보다는 명예와 도덕을 생각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변호사가 제 마음을 뺏어갔더랬죠. 6. 선물하고픈 책?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을 친구들에게 선물했고, 앞으로도 선물은 이 책으로 할겁니다. 현대인들의 심리적 질병에 대해 원인을 밝히고 다독이며 치유로 이르게 도와주는 책이죠. 이 책을 읽고 '나'란 존재에 대해 깊이있게 알게되었고, 타인을 향해 곤두 솟아있던 독기가 해소되었습니다. 세상에 미워할 사람은 없고 이해할 사람만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네요. 7.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픈 책?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효리에게 주고싶은 책입니다. 나이도 어리고 같은 여자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을 끄네요. 그녀가 좀 더 성숙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퀴리가문]이라는 평전을 선물하고싶네요. 진정 강한것은 무엇이고 사회적으로 난사람이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길을 알려 줄 것입니다.여자라는 이름으로 한정지어지는 것을 넘어 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튼튼히 세워나가길 바랍니다. 8. 재미 만점?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책으로 [바디더블]을 추천합니다. 어찌나 오싹하던지 더위가 근처에 얼씬도 못하더라구요. 이런 장르는 영화보다 책이 더 은근한 매력이 있네요. 9. 기억에 남는 문장? 중국의 차세대 작가, 천재작가라 일컬어지는 한한의 [삼중문]을 읽고있어요. 어찌나 현란하게 비유를 잘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데, 적어 볼게요. "널리 제자들을 모은 뒤 재능과 지식을 그들에게 전해주는 일은 은행에 돈을 저축해두는 것과도 같아서 수익은 보장되면서 원금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선생님을 조롱하듯 비유한 이 글에서 이 나라 교육의 현재 모습을 조금 엿볼 수 있죠. 10. 인생의 책? 어려서는 책 읽는 재미를 몰랐습니다. 책만 펼치면 언제 다 읽나 한숨 부터 나오며 잠이 쏟아졌죠. 그런 저를 지금의 활자중독자로 만든 책은 제가 중학교 1학년에 읽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입니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그 책은 심심해서 숨이 멎을 것 같았던 지루한 여름 방학에 커다란 재미로 신선한 공기와도 같았죠. 책이 주는 무한한 상상력과 다른 세상은 정말 놀랍고도 흥미로웠네요. 이벤트에 참여하며 제 독서생활을 되짚어 봤습니다. 그저 책만 읽었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기분이 색다르네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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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언약
김경민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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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잔인한 달 5월의 싱그러움을 한 껏 담은 공원에 앉아 뛰어 노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남장 여인의 유혹에 끌려 책을 펼쳤다.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 200년도 더 훨씬 지났지만 소설보다 더욱 소설 같은 비극이기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늘 '비운'이라는 수식어를 이름처럼 달고 다니는 사도세자가 그 주인공이다. 아무리 내 나라 역사이니 감싸 준다고해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 오욕의 희생양인 그를 소설은 어떻게 담고 있을지 책이 주는 두툼한 무게감의 위압에도 거침없이 손이 갔다.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아직 소설은 시작도 안했는데 '작가의 말'만을 읽었을 뿐인데,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시작된 첫 이야기는 사도세자 이 선의 마지막 가는 길이었다. 좁디좁은 뒤주에 갖혀 사모하고 은애했던 여인 비화를 그리며 생을 놓아야 했던 그의 죽음에 주체할 길 없는 눈물이 애도를 표하듯 쉼없이 흘렀다. 소설은 이처럼 시작부터 슬픔과 아픔, 비극과 울분을 품고 있다.

내가 선인듯, 내가 비화인듯 구별할 수 없을만큼 몰입되며 내 온 일상을 슬픔으로 채워버린 잊지 못할 책이다.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려 본 게 얼마만인지, 김경민 작가는 또 얼마나 아픈 마음 달래며 이 글을 썼을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백성을 향한 어진 마음과 당파의 싸움 속에서도 중심을 잡았던 성인의 자질이 빼어난 선을 어찌하여 아비인 영조는 그렇게 잔인하고도 매정하게 죽여야만 했을까? 나의 의문은 미움으로 바뀌어만 갔다. 광증이 심하고 비행을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은 선이라지만 실은 영조 자신의 모습인 것은 아닐런지. 제가도 못하는 임금이 치국은 무엇이고 또 평천하가 무슨 소리일까? 어이없는 쓴 웃음만 나온다.

 

또한 남편과 뜻을 같이하여 자식을 돌봐야 할 혜경궁 홍씨는 어찌하여 친정아비의 그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이선에게 등을 돌렸을까?

부부의 연은 이름뿐이었던 가보다. 그래서 이 선은 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구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못하고 자신도 누구의 편에 서지 못한 채홀로 외로이 싸워야했으니...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어 서로를 죽여야 내가 살길이라고 덤벼들던 무리, 김상로, 홍봉한, 김한록등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현명치 못한 왕 밑에서 제 목숨 부지하자면 스스로도 극악해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 목숨도 내어 놓는다는 것이 부모이거늘, 영조의 이기심은 어미의 본능을 뛰어넘은 것 같다. 그토록 총애하던 자식을 적으로 느꼈던 것일까? 잘난 자식이 위협적으로 느껴졌을까? 자식을 재물로 백성과 궁궐의 안녕을 보장하리라 어리석게 생각했을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비화의 존재였다. 작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지만 선에게 비화라는 여인이 있었기를, 그래서 한 많은 이승에서의 생이 후회되지 만은 않았었기를 꿈꿔 봤다. 비화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나 자신의 숙명을 거스르며 살아야했던 또 하나의 비운의 여인이다. 남장을 하고 부인을 맞아 대를 이어야 했던 비이성적인 가정에서 철저히 희생된 여린 영혼이었다. 그런 비화를 벗으로 삼으며 선은 세상 시름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도 가슴 아리고 애달퍼 읽던 책을 차라리 덮고 싶었다. 그러나 또한 그 사랑이 너무도 아름다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강이라 남장한 비화에게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망측해하던 선, 그가 여인네임을 알게 되며 키워나가는 사랑, 목숨이나마 지켜주고자 매몰차게 돌아선 선과 임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에 그대로 받아들인 비화의 이별.

 

이들의 사랑은 눈물이다. 그 눈물은 세상 무엇보다도 짜고 쓸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 편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에 몇날 몇일이 소설 속 같았다. 한 동안은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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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어른이기에, 멋지고 독특한 그림에는 눈길이 가고
마음을 끌면 바로 소장품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림책이라고 얕 볼 것이 아니다.
훌륭한 그림책은 그대로 화첩이 되는 것이다.
이 그림책 역시 세 차례나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일컬어 지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이라 그런지 독특한 개성으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안개가 낀 듯한 모호한 영상미라고나 할까?
 
이야기는 오래전 드라마로 나의 마음을 쏙 뺏어갔던 '환상특급'같은 신비함이 있다. 초자연적인 맛이 제대로 표현되어 다소 섬뜩하기도 했다. 그림과 이야기는 그렇게 명확함을 뒤로 하고 무언가 숨기듯 어렴풋하며 신비롭다.
 
까다로움을 넘어 못됐다 싶은 치과 의사 비보. 그가 만난 무일푼의 할머니.
치통을 해결해주고 받은 댓가는 꿈을 이루어 준다는 무화과 두 개였다.
역시나 우리의 괴팍한 비보의사는 매몰차게 할머니를 내쫓고 가족과도 같은 개, 마르셀에게 인정도 베풀지 않는다.
 
밤참으로 먹은 아주 아주 맛있는 무화과는 간 밤의 비보의사의 꿈을 그대로 실현시켜 주었다.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비보는 그때부터 원하는 대로 꿈을 꾸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한다.
여전히 고약한 마음씨는 변함없고...
 
이제 원하는대로 꿈을 꿀 수 있게 된 비보의사가 마지막 남은 무화과를 먹으려한다.
귀엽고 사랑스런 눈을 가진 자신의 가족같은 개, 마르셀을 크고 멋진 사냥개로 바꾸고 싶은 희망도 함께 꿈꾸며 부자가 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마지막 남은 무화과는 아차하는 순간 개, 마르셀의 입으로 들어가고 만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 가뜩이나 마음씨 곱지 못한 비보의 눈에 밉쌀맞은 개 마르셀이었는데.
 
무화과를 포기하고 내일을 벼르며 잠이든 비보에게 다가온 그 내일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꿈은 사람만 꾸는 것이 아니다. 마르셀도 꿈을 꾸었다. 게다가 무화과도 먹었다.
 
이 기가막힌 반전은 다소 무섭기까지 하다. 통쾌하기도 하다.
고약한 사람의 부주의가 가지고 온 댓가!
마지막 장면의 엇갈린 운명 앞에 마주한 두 인물들의 표정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모든 것을 내포한 표정이 아닐까 싶다.
 
식물원 구경에서 만난 무화과를 본 아이는 얼마나 맛있을지 넘치는 호기심으로 하나 따 먹자고 연신 졸라댔다. 그 무화과 먹고 어떤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할까? 아이의 꿈과 마르셀의 꿈을 생각하며 조르는 아이를 달래며 걸음을 옮겼다.
 
멋진 작품으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던 좋은 시간이었다.
그림책도 이만하면 명작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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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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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에는 먹어선 안될 재료가 들어있었다. 인간은 절대로 먹어선 안될...

 

예상 가능한 추리로 시작된 소설은 생각보다 잔잔하고 편안했다. 언제 무서운 장면이 나올까 두근두근하며 겁을 집어 먹고 읽었지만 고맙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면 너무 부담되니까...

하지만 적당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야기 전개는 만족할 만하다.

 

이 책은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한 느낌. 그런 아기자기함이랄까? 그러면서도 프랑스 요리를 보기 좋게 차려낸 그런 소설이다.

먹을거리가 나올 때 마다 당장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달려가고픈 식욕을 억눌러야만 했다.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한 번도 맛 본적 없는 내겐 고문과도 같았다.

 

코타와 아야카가 초대된 결혼식에서 코타는 요리계의 이름난 전직 평론가를 만나게된다.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생에 처음으로 맛보는 기가막힌 요리들이 나오게 되고...요리사인 코타도 놀라고 감탄할 맛의 요리를 만든 이가 궁금하다.

 

코타와 요리평론가 히로미치, 요리사 이시구니는 어떤 관계로 얽히게 될지, 처음엔 감이 오질 않았다. 히로미치의 사위 요시아키가 운영하는 운수의 사업부장이 살해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거기다 사장 요시아키 마저 행방불명이 되고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의혹만 증폭시킨다.

사제인 뱅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 히로미치의 손자 다카시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건을 맡게된 형사 아츠시는 경찰의 입장과는 다른 눈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바로 요리에 쓰인 재료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꼭 이런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남다른 감각과 인내, 오기로 결국엔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 좀 상투적인 인물이긴 하다.

 

끈질긴 파헤침 끝에 이상 야릇한 요리의 재료를 발견하고 사건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다.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시구니. 그러나 사제인 뱅상의 짓임을 눈치챈 경찰은 그를 쫓는다. 한 편, 코타의 임신한 아내 아야카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코타는 아내를 찾아나선다. 그러며 마주하게된 진실.

노망난 두 늙은이들의 더러운 식욕! 그것이 모든 죽음의 이유였다.

 

동족을 먹고 신의 노여움을 산 팬더는 그 벌로 본능이 바뀌고 육식의 세계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나무 숲에 몸을 숨긴채 고기를 먹기 위한 송곳니를 갈고, 대대로 신의 눈을 피해 육식에 손을 댔다. 그것은 그들에게 미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다. 유전자...히로미치의 핏줄, 손자, 다카시가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다카시가 손에 들고 있던 그것! 인간은 먹지 말아야하는 그것!

유전자가 이 이야기의 허를 찌르는 무기였다.

금단의 팬더에게 유전자라는 고리가 있어, 그 금단은 그렇게 깨어지고 있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을 받은 작품이듯이 요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예술적이다.

요리와 미스터리를 어우러지게 버무린 근사한 식사를 대접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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