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어른이기에, 멋지고 독특한 그림에는 눈길이 가고
마음을 끌면 바로 소장품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림책이라고 얕 볼 것이 아니다.
훌륭한 그림책은 그대로 화첩이 되는 것이다.
이 그림책 역시 세 차례나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일컬어 지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이라 그런지 독특한 개성으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안개가 낀 듯한 모호한 영상미라고나 할까?
 
이야기는 오래전 드라마로 나의 마음을 쏙 뺏어갔던 '환상특급'같은 신비함이 있다. 초자연적인 맛이 제대로 표현되어 다소 섬뜩하기도 했다. 그림과 이야기는 그렇게 명확함을 뒤로 하고 무언가 숨기듯 어렴풋하며 신비롭다.
 
까다로움을 넘어 못됐다 싶은 치과 의사 비보. 그가 만난 무일푼의 할머니.
치통을 해결해주고 받은 댓가는 꿈을 이루어 준다는 무화과 두 개였다.
역시나 우리의 괴팍한 비보의사는 매몰차게 할머니를 내쫓고 가족과도 같은 개, 마르셀에게 인정도 베풀지 않는다.
 
밤참으로 먹은 아주 아주 맛있는 무화과는 간 밤의 비보의사의 꿈을 그대로 실현시켜 주었다.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비보는 그때부터 원하는 대로 꿈을 꾸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한다.
여전히 고약한 마음씨는 변함없고...
 
이제 원하는대로 꿈을 꿀 수 있게 된 비보의사가 마지막 남은 무화과를 먹으려한다.
귀엽고 사랑스런 눈을 가진 자신의 가족같은 개, 마르셀을 크고 멋진 사냥개로 바꾸고 싶은 희망도 함께 꿈꾸며 부자가 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마지막 남은 무화과는 아차하는 순간 개, 마르셀의 입으로 들어가고 만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 가뜩이나 마음씨 곱지 못한 비보의 눈에 밉쌀맞은 개 마르셀이었는데.
 
무화과를 포기하고 내일을 벼르며 잠이든 비보에게 다가온 그 내일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꿈은 사람만 꾸는 것이 아니다. 마르셀도 꿈을 꾸었다. 게다가 무화과도 먹었다.
 
이 기가막힌 반전은 다소 무섭기까지 하다. 통쾌하기도 하다.
고약한 사람의 부주의가 가지고 온 댓가!
마지막 장면의 엇갈린 운명 앞에 마주한 두 인물들의 표정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모든 것을 내포한 표정이 아닐까 싶다.
 
식물원 구경에서 만난 무화과를 본 아이는 얼마나 맛있을지 넘치는 호기심으로 하나 따 먹자고 연신 졸라댔다. 그 무화과 먹고 어떤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할까? 아이의 꿈과 마르셀의 꿈을 생각하며 조르는 아이를 달래며 걸음을 옮겼다.
 
멋진 작품으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던 좋은 시간이었다.
그림책도 이만하면 명작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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