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냉장고 속에는 먹어선 안될 재료가 들어있었다. 인간은 절대로 먹어선 안될...

 

예상 가능한 추리로 시작된 소설은 생각보다 잔잔하고 편안했다. 언제 무서운 장면이 나올까 두근두근하며 겁을 집어 먹고 읽었지만 고맙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면 너무 부담되니까...

하지만 적당히 조여오는 긴장감과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야기 전개는 만족할 만하다.

 

이 책은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한 느낌. 그런 아기자기함이랄까? 그러면서도 프랑스 요리를 보기 좋게 차려낸 그런 소설이다.

먹을거리가 나올 때 마다 당장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달려가고픈 식욕을 억눌러야만 했다.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한 번도 맛 본적 없는 내겐 고문과도 같았다.

 

코타와 아야카가 초대된 결혼식에서 코타는 요리계의 이름난 전직 평론가를 만나게된다.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생에 처음으로 맛보는 기가막힌 요리들이 나오게 되고...요리사인 코타도 놀라고 감탄할 맛의 요리를 만든 이가 궁금하다.

 

코타와 요리평론가 히로미치, 요리사 이시구니는 어떤 관계로 얽히게 될지, 처음엔 감이 오질 않았다. 히로미치의 사위 요시아키가 운영하는 운수의 사업부장이 살해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거기다 사장 요시아키 마저 행방불명이 되고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의혹만 증폭시킨다.

사제인 뱅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 히로미치의 손자 다카시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건을 맡게된 형사 아츠시는 경찰의 입장과는 다른 눈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바로 요리에 쓰인 재료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꼭 이런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남다른 감각과 인내, 오기로 결국엔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는 좀 상투적인 인물이긴 하다.

 

끈질긴 파헤침 끝에 이상 야릇한 요리의 재료를 발견하고 사건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다.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시구니. 그러나 사제인 뱅상의 짓임을 눈치챈 경찰은 그를 쫓는다. 한 편, 코타의 임신한 아내 아야카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코타는 아내를 찾아나선다. 그러며 마주하게된 진실.

노망난 두 늙은이들의 더러운 식욕! 그것이 모든 죽음의 이유였다.

 

동족을 먹고 신의 노여움을 산 팬더는 그 벌로 본능이 바뀌고 육식의 세계에서 추방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나무 숲에 몸을 숨긴채 고기를 먹기 위한 송곳니를 갈고, 대대로 신의 눈을 피해 육식에 손을 댔다. 그것은 그들에게 미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다. 유전자...히로미치의 핏줄, 손자, 다카시가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다카시가 손에 들고 있던 그것! 인간은 먹지 말아야하는 그것!

유전자가 이 이야기의 허를 찌르는 무기였다.

금단의 팬더에게 유전자라는 고리가 있어, 그 금단은 그렇게 깨어지고 있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을 받은 작품이듯이 요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예술적이다.

요리와 미스터리를 어우러지게 버무린 근사한 식사를 대접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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