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파리 윙윙이의 일기 앗! 신기한 벌레 친구들 3
도린 크로닌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신선해 옮김 / 한언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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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린 크로닌의 '앗! 신기한 벌레 친구들'의 세번째 이야기로 전편에 이어 얼마나 유쾌하고 기발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지 무척 궁금했다. 첫번째 이야기 지렁이 꼬물이와 두번째 이야기 거미 툴라를 보며 한참을 웃고 즐거워했던 좋은 만남을 이번 책에서도 느낄 수 있으려나....

그런데, 역시나 세번째 파리 윙윙이도 뒤지지 않을 작품이었다.

 

표지를 열면서 만나게 되는 파리의 사진들, 이렇게 기발할 수가...아이들 보다는 어른이라야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반갑게 맞아준다. 베이비 루스와 함께 찍은 윙윙이의 증조할머니 사진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시작부터 재미있다.

 

사실 파리는 전혀 환영 받지 못하는 해충에 속한다. 그런 악조건을 갖고 있는 주인공을 어떻게 편견에서 구해내 친근한 캐릭터로 만드느냐가 이 책의 숙제라 생각했다. 더럽고 징그럽다는 인상을 뒤로한채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의 모습을 자연스러우면서도 가깝게 자연의 친구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면 작가의 역량은 대단한 것이리라...

 

작가는 파리라는 곤충의 습성을 잘 표현하며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어 놓았다. 6월 8일의 일기, 토한 걸 먹는 파리 친구들의 모습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럽다 보다는 웃기다...라고 해야할 이 장면이 바로 그 점을 제대로 담고있는 듯하다.

 

이어지는 윙윙이와 주변 파리들의 좌충우돌, 심심치 않은 일화들이 연신 웃도록 만든다.

알에서 구더기를 거쳐 성충인 파리가 되는 과정 또한 거부감 없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또한 무당벌레 베이비시터가 개구리를 데리고 와서 엄마 아빠 없는 파리들을 제압하며 돌보는 장면은 기가 막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히 잘 발휘 되었다.

 

작가는 왜 전편에서 처럼, 땅을 건강하게 하는 지렁이나 해충을 잡아주는 거미처럼 인간에게 이롭다고 알려진 곤충이 아닌 모두가 잡고싶어 하는, 피하고 싶어하는 파리를 선택했을까? 의도를 조심히 짐작해본다.

그저 파리의 습성이 재미있고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곤충이라서 그랬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연을 놓고 인간이 해충, 익충으로 판단한다는 것에 오류가 있음을 깨달은 것은 아닐까?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니, 이롭다 해롭다라는 것은 자연 속에선 존재치 않는다고.

그 자체가 자연임을 말하는 듯하다.

 

'세상엔 모든 종류의 영웅이 필요해'

거미 툴라의 대사가 이를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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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간 코르크 - 즐거운 생각&사회성 발달 시리즈
마크 서머셋 글, 로완 그림, 홍연미 옮김 / 물음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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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어른인 내게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은 꽤나 크다.

우선 그림책을 선정할 때, 내용이 아무리 좋다해도 그림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그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

그림과 내용이 반반씩 적당한 비율로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잔잔한 그림책을 발견했다.

내용은 그림과는 달리 모험이라는 여정 속에 빠르고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코르크 마개다.

우리집에 없는 물건이라 딸아이는 그게 뭐냐고 이해를 못한다.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그림책 아니던가?

 

단 세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이라니...그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에 마음이 뺏겼다.

화려하고 요란한 요즘의 그림들에 살짝 신물이 나던 참이다.

멋지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 코르크가 떠있다.

아이는 '넘실대는'이라는 표현이 좋았던지 책을 덮은 후에도 걸핏하면 넘실댄다고 말 속에 끼워 넣는다.

파도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코르크는 물고기를 만나고 해마도 만난다.

날치 떼도 만나며 재미난 구경을 하게 된다.

물고기는 혼자 떠다니지만 결코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비 오는 밤, 힘겹게 날개짓하는 나비도 도와주고 무서운 상어와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코르크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인어와 돌고래, 펠리컨의 도움으로 해변으로 돌아온 코르크는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천생배필을 만난다.

과연 누구일까?

 

책을 다 읽을 때 까지도 난 짐작하지 못했었다.

아~ 그래서 코르크가 주인공이었구나?

절묘하다. 감동적이다.

아이는 모험이 주는 재미와 아슬함,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책을 통해 투영해 보지 않을까? 삶은, 세상은 살아 볼만한 거라고...

 

두루두루...정말, 두루두루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이다.

이런 그림책, 상 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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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나의 고전 책꽂이 3
이미애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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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춘향전은 책으로 만났던 고전은 아니었다. 워낙에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던 작품이라 굳이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자라는 과정 중에 쉽게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춘향전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원인인 것 같다. 그저 재미로만 보았을뿐 깊이 있는 생각과 나름의 상상력은 닫혀있게 되었으니...

춘향과 몽룡이 실제 인물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갈 무렵 남원에 내려갈 일이 있었다. 드디어, 광한루를 가볼 기회를 만난 것이다.

광한루는 생각보다 아름다웠고, 춘향은 실존 인물이었음을 기념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느긋하게 다니며 그 시절 우리 조상님들이 거닐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숨결을 느끼려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람이 아름답다고? 그렇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사랑이야기, 춘향전이 있음을 어린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본인들과는 상관없이 집안이 얽히며 그들의 사랑이 큰 어려움을 맞는다는 설정은 같지만 비극적 죽음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춘향전은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분 좋은 핑크빛 헤피엔딩이라는 점에서 결말을 달리한다.

그럼, 그 유명한 춘향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남원 부사 아들 이몽룡은 광한루로 산책을 나왔다가 그네 뛰는 아리따운 춘향을 보고는 첫눈에 반하게 된다. 몽룡은 그 후로 온갖 약속으로 춘향의 마음을 얻게 된다. 후일에 꼭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춘향의 허락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몽룡은 춘향을 잊지 못하고 남의 눈을 피해 춘향을 자주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아름다운 첫날 밤을 갖는다. 그러나 어느날 아버지의 새로운 교지로 인해 몽룡은 한양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 후임으로 오게된 신임 부사 변학도는 춘향에게 욕심을 내며 수청 들기를 요구한다. 이에 춘향은 수청을 거부하고 옥에 갖히게 된다. 한양으로 올라간 몽룡은 장원급제를 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임무수행차 내려온다.  거지차림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인 몽룡을 오해한 춘향의 어미 월매는 이제 딸은 죽게 생겼다며 몽룡을 구박하기에 이른다. 때를 기다리던 몽룡은 변학도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고 작은 소란을 만들며 멋진 시를 짓는 장면이 나온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많은 백성의 피요

옥 소반에 기름진 안주는 많은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에서 눈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에게서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구나"

오래도록 잊지 못할 명쾌하고 통쾌한 한 방이었다.

암행어사 출두야! 소리와 함께 변사또의 악행은 끝을 맺고 춘향과 몽룡의 눈물겨운 상봉이 이어진다.

목에 칼을 차고 나온 춘향을 향해 짖궂은 농담으로 마음을 떠보던 몽룡의 장난이 참으로 귀엽기까지 했다.

 

이야기의 재미도 크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고급스런 양장에다 멋진 그림까지 더해져 소장의 기쁨도 크게 준다.

어려운 단어는 옆에 설명을 일일이 달아 옛날 말의 재미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춘향전에 대한 객관적인 해설은 이 책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결정적 이유이다. 춘향전이 갖는 의의와 한계, 그와 관계된 설화들 까지 알려준다.

 

서양의 로맨스에 가슴 설레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더 멋져 보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은하고 잔잔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조와 절개의 우리 사랑이야기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쯤은 이 소설을 읽어야하지 않을런지...

고전이 주는 투박하고 느릿한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춘향이 부르던 권주가를 남기고싶다. 술을 마시면서도 이렇게 멋스러울 수가 있을까?

"잡수시오!잡수시오! 이 술 한 잔 잡수시오!

이 술 한 잔 잡수시면 천만 년이라도 사오리이다.

이 술이 술이 아니오라

한무제 승로반에 이슬 받은 것이오니

쓰나 다나 잡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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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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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엄마이고, 엄마의 딸인 관계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아들의 아빠이고, 아빠의 아들인 관계와 같을까?

나또한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엄마의 딸이다. 그래서 소설은 보다 가깝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동성의 부모자식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한 동질감을 떠올려보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며,

눈물 흘릴 준비와 함께 책을 펼쳐든다. 슬픔 보다는 감동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렸으니 어둡고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는 엄마 바바라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된다. 눈물 흘리지 말고, 검은색의 옷이 아닌 화려한 색의 옷을 차려입고,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장례식을 치뤄달라는 당부처럼 씩씩하고 강한 엄마였다. 네 명의 딸과 재혼한 연하의 남편을 두고 오랜 투병 끝에 바바라는 세상을 떠났다.

암과의 싸움으로 지쳐가는 자신을 느끼며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일기를 쓰고 편지를 써두었다. 딸들은 엄마의 흔적과 함께 1년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낸다.

 

너무 독립적인 성격이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 첫째 리사.

그녀는 앤디를 사랑하지만 온 마음을 다 주며 사랑을 지켜내지 못한다. 앤디의 청혼에 분위기에 휩쓸려 승낙은 했지만, 이내 후회하고는 자신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힘들어한다. 변함없고 온화한 사랑을 유지하는 앤디에게 왜 그녀는 그리 모진 행동들을 했을까? 나이만 먹었을뿐 아직은 상처받기 쉬운 여린 영혼의 리사이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남편 스티븐하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둘째 제니퍼.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것을 알지만 둘은 애써 내색하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 아이는 생기지 않고, 아이를 원하는지도 몰라하는 제니퍼.

그런 그녀에게 엄마의 공백은 더욱 컸으리라. 조언과 잔소리로 그녀를 이끌어 주어야할 자리는 이제 남은 자매들과 의붓아버지뿐이다.

 

문제가 생기면 현실에서 도피하려고만 하는 겁쟁이 셋째 아만다.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비겁한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다 엄마의 마지막 편지로 자신의 생부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며 분노하고 혼란에 빠진다. 진정 그녀의 친부는 누구일까? 남편의 외도로 결혼 생활을 끝내야 했던 바바라 역시 똑같은 잘못을 했다니 아만다와 언니들도 놀라며 혼란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만다는 자신에게 대답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야 사실을 털어놓은 엄마의 비겁함에 더욱 화가났다.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 본다해도 바바라의 고백은 무책임하고 잔인했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재혼한 남편 마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한나.

겨우 열 다섯의 나이에 엄마 잃은 슬픔과 싸워야 한다니 바바라의 마음에 가장 커다란 짐이 한나가 아니였을까?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나이이고, 아빠와 나누어야할 것 보다는 엄마와 나누어야할 이야기들이 더 많은, 어린 아이를 두고 떠나야하는 가혹한 현실에 바바라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눈을 감는 순간까지 겪었을 것이다. 부모의 마음은 내리 사랑이라 하듯이...

 

첫 남편과의 이혼 후 8년 만에 만난 남자 마크.

1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도 느끼지 못한 채 서로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랑이 그 나이와 상황에 가능할까? 너무 낭만적인 모습이다.

마크는 만나던 여자와 이별을 하고 마침내 바바라와 결혼하게 된다. 둘 사이에 한나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었던 것이다.

문득 마크를 생각하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부모를 잃으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고, 자식을 잃으면 세상의 반을 잃은 것 같고, 배우자를 잃으면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다'

마크도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과 자신에게 남겨진 네 딸들에 대한 책임감에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슬픔을 추스리기도 전에 챙겨야할 자식이 넷이나 있음이 짐스러웠을까, 아니면 위안이 되었을까?

 

그렇게 엄마 없이 남은 가족은 아픔을 참으며, 때론 드러내며 1년의 시간을 보낸다.

앤디를 향한 마음을 정한 리사, 남편과의 관계에 새로운 단계를 만들어 갈 제니퍼, 자신을 사랑해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근사한 남자를 만난 아만다, 사춘기의 방황을 아빠와 충돌하며 해결하며 커가는 한나, 새로운 사랑을 조심스레 시작해 보려는 마크!

 

그들은 바바라의 사랑을 제각기 가슴에 품고 자신의 삶을 이끌어간다.

표지 속 그림처럼 바바라의 일기는 사랑이라는 강력한 뿌리가 되어 튼튼한 나무로 자랄 것이다.

죽음으로 시작하지만 한없이 슬프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작은 아씨들]의 현대판을 읽고있는 착각이 들만큼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내 딸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 주어야할까? 준비없이 이별을 한다면 남은 사람의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아이들에게 들려줄 엄마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준비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바라가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가족들과 늘 머물 수 있도록 한 것 처럼...또다른 바바라, 바로 그녀의 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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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애벌레 도감 신기한 도감
신카이 타카시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아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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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가 그랬다.도감만큼 탐이 나는 책도 없다고.

나는 동감한다. 도감 안에 살아숨쉬는 자연은 그대로 생의 놀라움이고, 위대함이다.

그런 것을 손 안에 들고 늘 마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많은 도감 중에 애벌레 도감은 처음이다. 징그럽다 하면서도 다시 보게 되는 것 중에 그나마 제일 귀여운 것이 애벌레 아닐까?

모든 생물체들의 아기는 다 귀엽다. 다 경이롭다.

 

송충이를 제외하고,애벌레 하면 우선 털없고 길쭉하니 꿈틀꿈틀 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러개의 발이 제각각 움직이는 모습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기 일수다.

이 책에 나오는 애벌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상식의 틀을 깨준다.

 

털이 많고 어른 벌레하고 똑같이 생겼거나, 아주 다르게 생겨서 이게 애벌레인가 싶은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름도 하나같이 생소하고 모습도 익숙치 않다.

일본인의 작품이니 모든 벌레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지는 모르겠다.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그래도 낯선 벌레들이 참 많다.

 

곤충의 생장을 알, 애벌레, 번데기, 날개돋이 순으로 실었고 끝에 어른벌레 도감으로 마무리했다. 벌레에 관심이 없거나 있거나에 상관없이 이 책은 도움을 주고있다.

나처럼 곤충에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자연이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충분히 했으니...

 

알을 낳는 순간, 알을 낳는 장소, 그리고 그 알이 어떻게 부화하는지를 볼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생긴 알이 있다니, 아이는 연신 개구리 알이 나무에 붙은 것 같다며 호들갑이다. 노린재들으 애벌레는 성충과 같은 모습이라, 어린 아이의 눈에도 의아했는지 이건 애벌레가 아니라며 도리어 나를 가르치려든다. 새로운 것을 배운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애벌레, 징그러운 애벌레, 화려한 애벌레, 애벌레 같지 않은 애벌레...

다양한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책에 빠져들었던 시간이다.

 

책을 들고 곧바로 산으로 들로, 밭으로 나가 관찰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는다.

마침 필요한 도구도 페이지 밑에 고맙게 적어 놓았으니, 못할 것이 없다.

이번 추석에 시골로 내려가면 함께 벌레를 찾아보자며 아이들과 굳은 약속도 했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사실, 벌레다. 책을 보기 전에는 무조건 징그럽다며 혐오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관찰자 입장이 되어 들여다 보며 애정의 눈길마저 보내게 되었으니, 책이 주는 진정한 효과가 아닐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쏙 드는 도감이었다.

 

자연을 품게 할 수 없다면 도감을 안겨주자!

그런 다짐 아래 도감과 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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