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나의 고전 책꽂이 3
이미애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춘향전은 책으로 만났던 고전은 아니었다. 워낙에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던 작품이라 굳이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자라는 과정 중에 쉽게 '몽룡과 춘향'의 사랑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춘향전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원인인 것 같다. 그저 재미로만 보았을뿐 깊이 있는 생각과 나름의 상상력은 닫혀있게 되었으니...

춘향과 몽룡이 실제 인물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갈 무렵 남원에 내려갈 일이 있었다. 드디어, 광한루를 가볼 기회를 만난 것이다.

광한루는 생각보다 아름다웠고, 춘향은 실존 인물이었음을 기념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느긋하게 다니며 그 시절 우리 조상님들이 거닐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숨결을 느끼려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람이 아름답다고? 그렇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사랑이야기, 춘향전이 있음을 어린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본인들과는 상관없이 집안이 얽히며 그들의 사랑이 큰 어려움을 맞는다는 설정은 같지만 비극적 죽음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춘향전은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분 좋은 핑크빛 헤피엔딩이라는 점에서 결말을 달리한다.

그럼, 그 유명한 춘향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남원 부사 아들 이몽룡은 광한루로 산책을 나왔다가 그네 뛰는 아리따운 춘향을 보고는 첫눈에 반하게 된다. 몽룡은 그 후로 온갖 약속으로 춘향의 마음을 얻게 된다. 후일에 꼭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춘향의 허락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몽룡은 춘향을 잊지 못하고 남의 눈을 피해 춘향을 자주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아름다운 첫날 밤을 갖는다. 그러나 어느날 아버지의 새로운 교지로 인해 몽룡은 한양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 후임으로 오게된 신임 부사 변학도는 춘향에게 욕심을 내며 수청 들기를 요구한다. 이에 춘향은 수청을 거부하고 옥에 갖히게 된다. 한양으로 올라간 몽룡은 장원급제를 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임무수행차 내려온다.  거지차림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인 몽룡을 오해한 춘향의 어미 월매는 이제 딸은 죽게 생겼다며 몽룡을 구박하기에 이른다. 때를 기다리던 몽룡은 변학도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고 작은 소란을 만들며 멋진 시를 짓는 장면이 나온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많은 백성의 피요

옥 소반에 기름진 안주는 많은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에서 눈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에게서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구나"

오래도록 잊지 못할 명쾌하고 통쾌한 한 방이었다.

암행어사 출두야! 소리와 함께 변사또의 악행은 끝을 맺고 춘향과 몽룡의 눈물겨운 상봉이 이어진다.

목에 칼을 차고 나온 춘향을 향해 짖궂은 농담으로 마음을 떠보던 몽룡의 장난이 참으로 귀엽기까지 했다.

 

이야기의 재미도 크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고급스런 양장에다 멋진 그림까지 더해져 소장의 기쁨도 크게 준다.

어려운 단어는 옆에 설명을 일일이 달아 옛날 말의 재미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춘향전에 대한 객관적인 해설은 이 책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결정적 이유이다. 춘향전이 갖는 의의와 한계, 그와 관계된 설화들 까지 알려준다.

 

서양의 로맨스에 가슴 설레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더 멋져 보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은하고 잔잔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조와 절개의 우리 사랑이야기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쯤은 이 소설을 읽어야하지 않을런지...

고전이 주는 투박하고 느릿한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춘향이 부르던 권주가를 남기고싶다. 술을 마시면서도 이렇게 멋스러울 수가 있을까?

"잡수시오!잡수시오! 이 술 한 잔 잡수시오!

이 술 한 잔 잡수시면 천만 년이라도 사오리이다.

이 술이 술이 아니오라

한무제 승로반에 이슬 받은 것이오니

쓰나 다나 잡수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