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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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에 ''''를 담고, 한 글자에 '가족''우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 글자 속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책은 1'글이 고이는 샘', 2'살아내는 이유', 3'그늘에 핀 꽃', 4'어두움 너머' 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9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사건과 배경이 어떠하든 주인공은 늘 당신입니다. 문장에 등장하는 주인이 나였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흉기로 나는 상처보다 말로 입는 상처가 많다. 흉기로 난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약이 없다. 유일한 약이라면 말이다. 말이 말을 덮고 말이 말을 보듬는다. 잊지 말자. 자신의 숨을 스스로 끊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우리가 무심코 뱉는 말은 숨을 끊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숨을 여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65

 

 

저자는 "말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한다. 그런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숲처럼 맑아지지 않고 혼탁해지는 건 왜일까"라고 묻습니다. 저자의 물음은 우리 모두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신문이나 뉴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인 방송까지 가세해서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것들을 보고 들어야 합니다. 때로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나 이야기도 억지로 보고 들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로는 단 한 문장의 말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한 사람의 생명의 앗아가기도 합니다. 한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알았지만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기 때문일까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내 말은 반으로 줄이고 상대방의 말은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라는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이 독이 아닌 약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엄마가 사는 곳은 마을회관입니다. 이년 째 마을회관에서 지냅니다. 낡은 시골집을 수리하는 동안 마을회관에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중략) 엄마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엄마는 노인요양원에서 삽니다. 엄마에게 요양원은 마을회관입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의 시골집은 오늘도 수리 중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수리 중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오메, 이쁜 내 새끼."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71~73

 

 

저자는 엄마가 그곳을 마을회관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할 용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확인을 통해 밝혀질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곳이 마을회관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엄마가 견뎌낼 하루하루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설에도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게 된 자식들은 마음 한켠이 늘 불편할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그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저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었음에도 예순 살이 다 되어가는 자식에게 "오메, 이쁜 내 새끼."라고 말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이기에 돌아서는 자식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마음이 아립니다.

배고픈 이웃이 거리를 헤매는데, 나는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 죄로 10만 원의 벌금형을 나 자신에게 내립니다. 아울러 본 법정에 있는 검사와 변호사, 교도관과 방청객 모두에게도 5천 원의 벌금형을 내립니다. 생존을 위해 빵을 훔쳐야 할 만큼 어려운 이웃이 있는데,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125

 

 

19351, 미국 뉴욕의 야간법정에 빵을 훔친 할머니가 절도죄로 법정에 서있었습니다. 딸은 병들어 누워 있고, 사위는 연락조차 없는 상황에서 며칠째 굶고 있는 손자를 위해 몇 봉지의 빵을 훔쳤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은 딱한 사정은 알지만 본보기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판사의 선처를 기대하던 방청객들은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을 내린 판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성토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판결문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벌금을 냅니다. 가게 주인조차도 말이지요. 그렇게 걷힌 돈으로 벌금을 내고 나머지는 할머니에게 전해졌습니다. 판사의 현명한 판결 속에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런 판결을 내릴 판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비들의 세대가 군부독재와 맞서 싸울 때, 너희들의 세대는 스펙과 취업의 벽에 맞서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비들의 세대가 민주주의를 부르짖을 때, 너희들의 세대는 '영투빚끌'의 유혹을 견디며 암울한 현실과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들아, 못난 아비의 잘못이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238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50대는 꼰대라 불리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제기하는 20대는 개념이 없는 세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그럼에도 각 세대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임을,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동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조차도 무서워하는 동물, 지구별에 사는 동물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동물은 누구일까요?

흙탕물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주변을 정화한다는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 같은 인물들인 청소노동자들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진정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굳이 갑과 을을 따지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뽑아주고 월급까지 주는 국민들이 을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한 글자에 담아낸 '''' 그리고 '가족''우리'들의 이야기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책을 덮으며 책속 이야기들이 왜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인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이야기들이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님을 알기에...,

 

꿈오리 한줄평 : 나와 너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며, 때로는 분노하게 되는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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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 놀라는 소리 - 개정판
신형건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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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네 마을 회관 앞에 뻥튀기 아저씨가 찾아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옥수수나 쌀, 콩 등의 곡물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건너편엔 동네 아이들이 언제쯤 뻥~ 튀겨져 나올까를 기다리고 있고는 했습니다. '!' 터지는 소리는 무섭지만, 금방 나온 뻥튀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길 수는 없었답니다. 고대하던 '!' 터지는 소리와 '~!' 하고 놀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동시에 들렸습니다. 동시집 '! 깜짝 놀라는 소리' 표지를 보자마자 뻥튀기를 기다리던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도, 여름에 물놀이를 하다가 작은 물고기를 보려고 물속으로 얼굴을 들이밀 때도, 가을에 벼 사이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다닐 때도, 겨울에 장독대 위에 쌓인 하얀 눈을 살포시 떠서 입에 넣을 때도 '!, !, 우와!'하는 감탄사를 정말 많이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지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데, 아이들을 웬만큼 키우고 나니 다시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는 어느 날에 나무 가지 위로 뾰족 솟아나온 작은 잎을 보면, 절로 '!' 하는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저자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심코 토해 냈던 탄성들이 내 마음에 울림으로 남아 있다가 한 장의 그림이 되고 몇 마디의 노래가 되었던 것입니다." 라며 '!' 소리가 시를 태어나게 하는 첫 마디였다고 말합니다. '! 깜짝 놀라는 소리'1'물방울 물방울 물방울 눈들', 2'푸르른 그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3'꽃들에게 가서 그 얼굴 좀 보여주렴, 4', 저어기 음표 하나가 돌아다닌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1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2016년에 펴냈던 시집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펴낸 개정판으로 이 시집에 실린 <공 튀는 소리>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신형건 시인의 동시 중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참 많습니다. 보랏빛 고운 꿈을 담은 '제비꽃'은 정말 좋아하는 동시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선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모습을 '제비꽃 납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는데요. 꽃을 피운 제비꽃을 보고 입양해 온 꽃이라며 자랑하는 아빠에게, 제비꽃에게 물어보았는지 의문을 표하며 납치가 분명하지만, 차마 말은 못하고 꾹 참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른 봄 남산을 산책하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꽃이기도 한 제비꽃, 그때 한 번쯤 우리 집에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차마 못하고 온 적이 있었기에, 괜스레 뜨끔했습니다.


제비꽃 납치 사건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중략)

마침 휴일이라 집에 놀러 온 이모한테

"내가 입양해 온 꽃인데...."

어쩌고저쩌고 어린애처럼

자랑이 한창이다.

', 입양? 입양이라고?

아빠는 제비꽃에게 물어보았을까,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가서 함께 살겠느냐고.

그러지 않았다면, 이건 입양이 아니라

납친데, 납치가 분명한데."

나는 아빠에게 한번 따져 물으려다가

괜한 심통을 부린다고 할까 봐

꾹 참았다.

'! 깜짝 놀라는 소리' ~

 

 

만약에 제비꽃에게 가족이 있었다면 얼마나 슬퍼했을까 싶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으니까요. 자연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있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제비꽃들이, 수많은 나무들이, 수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흔한 시대에, 아이들의 마음으로 자연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 사과를 해야 할까요.

 

빨간 띠를 두른 나무들

-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누가 써 붙여 놓았을까?

빨간 띠를 두른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둥치에

흰 종이 한 장이 가지런히 붙어 있다.

그 옆에 나란히 줄지어 선

나무들마다 똑같이 빨간 띠를 두르고 있다.

, 사형 선고를 받은 나무들이란다.

며칠 전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측량을 하고 말뚝을 박느라 분주하더니만

공원 길가 쪽 나무들을 골라 그런 표시를 했단다.

찻길을 넓히려면 다 잘라 내야 한단다.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온 나무들은

어디로 이사도 못 가고 하루아침에

싹둑 잘려 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한단다.

나무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판결을 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중략)

-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중략)

'! 깜짝 놀라는 소리' ~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에게 이사를 가라는 것도 미안하건만, 그것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삶을 내려놓으라니, 어른들은 알까요? 그 나무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건 비단 나무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때로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들의 아픔은 누가 보듬어 주기나 하는 걸까요?

저자는 물어봅니다. 그렇게 나무를 잘라 내는 사람들은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본 적은 없는 것인지, 새순이 돋는 나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 적은 없는 것인지, 뜨거운 볕을 피해 서늘한 그늘로 숨어든 적은 없는 것인지...., 이제는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밥과 건전지

"학원 늦지 않게

빨리 먹어라."

엄마가 재촉할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는

생각.

잠시라도

멈추게 될까 봐,

엄마가 내게 매일매일

새 건전지로 갈아 끼우고 있다는

생각.

'! 깜짝 놀라는 소리' ~

 

 

요즘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른들은 퇴근하면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물론 아닌 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얼른 이른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거나, 학원에 갔다 와서 늦은 저녁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도서관에 갔다 오는 길에 초등학생 두 명이 걸어가면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도 추운데, 걸어가면서 컵라면이라니?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시선으로 두 아이의 모습은 너무 짠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며 컵라면을 먹으며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우리 집 두형제는 너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이 엄마가 매일매일 새로운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는 없겠지요?

 

아직 날도 춥고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봄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집니다. 바쁜 중에도 한 번쯤은 계절의 바뀜을 느낄 수 있기를, 연초록 새싹이 겨울 추위를 이기고 삐죽 나오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그때 그시절, 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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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다, 난설헌 초록서재 청소년 문고
백혜영 지음 / 초록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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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나 아름다운 책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 제목만으로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 것 같죠? 이 책은 조선시대 천재 시인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허난설헌의 일대기에 타임슬립으로 일어나는 상상의 이야기가 가미된 팩션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녀가 왜 '여성으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김성립에게 시집 간 것'이 세 가지의 한이라고 말했는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습니다. 고려시대부터 허난설헌이 시집가기 전에는 남자가 장가를 간다고 해서 결혼하면 처가에 들어가 살았다고 하는데, 허난설헌은 시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고된 시집살이와 자식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양반집 규수가 노비 옷을 입고, 남장을 하고서 신랑감을 직접 보러 갔다.

'작가의 말' ~

 

 

그 일이 실제 있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저자는 "우연히 본 문장 하나로 허난설헌이라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한 인간으로 다가왔으며,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삶에 대한 미스터리한 행적에서 출발했다고 하며, 난설헌이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의 상상을 더하여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난설헌이 유배를 간 오빠 허봉으로부터 받은 서찰을 읽으며 시작합니다. 허봉은 이이를 탄핵했다가 유배를 가게 되는데요. 유배 생활이 끝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오빠 허봉이 서찰과 함께 박산향로라는 것을 보내는데요. 견디기 힘든 순간에 향로를 쓰면 신선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다니, 그때는 그저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오빠, 동생과 함께 글공부를 할 때는 늘 웃던 난설헌은 김성립과 혼인한 뒤엔 웃음을 잃어버리게 되는데요. 그때 시를 쓰면서 시름을 달랬던 것 같습니다. 허난설헌은 시를 쓸 때 화관을 쓰고 향을 피우고 시를 읊었다고도 하는데, 책 속 난설헌의 모습은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잃었소.

서럽고도 서러운 광릉 땅이여,

두 무덤 마주 보고 나란히 솟았구려.

백양나무 가지 위 바람 쓸쓸히 불고,

도깨비 불빛만 무덤 위에 번뜩인다.

지전을 살라 너희들 혼백 부르고,

무덤 앞에 물 부어 제사 지내네.

가엾은 남매의 외로운 영혼,

밤마다 서로 어울려 노닐겠구려.

뱃속에는 어린애 들었지만,

어떻게 무사히 기를 수 있을까.

하염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다 보니,

통곡과 피눈물로 목이 메이네.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85

 

 

화관을 쓰고 시를 적으려던 순간 오빠가 보낸 향로가 생각난 난설헌, 박산향로에 향을 피우는 순간 난설헌은 몽롱해지면서 신선 세계로 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눈을 떴을 때, 난설헌의 앞에 요상한 모습의 머리를 한 남자가 죽으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남자의 목숨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달려가게 되는데요. 그 남자는 2022년을 살아가는 작가 지망생 문우진이었습니다. 옷부터 말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사람, 그 순간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전에 난설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도 난설헌은 그 남자가 죽으려 한다고 착각해서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문우진은 죽으려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푸른 바다는 구슬 바다에 젖고,

푸른 난새는 오색 난새에 기대네.

스물일곱 송이 아름다운 연꽃,

달밤 찬 서리에 붉게 떨어졌네.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162

 

 

이야기는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400년이나 더 지난 미래 세상으로 가게 된 난설헌의 이야기와 향이 꺼지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난설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됩니다. 난설헌은 미래 세상에서는 여자도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시를 짓는 순간이 오롯이 ''로 존재하는 시간이었던 현실의 난설헌에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지요.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찾기로.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가 줄 수는 없다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조선 땅에 더는 미련 따위 없다고.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180

 

 

아버지 허엽, 오빠 허성, 허봉, 동생 허균과 함께 허씨가 5문장가로도 알려진 허난설헌의 삶은 김성립에게 시집을 가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여덟 살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이라는 글을 지어서 천재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허난설헌, 그녀는 아버지와 오빠의 지지를 받으며 아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혼인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과 아들마저 잃게 되는데, 거기에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오빠마저 유배를 당한 후 죽게 되자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허난설헌은 죽기 몇 년 전에 자신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한 듯 시를 지었다고도 합니다. 그녀는 죽기 전에 동생 허균에게 자신이 쓴 시를 모두 다 불태워 없애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허균이 기억하고 있던 시와 친정에 남아있던 시를 모아서 문집을 만들었고, 그것이 명나라 사신에게 전해졌으며, 명나라에서 '난설헌집'이 간행되어 그야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후에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정작 그 당시 조선에서는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허난설헌은 죽기 전에 동생 허균에게 자신의 시를 모두 불태워 없애라는 유언을 남겼는데요. 왜 그런 유언을 남겼을까요?

허난설헌은 죽기 몇 년 전에 자신이 스물일곱에 죽는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 시를 지었는데요. 그녀는 그때 왜 그런 시를 지었을까요?

 

이 물음은 저자가 품은 의문이자 글을 쓴 출발점이 되기도 한 물음인데요. 책을 읽고 나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한 자리에서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지막 반전은 무엇보다 더 흥미로웠다는 것 알려드립니다.

꿈오리 한줄평 : 400년의 시간을 앞서 달린 난설헌, 오롯이 ''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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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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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읽었던 고전동화속에서 만난 아름답고 멋진 성에 살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그런 공주들이죠. 그런 공주는 못된 왕비나 마녀의 저주에 걸려 높은 탑에 갇히거나 아주 오랫동안 잠들기도 하고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때 공주를 구하러 나타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멋진 왕자님이죠. 그 후 둘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데요. 고전동화속 공주는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며, 운명에 맞서 싸울 생각조차도 못합니다. 멋진 왕자님이 구하러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뿐이죠.

 

요즘은 그런 공주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공주와는 전~혀 다른 공주들이 등장했습니다. 전형적인 공주의 틀을 깨고 나오는 공주들이 등장한 것이죠. 그 공주들은 아름답고 지혜로울 뿐 아니라 자기주도적이며 진취적이고 용감하고 모험심도 강하답니다.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속 공주들은 어떤 공주들일까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하고 물어봐야 할 것만 같은 마법 거울,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속의 마법 거울은 그런 쓰임과는 다르답니다. 책속 마법 거울은 마법사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여덟 명의 공주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야기는 왕과 왕비가 마법사에게 딸의 대모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됩니다.

 


훌륭한 공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거울아, 거울아, 가장 지혜롭고 뛰어난 거울아, 훌륭한 공주란 어떤 공주일까?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p.9

 

 

하지만 마법 거울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기에, 마법사는 세상에 있는 많은 공주들을 연구에 보기로 합니다. 마법사에 의해 조그맣게 변한 마법 거울은 주홍빛 리본을 달고 나뭇가지에 걸리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넓은 세상을 다니며 마법사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게 된답니다.



마법 거울은 여동생 애멀린을 구해 줄 마녀를 찾기 위해 숲속을 달리던 엘로이즈 공주를 만난 후, 왕국을 구하는 레일라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그 후 모래 더미에 파묻힌 채 누군가를 기다리던 마법 거울은 숲과 숲에 사는 야생동물에 관한 공부를 좋아하던 아베요미 공주를 만난 후,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바다를 항해하게 됩니다. 그 다음엔 '험난한 바다의 공주!'라 불리는 배를 타고 폭풍우에 휩쓸려 사라진 소년 랄프를 구해 준 엘렌 공주를 만나게 되고, 엘렌과 랄프와 함께 바다를 항해 하다가 파도에 떨어져 깊이깊이 가라앉게 됩니다. 그렇게 가라앉은 마법 거울을 악어가 삼키게 되고, 그 때문에 악어는 질식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때 티카 공주가 악어의 목구멍에서 거울을 꺼내주며 악어를 구해주게 되고, 셋은 함께 하게 됩니다. 그 후 마법 거울은 탐험가에 의해 큰 배의 서가에 자리하게 되는데요. 이야기속 이야기인 책속에 들어간 마법 거울은 이야기를 모으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말하는 시얼샤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시얼샤 공주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요. 그리고 왕궁을 청소하던 하녀에게 발견된 마법 거울은 전쟁으로 인해 고단하고 힘든 생활을 하다가 스스로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며 완벽한 공주로 거듭한 아냐 공주와 자매 공주들을 만난 후, 의회에 의해 폐쇄될 위기에 처한 정원을 구하는 공주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 공주는 왕의 딸이 아닌 그냥 이름이 '공주'로 불렸던 공주였답니다.

 

용감하고 용맹하고 아주 헌신적이었어요.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꿈보다 더 큰 가슴이 있었어요. 늘 더 나은 세상을 간절히 바랐죠. 뜨거운 사랑도 품고 있었고. 그리고.....,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p.251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속 공주들은 눈처럼 하얗고 예쁜 얼굴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커다랗고 멋진 성에서 살고 있는 공주들이 아닙니다. 피부색도 다르고 좋아하는 일도 다르며 사는 곳도 다릅니다. 하지만 여덟 명의 공주는 운명에 무릎 꿇지 않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부당한 일에 맞설 줄 알며, 멋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공주들입니다. 마법 거울이 마지막으로 만난 이름이 '공주'였던 공주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기에 만약 마법 거울이 아홉 번째 공주를 만나러 간다면, 그 주인공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느 독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고 주홍빛 리본이 달린 작은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면,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세요. 그 거울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며, 여러분은 마법 거울이 만나게 될 아홉 번째 공주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꿈오리 한줄평 : 지금까지의 공주는 잊어라, 새로운 공주의 시대가 올지니, 아홉 번째 공주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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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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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과 초록색 그리고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하얀색, 신비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의 표지가 시선을 끄는 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오르빌뢰르는 '예루살렘 포스트'지가 선정한 2021년 영향력 있는 50인의 유대인 중 한 사람이자, 프랑스의 세 번째 여자 랍비입니다.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기자로 활동한 후에, 뉴욕에서 랍비가 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사람들이 삶의 전환점에서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들 곁에 있다" 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시간 사이와 세대 사이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존재할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거룩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사이에 통로를 열고, 이야기꾼의 역할은 그 입구에 서 있으면서 그곳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일견 터무니없고 모순된 이름으로 불린다. '베트 아하임', 이름하여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이다. 이는 죽음을 부정하거나 죽음을 지우면서 죽음을 물리치려는 시도와 무관하다. 그것은 오히려 죽음을 언어 바깥에 놓으면서 죽음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 p.31

 

 

죽음은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죽음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슬픔만을 안겨주는 것일까요? 만약 가족이나 ''에게 급작스럽게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때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자, 삶을 마무리하고 끝을 맺는 휴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죽음이 휴식이라고 한다면 슬퍼해야할 대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가까운 사람이나 ''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죽음을 휴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바로 이런 순간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탈무드의 전승들도 카디시에 기묘한 힘을 선사하고, 이 기도가 조상의 전례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한 전례를 이룬다고 단언한다. 그러니까 고인을 추모하며 카디시를 낭송함으로써 그의 영혼이 창조주와 합일하는 숭고한 높이로까지 나아갈 때 더 빨리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p.116

 

 

총기 테러 사건으로 인한 죽음,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고 고난의 삶을 살아온 생존자의 죽음, 동생의 죽음, 친구의 죽음, 암살로 인한 죽음...,묘지에서 카디시를 낭송하고 장례 집전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한 저자는 그곳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일으키는 두려움과 고통, 슬픔을 마주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동생을 떠나보낸 형의 이야기와 친구를 떠나보낸 이야기였는데요. 저자의 의도와는 다를지라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조금 더 깊이 공감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로,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이야기로 말이지죠.

 

무너져내린 것은 그들의 세상, 그들의 가족 혹은 친지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온 세상이다. 한 아이의 죽음이 초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모두의 세상의 와해, 인류는 미래가 한순간에 과거가 되어버린 부모의 모습이 되어 형언할 수 없는 혼돈의 집단의식에 빠진다.

(중략)

우리는 부모를 여의면 고아가 되고, 배우자를 잃으면 과부나 홀아비가 된다. 그렇다면 자식을 잃었을 때 우리는 뭐가 될까?

(중략)

자식을 잃은 부모는 히브리어에서 과실을 딴 나무줄기나 과립이 떨어진 포도송이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수액이 줄기 속에서 흐르지만 이제 갈 곳을 잃고 눈이 메마른다. 생의 조각이 그것을 떠났기 때문이다.

(중략)

가족을 남기고 떠나는 두려움, 자식의 성장을 보지 못하는 두려움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잃는 두려움, 망각의 두려움, 변화의 두려움, 자신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질병은 서서히 내 친구를 바꿔놓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리안을 그녀이자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중략)

떠나는 자의 무언가가 살아남은 자들의 생을 구성하여 앞으로 그들이 될 자와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너에게서 비롯되고 영원히 우리와 하나되어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갈 것의 목소리를 들어라.

'당신이 살았던 날들'p.135~175

 

 

죽음은 그저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무덤 위에 조약돌을 올려놓은 것은 무덤에 안식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그의 유산에 포함된다는 것을, 그의 이야기를 연장하는 잇따르는 세대들에 속한다고 선언하는 것' 처럼 삶과 이어져 있음을, 그들은 떠났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긴밀하게 유대를 맺고 있음을, 그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끝이 아닌 무한하게 이어지는 삶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만나게 됩니다.

 

유대인의 전통과 삶의 철학, 성서 등 익숙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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