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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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에 ''''를 담고, 한 글자에 '가족''우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 글자 속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책은 1'글이 고이는 샘', 2'살아내는 이유', 3'그늘에 핀 꽃', 4'어두움 너머' 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9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사건과 배경이 어떠하든 주인공은 늘 당신입니다. 문장에 등장하는 주인이 나였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흉기로 나는 상처보다 말로 입는 상처가 많다. 흉기로 난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약이 없다. 유일한 약이라면 말이다. 말이 말을 덮고 말이 말을 보듬는다. 잊지 말자. 자신의 숨을 스스로 끊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우리가 무심코 뱉는 말은 숨을 끊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숨을 여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65

 

 

저자는 "말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한다. 그런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숲처럼 맑아지지 않고 혼탁해지는 건 왜일까"라고 묻습니다. 저자의 물음은 우리 모두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신문이나 뉴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인 방송까지 가세해서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것들을 보고 들어야 합니다. 때로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나 이야기도 억지로 보고 들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로는 단 한 문장의 말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한 사람의 생명의 앗아가기도 합니다. 한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알았지만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기 때문일까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내 말은 반으로 줄이고 상대방의 말은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라는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이 독이 아닌 약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엄마가 사는 곳은 마을회관입니다. 이년 째 마을회관에서 지냅니다. 낡은 시골집을 수리하는 동안 마을회관에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중략) 엄마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엄마는 노인요양원에서 삽니다. 엄마에게 요양원은 마을회관입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의 시골집은 오늘도 수리 중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수리 중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오메, 이쁜 내 새끼."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71~73

 

 

저자는 엄마가 그곳을 마을회관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할 용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확인을 통해 밝혀질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곳이 마을회관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엄마가 견뎌낼 하루하루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설에도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게 된 자식들은 마음 한켠이 늘 불편할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그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저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었음에도 예순 살이 다 되어가는 자식에게 "오메, 이쁜 내 새끼."라고 말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이기에 돌아서는 자식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마음이 아립니다.

배고픈 이웃이 거리를 헤매는데, 나는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 죄로 10만 원의 벌금형을 나 자신에게 내립니다. 아울러 본 법정에 있는 검사와 변호사, 교도관과 방청객 모두에게도 5천 원의 벌금형을 내립니다. 생존을 위해 빵을 훔쳐야 할 만큼 어려운 이웃이 있는데,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125

 

 

19351, 미국 뉴욕의 야간법정에 빵을 훔친 할머니가 절도죄로 법정에 서있었습니다. 딸은 병들어 누워 있고, 사위는 연락조차 없는 상황에서 며칠째 굶고 있는 손자를 위해 몇 봉지의 빵을 훔쳤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은 딱한 사정은 알지만 본보기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판사의 선처를 기대하던 방청객들은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을 내린 판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성토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판결문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벌금을 냅니다. 가게 주인조차도 말이지요. 그렇게 걷힌 돈으로 벌금을 내고 나머지는 할머니에게 전해졌습니다. 판사의 현명한 판결 속에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런 판결을 내릴 판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비들의 세대가 군부독재와 맞서 싸울 때, 너희들의 세대는 스펙과 취업의 벽에 맞서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비들의 세대가 민주주의를 부르짖을 때, 너희들의 세대는 '영투빚끌'의 유혹을 견디며 암울한 현실과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들아, 못난 아비의 잘못이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238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50대는 꼰대라 불리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제기하는 20대는 개념이 없는 세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그럼에도 각 세대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임을,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동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조차도 무서워하는 동물, 지구별에 사는 동물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동물은 누구일까요?

흙탕물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주변을 정화한다는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 같은 인물들인 청소노동자들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진정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굳이 갑과 을을 따지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뽑아주고 월급까지 주는 국민들이 을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한 글자에 담아낸 '''' 그리고 '가족''우리'들의 이야기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책을 덮으며 책속 이야기들이 왜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인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이야기들이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님을 알기에...,

 

꿈오리 한줄평 : 나와 너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며, 때로는 분노하게 되는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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