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도둑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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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도둑? 나이를 훔친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나이를 훔치는 것일까요? 나이를 도둑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나이를 훔치는 도둑은 누군가의 나이를 훔쳐 젊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늙어지는 것일까요? 혹시 '젊어지는 샘물'처럼 너무 많이 훔쳐서 어린 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옵니다.

 

이미 먹어 버린 사과는 훔칠 수 없지만,

아직 먹지 않은 사과는 훔칠 수 있다.

나이도 마찬가지다.

'나이 도둑' ~

 

 

'나이 도둑'은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길러내는 작가들의 작가인 저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서 쓴 미스터리 동화로 가족 이야기를 주축으로 세대 갈등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린이동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판타스틱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몰입감을 높입니다. '수상한 수요일, 목숨 걸린 목요일, 금쪽같은 금요일', 목차만 봐도 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할머니, 일어나 보세요. 이런 데서 주무시다 큰일 나요.

'나이 도둑' p.8

 

 

이야기는 경찰 두 사람이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는 할머니를 깨우면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차림새가 조~금 이상합니다. 헐렁한 후드티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 거기에 아이들 책가방처럼 보이는 배낭까지 메고 있다니요. 집으로 모셔 드린다는 경찰들의 호의를 과감히 물리친 할머니, 휴대폰 셀카 모드로 자신의 모습을 본 할머니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왜냐하면 할머니의 나이는 열세 살이었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어야 했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열세 살 아이가 자신의 할머니보다 더 나이 든 할머니로 변한 것일까요? 소금 초등학교 6학년 3반 강은설은 이렇게 갑자기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잠이 든 것 같기도 한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학원 가는 버스를 탔고,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는데 등산복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바로 옆에 서 있었으며, 자리를 양보하라는 듯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할아버지에게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며 모른 척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계속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화가 난 은설이는 할아버지를 밀치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누군가가 불렀습니다. 은설이의 기억은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다섯 살 때 엄마에 의해 강제로 맡겨져 초둥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의 전화였죠. 그때 할머니가 자신을 잘 챙겨주었다는 건 알지만, 할머니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할머니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이제 일을 하고 있을 엄마에게서도 전화가 옵니다. 하지만 모습뿐 아니라 행동까지 모든 것이 할머니가 된 은설이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보다 더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을 한 자신을 딸이라고, 손녀라고 믿어주기나 할까요? 절친하고는 싸워서 도움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은설이는 어떻게 할까요?

 



하지만 함께 수제비를 만들고, 그걸 나누어 먹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변해 버린 겉모습임에도 나 강은설을 강은설로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니까. '나이 도둑' p.87

 

 

가족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는 엄마, 그런데 은설이도 엄마도 모르는 은설이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은설이가 은설이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은설이는 자신이 은설이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 지금 시각이 413. 강은설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그리고 내 몸뚱이 뒤로 얇은 천 같은 게 씌워졌다. 내가 죽었다고? 이제 겨우 열세 살인데, 내가 죽었다고? '나이 도둑' p.93

 

 

병원에 가는 길,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할머니를 보고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보호하려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은설이는 이렇게 죽음을 선고받습니다. 할머니와 엄마의 통곡, 은설이는 정말 이렇게 죽는 것일까요?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사람을 누구일까요?

그 사람은 왜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것일까요?

나이를 도둑맞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언니는 내게서 나이를 훔쳐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내던 소중한 존재들을 찾아 준 셈이다. 내 곁의 사람들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

'나이 도둑' p.176

 

 

누군가는 자신의 나이에 원하는 만큼 나이를 더하고 싶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나이에서 원하는 만큼 나이를 빼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은 가끔 자기도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 싶습니다. 어른들이 '공부만 할 때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른들은 만약 자신이 그때로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라는 말도 하지만, 그건 일어나지 않을 일이이게 할 수 있는 말이겠지요? 나이 든 어르신들은 어떨까요? 자신이 원하던 그 나이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저도 가끔은 아이들 다 독립시키고 오롯이 혼자서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면서 느긋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정 엄마가 수술을 하게 되면서 함께 지내다 보니, 현실적으로 느긋한 노년의 삶 그 너머에 신체적인 질병이나 배우자의 죽음, 그리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보내는 고립감이나 상실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온 가족이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오늘 이 순간이 어느 날에 떠올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이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설이는 그토록 싫어하던 할머니(물론 이유가 있었지만)를 할머니의 몸이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됩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은설이 자신도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말이죠. 나이 도둑이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로 인해 은설이는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존재들의 의미를, 그들과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꿈오리 한줄평: 오늘은 여러분이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자, 살아온 날 중 가장 늙은 날, 그리고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하는 가장 행복한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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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올챙이의 비밀
베로니크 코시 지음, 바루 그림, 박선주 옮김, 고은경 외 감수 / 마리앤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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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툰베리'들을 위한 미스터리 환경그림책

'돌연변이 올챙이의 비밀' ~

 

 

만약 다리가 여섯 개인 올챙이를 본다면?

만약 눈이 툭 튀어나오고 몸통의 비늘이 떨어지고 물집이 보이며 꼬리가 흐물거리는 물고기를 본다면?

만약 이상하고 냄새나는 무언가를 하천에 버리는 누군가를 보게 된다면?

실제로 본 일을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무서운 일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표지 그림과 제목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이 느껴집니다. 돌연변이 올챙이라니? 하지만 올챙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대기업에서 유출한 화학물질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병들어 갔으며, 우연히 이를 알게 된 에린브로코비치라는 변호사 보조원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이기는 이야기인데요. '돌연변이 올챙이의 비밀'에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루이네 가족은 다리를 다친 클로딘 할머니 댁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대신해 농장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낯선 시골 생활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루이와 누나는 동물들과 농작물을 돌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직접 기른 농작물로 만든 음식들을 먹을 때도요.

 

루이와 누나는 마을 구석구석 탐험을 하기로 합니다. 그러다 작은 하천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하천에서 잡은 올챙이 한 마리가 조금 이상합니다. 다리가 여섯 개인 올챙이라니? 게다가 하천 물속으로 들어가 놀았던 강아지의 몸에선 썩은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낚시를 하면서 병든 물고기를 낚게 되는데요. 루이네 가족은 무언가 찜찜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고 또 우리가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제품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단다. 요즘 같은 이상 기온 현상도 자연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란다. 또 환경 오염은 동식물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말이야.

'돌연변이 올챙이의 비밀' ~

 


 


찌는 듯 한 불볕더위를 피해 밤에 올챙이를 잡으러 간 루이와 누나, 그런데 하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럭이 무언가를 쏟아 놓고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고약한 냄새와 함께 뭔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트럭이 쏟고 간 것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닭들, 설사를 하는 토끼들, 농장의 동물들은 왜 그런 걸까요?

하루 종일 생채기가 날 정도로 몸을 긁어대는 강아지, 강아지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루이와 누나는 그동안의 사건들을 떠올리며 추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단서를 찾게 되는데요. 루이와 누나가 찾은 단서는 바로..., 농장의 동물들과 농작물들, 그리고 클로딘 할머니까지..., 루이와 누나가 찾은 하나의 단서는 무엇일까요? 루이와 누나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돌연변이 올챙이의 비밀'은 환경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어려운 단어에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분류배출 표시법''우리를 놀라게 한 폐기물 사건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환경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리 비용을 아끼려고 산업폐기물을 몰래 매립한 현장을 적발했다든가, 중금속과 화학약품으로 오염된 폐수를 몰래 하천에 방류한 업체를 적발했다든가, 영농폐기물을 불법으로 소각하다가 적발되었다는 등의 뉴스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처리 비용을 아끼려고 했던 그 일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절대 잊지 말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처리 비용을 아끼려고 했던 일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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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 한 글자로 시작된 사유, 서정, 문장
고향갑 지음 / 파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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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에 ''''를 담고, 한 글자에 '가족''우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 글자 속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책은 1'글이 고이는 샘', 2'살아내는 이유', 3'그늘에 핀 꽃', 4'어두움 너머' 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9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사건과 배경이 어떠하든 주인공은 늘 당신입니다. 문장에 등장하는 주인이 나였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흉기로 나는 상처보다 말로 입는 상처가 많다. 흉기로 난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약이 없다. 유일한 약이라면 말이다. 말이 말을 덮고 말이 말을 보듬는다. 잊지 말자. 자신의 숨을 스스로 끊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우리가 무심코 뱉는 말은 숨을 끊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숨을 여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65

 

 

저자는 "말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한다. 그런데 말을 하면 할수록 숲처럼 맑아지지 않고 혼탁해지는 건 왜일까"라고 묻습니다. 저자의 물음은 우리 모두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신문이나 뉴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인 방송까지 가세해서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것들을 보고 들어야 합니다. 때로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나 이야기도 억지로 보고 들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때로는 단 한 문장의 말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한 사람의 생명의 앗아가기도 합니다. 한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알았지만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기 때문일까요?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내 말은 반으로 줄이고 상대방의 말은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라는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과 호흡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이 독이 아닌 약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엄마가 사는 곳은 마을회관입니다. 이년 째 마을회관에서 지냅니다. 낡은 시골집을 수리하는 동안 마을회관에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중략) 엄마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엄마는 노인요양원에서 삽니다. 엄마에게 요양원은 마을회관입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의 시골집은 오늘도 수리 중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수리 중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오메, 이쁜 내 새끼."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71~73

 

 

저자는 엄마가 그곳을 마을회관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할 용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확인을 통해 밝혀질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곳이 마을회관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엄마가 견뎌낼 하루하루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설에도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게 된 자식들은 마음 한켠이 늘 불편할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그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저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었음에도 예순 살이 다 되어가는 자식에게 "오메, 이쁜 내 새끼."라고 말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이기에 돌아서는 자식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마음이 아립니다.

배고픈 이웃이 거리를 헤매는데, 나는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 죄로 10만 원의 벌금형을 나 자신에게 내립니다. 아울러 본 법정에 있는 검사와 변호사, 교도관과 방청객 모두에게도 5천 원의 벌금형을 내립니다. 생존을 위해 빵을 훔쳐야 할 만큼 어려운 이웃이 있는데,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125

 

 

19351, 미국 뉴욕의 야간법정에 빵을 훔친 할머니가 절도죄로 법정에 서있었습니다. 딸은 병들어 누워 있고, 사위는 연락조차 없는 상황에서 며칠째 굶고 있는 손자를 위해 몇 봉지의 빵을 훔쳤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은 딱한 사정은 알지만 본보기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판사의 선처를 기대하던 방청객들은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을 내린 판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성토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판결문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벌금을 냅니다. 가게 주인조차도 말이지요. 그렇게 걷힌 돈으로 벌금을 내고 나머지는 할머니에게 전해졌습니다. 판사의 현명한 판결 속에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런 판결을 내릴 판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비들의 세대가 군부독재와 맞서 싸울 때, 너희들의 세대는 스펙과 취업의 벽에 맞서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비들의 세대가 민주주의를 부르짖을 때, 너희들의 세대는 '영투빚끌'의 유혹을 견디며 암울한 현실과 싸운다는 걸 잠시 잊었다. 아들아, 못난 아비의 잘못이다.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p.238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50대는 꼰대라 불리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제기하는 20대는 개념이 없는 세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음을, 그럼에도 각 세대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임을,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동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조차도 무서워하는 동물, 지구별에 사는 동물들 중 가장 무시무시한 동물은 누구일까요?

흙탕물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주변을 정화한다는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 같은 인물들인 청소노동자들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진정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굳이 갑과 을을 따지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뽑아주고 월급까지 주는 국민들이 을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한 글자에 담아낸 '''' 그리고 '가족''우리'들의 이야기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책을 덮으며 책속 이야기들이 왜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인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이야기들이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님을 알기에...,

 

꿈오리 한줄평 : 나와 너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며, 때로는 분노하게 되는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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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 놀라는 소리 - 개정판
신형건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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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네 마을 회관 앞에 뻥튀기 아저씨가 찾아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옥수수나 쌀, 콩 등의 곡물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건너편엔 동네 아이들이 언제쯤 뻥~ 튀겨져 나올까를 기다리고 있고는 했습니다. '!' 터지는 소리는 무섭지만, 금방 나온 뻥튀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길 수는 없었답니다. 고대하던 '!' 터지는 소리와 '~!' 하고 놀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동시에 들렸습니다. 동시집 '! 깜짝 놀라는 소리' 표지를 보자마자 뻥튀기를 기다리던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도, 여름에 물놀이를 하다가 작은 물고기를 보려고 물속으로 얼굴을 들이밀 때도, 가을에 벼 사이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다닐 때도, 겨울에 장독대 위에 쌓인 하얀 눈을 살포시 떠서 입에 넣을 때도 '!, !, 우와!'하는 감탄사를 정말 많이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지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는데, 아이들을 웬만큼 키우고 나니 다시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는 어느 날에 나무 가지 위로 뾰족 솟아나온 작은 잎을 보면, 절로 '!' 하는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저자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심코 토해 냈던 탄성들이 내 마음에 울림으로 남아 있다가 한 장의 그림이 되고 몇 마디의 노래가 되었던 것입니다." 라며 '!' 소리가 시를 태어나게 하는 첫 마디였다고 말합니다. '! 깜짝 놀라는 소리'1'물방울 물방울 물방울 눈들', 2'푸르른 그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3'꽃들에게 가서 그 얼굴 좀 보여주렴, 4', 저어기 음표 하나가 돌아다닌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1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2016년에 펴냈던 시집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펴낸 개정판으로 이 시집에 실린 <공 튀는 소리>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신형건 시인의 동시 중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이 참 많습니다. 보랏빛 고운 꿈을 담은 '제비꽃'은 정말 좋아하는 동시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선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모습을 '제비꽃 납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는데요. 꽃을 피운 제비꽃을 보고 입양해 온 꽃이라며 자랑하는 아빠에게, 제비꽃에게 물어보았는지 의문을 표하며 납치가 분명하지만, 차마 말은 못하고 꾹 참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른 봄 남산을 산책하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꽃이기도 한 제비꽃, 그때 한 번쯤 우리 집에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차마 못하고 온 적이 있었기에, 괜스레 뜨끔했습니다.


제비꽃 납치 사건

풀꽃을 좋아하는 아빠가

양재천 둑에서 제비꽃을 캐다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중략)

마침 휴일이라 집에 놀러 온 이모한테

"내가 입양해 온 꽃인데...."

어쩌고저쩌고 어린애처럼

자랑이 한창이다.

', 입양? 입양이라고?

아빠는 제비꽃에게 물어보았을까,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가서 함께 살겠느냐고.

그러지 않았다면, 이건 입양이 아니라

납친데, 납치가 분명한데."

나는 아빠에게 한번 따져 물으려다가

괜한 심통을 부린다고 할까 봐

꾹 참았다.

'! 깜짝 놀라는 소리' ~

 

 

만약에 제비꽃에게 가족이 있었다면 얼마나 슬퍼했을까 싶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으니까요. 자연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있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제비꽃들이, 수많은 나무들이, 수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흔한 시대에, 아이들의 마음으로 자연을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 사과를 해야 할까요.

 

빨간 띠를 두른 나무들

-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누가 써 붙여 놓았을까?

빨간 띠를 두른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둥치에

흰 종이 한 장이 가지런히 붙어 있다.

그 옆에 나란히 줄지어 선

나무들마다 똑같이 빨간 띠를 두르고 있다.

, 사형 선고를 받은 나무들이란다.

며칠 전 시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측량을 하고 말뚝을 박느라 분주하더니만

공원 길가 쪽 나무들을 골라 그런 표시를 했단다.

찻길을 넓히려면 다 잘라 내야 한단다.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온 나무들은

어디로 이사도 못 가고 하루아침에

싹둑 잘려 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한단다.

나무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판결을 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중략)

- 지금, 이 나무들이 울고 있어요!

(중략)

'! 깜짝 놀라는 소리' ~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에게 이사를 가라는 것도 미안하건만, 그것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삶을 내려놓으라니, 어른들은 알까요? 그 나무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건 비단 나무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때로는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들의 아픔은 누가 보듬어 주기나 하는 걸까요?

저자는 물어봅니다. 그렇게 나무를 잘라 내는 사람들은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본 적은 없는 것인지, 새순이 돋는 나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 적은 없는 것인지, 뜨거운 볕을 피해 서늘한 그늘로 숨어든 적은 없는 것인지...., 이제는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밥과 건전지

"학원 늦지 않게

빨리 먹어라."

엄마가 재촉할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는

생각.

잠시라도

멈추게 될까 봐,

엄마가 내게 매일매일

새 건전지로 갈아 끼우고 있다는

생각.

'! 깜짝 놀라는 소리' ~

 

 

요즘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른들은 퇴근하면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물론 아닌 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얼른 이른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거나, 학원에 갔다 와서 늦은 저녁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도서관에 갔다 오는 길에 초등학생 두 명이 걸어가면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날도 추운데, 걸어가면서 컵라면이라니?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시선으로 두 아이의 모습은 너무 짠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며 컵라면을 먹으며 제 옆을 지나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우리 집 두형제는 너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이 엄마가 매일매일 새로운 건전지를 끼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는 없겠지요?

 

아직 날도 춥고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봄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집니다. 바쁜 중에도 한 번쯤은 계절의 바뀜을 느낄 수 있기를, 연초록 새싹이 겨울 추위를 이기고 삐죽 나오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감탄의 대상이 되었던 그때 그시절, 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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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다, 난설헌 초록서재 청소년 문고
백혜영 지음 / 초록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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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나 아름다운 책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 제목만으로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 것 같죠? 이 책은 조선시대 천재 시인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허난설헌의 일대기에 타임슬립으로 일어나는 상상의 이야기가 가미된 팩션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녀가 왜 '여성으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김성립에게 시집 간 것'이 세 가지의 한이라고 말했는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습니다. 고려시대부터 허난설헌이 시집가기 전에는 남자가 장가를 간다고 해서 결혼하면 처가에 들어가 살았다고 하는데, 허난설헌은 시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고된 시집살이와 자식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양반집 규수가 노비 옷을 입고, 남장을 하고서 신랑감을 직접 보러 갔다.

'작가의 말' ~

 

 

그 일이 실제 있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저자는 "우연히 본 문장 하나로 허난설헌이라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한 인간으로 다가왔으며,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삶에 대한 미스터리한 행적에서 출발했다고 하며, 난설헌이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의 상상을 더하여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난설헌이 유배를 간 오빠 허봉으로부터 받은 서찰을 읽으며 시작합니다. 허봉은 이이를 탄핵했다가 유배를 가게 되는데요. 유배 생활이 끝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오빠 허봉이 서찰과 함께 박산향로라는 것을 보내는데요. 견디기 힘든 순간에 향로를 쓰면 신선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다니, 그때는 그저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오빠, 동생과 함께 글공부를 할 때는 늘 웃던 난설헌은 김성립과 혼인한 뒤엔 웃음을 잃어버리게 되는데요. 그때 시를 쓰면서 시름을 달랬던 것 같습니다. 허난설헌은 시를 쓸 때 화관을 쓰고 향을 피우고 시를 읊었다고도 하는데, 책 속 난설헌의 모습은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 잃었소.

서럽고도 서러운 광릉 땅이여,

두 무덤 마주 보고 나란히 솟았구려.

백양나무 가지 위 바람 쓸쓸히 불고,

도깨비 불빛만 무덤 위에 번뜩인다.

지전을 살라 너희들 혼백 부르고,

무덤 앞에 물 부어 제사 지내네.

가엾은 남매의 외로운 영혼,

밤마다 서로 어울려 노닐겠구려.

뱃속에는 어린애 들었지만,

어떻게 무사히 기를 수 있을까.

하염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다 보니,

통곡과 피눈물로 목이 메이네.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85

 

 

화관을 쓰고 시를 적으려던 순간 오빠가 보낸 향로가 생각난 난설헌, 박산향로에 향을 피우는 순간 난설헌은 몽롱해지면서 신선 세계로 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눈을 떴을 때, 난설헌의 앞에 요상한 모습의 머리를 한 남자가 죽으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남자의 목숨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달려가게 되는데요. 그 남자는 2022년을 살아가는 작가 지망생 문우진이었습니다. 옷부터 말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사람, 그 순간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전에 난설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도 난설헌은 그 남자가 죽으려 한다고 착각해서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문우진은 죽으려는 것이 아니었답니다.

 

푸른 바다는 구슬 바다에 젖고,

푸른 난새는 오색 난새에 기대네.

스물일곱 송이 아름다운 연꽃,

달밤 찬 서리에 붉게 떨어졌네.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162

 

 

이야기는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400년이나 더 지난 미래 세상으로 가게 된 난설헌의 이야기와 향이 꺼지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난설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됩니다. 난설헌은 미래 세상에서는 여자도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시를 짓는 순간이 오롯이 ''로 존재하는 시간이었던 현실의 난설헌에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지요.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찾기로.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가 줄 수는 없다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조선 땅에 더는 미련 따위 없다고.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p.180

 

 

아버지 허엽, 오빠 허성, 허봉, 동생 허균과 함께 허씨가 5문장가로도 알려진 허난설헌의 삶은 김성립에게 시집을 가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여덟 살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이라는 글을 지어서 천재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허난설헌, 그녀는 아버지와 오빠의 지지를 받으며 아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혼인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과 아들마저 잃게 되는데, 거기에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오빠마저 유배를 당한 후 죽게 되자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허난설헌은 죽기 몇 년 전에 자신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한 듯 시를 지었다고도 합니다. 그녀는 죽기 전에 동생 허균에게 자신이 쓴 시를 모두 다 불태워 없애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허균이 기억하고 있던 시와 친정에 남아있던 시를 모아서 문집을 만들었고, 그것이 명나라 사신에게 전해졌으며, 명나라에서 '난설헌집'이 간행되어 그야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후에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정작 그 당시 조선에서는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허난설헌은 죽기 전에 동생 허균에게 자신의 시를 모두 불태워 없애라는 유언을 남겼는데요. 왜 그런 유언을 남겼을까요?

허난설헌은 죽기 몇 년 전에 자신이 스물일곱에 죽는 것을 예견이라도 하듯 시를 지었는데요. 그녀는 그때 왜 그런 시를 지었을까요?

 

이 물음은 저자가 품은 의문이자 글을 쓴 출발점이 되기도 한 물음인데요. 책을 읽고 나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한 자리에서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지막 반전은 무엇보다 더 흥미로웠다는 것 알려드립니다.

꿈오리 한줄평 : 400년의 시간을 앞서 달린 난설헌, 오롯이 ''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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