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도둑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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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도둑? 나이를 훔친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나이를 훔치는 것일까요? 나이를 도둑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나이를 훔치는 도둑은 누군가의 나이를 훔쳐 젊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늙어지는 것일까요? 혹시 '젊어지는 샘물'처럼 너무 많이 훔쳐서 어린 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옵니다.

 

이미 먹어 버린 사과는 훔칠 수 없지만,

아직 먹지 않은 사과는 훔칠 수 있다.

나이도 마찬가지다.

'나이 도둑' ~

 

 

'나이 도둑'은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길러내는 작가들의 작가인 저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서 쓴 미스터리 동화로 가족 이야기를 주축으로 세대 갈등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린이동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판타스틱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몰입감을 높입니다. '수상한 수요일, 목숨 걸린 목요일, 금쪽같은 금요일', 목차만 봐도 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할머니, 일어나 보세요. 이런 데서 주무시다 큰일 나요.

'나이 도둑' p.8

 

 

이야기는 경찰 두 사람이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는 할머니를 깨우면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차림새가 조~금 이상합니다. 헐렁한 후드티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 거기에 아이들 책가방처럼 보이는 배낭까지 메고 있다니요. 집으로 모셔 드린다는 경찰들의 호의를 과감히 물리친 할머니, 휴대폰 셀카 모드로 자신의 모습을 본 할머니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왜냐하면 할머니의 나이는 열세 살이었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어야 했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열세 살 아이가 자신의 할머니보다 더 나이 든 할머니로 변한 것일까요? 소금 초등학교 6학년 3반 강은설은 이렇게 갑자기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잠이 든 것 같기도 한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학원 가는 버스를 탔고,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는데 등산복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바로 옆에 서 있었으며, 자리를 양보하라는 듯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할아버지에게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며 모른 척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계속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화가 난 은설이는 할아버지를 밀치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누군가가 불렀습니다. 은설이의 기억은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다섯 살 때 엄마에 의해 강제로 맡겨져 초둥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의 전화였죠. 그때 할머니가 자신을 잘 챙겨주었다는 건 알지만, 할머니 때문에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할머니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이제 일을 하고 있을 엄마에게서도 전화가 옵니다. 하지만 모습뿐 아니라 행동까지 모든 것이 할머니가 된 은설이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보다 더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을 한 자신을 딸이라고, 손녀라고 믿어주기나 할까요? 절친하고는 싸워서 도움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은설이는 어떻게 할까요?

 



하지만 함께 수제비를 만들고, 그걸 나누어 먹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변해 버린 겉모습임에도 나 강은설을 강은설로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니까. '나이 도둑' p.87

 

 

가족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 않는 엄마, 그런데 은설이도 엄마도 모르는 은설이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은설이가 은설이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은설이는 자신이 은설이임을 증명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 지금 시각이 413. 강은설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그리고 내 몸뚱이 뒤로 얇은 천 같은 게 씌워졌다. 내가 죽었다고? 이제 겨우 열세 살인데, 내가 죽었다고? '나이 도둑' p.93

 

 

병원에 가는 길,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할머니를 보고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보호하려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은설이는 이렇게 죽음을 선고받습니다. 할머니와 엄마의 통곡, 은설이는 정말 이렇게 죽는 것일까요?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사람을 누구일까요?

그 사람은 왜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것일까요?

나이를 도둑맞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언니는 내게서 나이를 훔쳐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내던 소중한 존재들을 찾아 준 셈이다. 내 곁의 사람들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

'나이 도둑' p.176

 

 

누군가는 자신의 나이에 원하는 만큼 나이를 더하고 싶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나이에서 원하는 만큼 나이를 빼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은 가끔 자기도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 싶습니다. 어른들이 '공부만 할 때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른들은 만약 자신이 그때로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라는 말도 하지만, 그건 일어나지 않을 일이이게 할 수 있는 말이겠지요? 나이 든 어르신들은 어떨까요? 자신이 원하던 그 나이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저도 가끔은 아이들 다 독립시키고 오롯이 혼자서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면서 느긋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정 엄마가 수술을 하게 되면서 함께 지내다 보니, 현실적으로 느긋한 노년의 삶 그 너머에 신체적인 질병이나 배우자의 죽음, 그리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보내는 고립감이나 상실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온 가족이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오늘 이 순간이 어느 날에 떠올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이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설이는 그토록 싫어하던 할머니(물론 이유가 있었지만)를 할머니의 몸이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됩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은설이 자신도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도 말이죠. 나이 도둑이 은설이의 나이를 훔쳐 간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로 인해 은설이는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존재들의 의미를, 그들과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꿈오리 한줄평: 오늘은 여러분이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자, 살아온 날 중 가장 늙은 날, 그리고 소중한 존재들과 함께 하는 가장 행복한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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