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1948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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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618일 새벽 315, 11연대장 대령 박진경 피살, 중위 문상길과 하사 손선호 상관 살해 혐의로 체포. p.10

 

이야기는 "!" 하는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대장을 살해한 혐의로 22살의 문상길 중위와 20살의 손선호 하사가 체포됩니다. "더는 사람들이 죽게 놔둘 수 없다"고 외치는 문 중위와 손 하사, 그들은 왜 그들의 상관인 연대장에게 총을 쏜 것일까요?

 

<, 1948>은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역사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4.3이 반란인 줄,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일으킨 일"인줄 알았거나 꿈오리처럼 제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찰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잡아간다는 소문에 들리는데, 밤마다 어딘가 가는 남편을 보니 진숙은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게 마실을 간 줄 알았던 남편 기욱이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경찰의 발포는 시위대로 부터 경찰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며 샅샅이 조사해서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그 일로 진숙도 지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됩니다. 남편 기욱의 행방을 묻지만, 진숙은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기욱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여름에서 겨울 사이 2천 명이 넘는 외지인이 제주에 들어왔다. 사람들을 그들을 서북청년단이라고 불렀다. 나랏일 하는 높은 사람들이 보냈다는 말도 있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잡아갔다. 잡혀가지 않으려고 버티면 몽둥이를 들고 때렸다. 울던 아이들도 서북청년단이란 말을 들으면 무서워서 울음을 그치고 이불 속으로 숨었다. p.50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라 외치는 서북청년단의 중심에 장동춘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 밑에서 일하던 경찰이었던 장동춘, 다시 경찰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부하들을 이끌고 제주로 온 장동춘,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고 물건이나 양식을 빼앗아가는 장동춘, 그럼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장동춘, 그는 일제강점기 땐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하고, 해방 후엔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비열하고 악랄한 인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나, 나 시인 될 거여. 친구들이랑 문학회 만들언.

(중략)

우리는 그런 거 몰라 마씸. 그냥 이육사 시 읽고 공부하고 있어수다. 이거 봅서. p.99~100

 

진숙의 동생 진수는 마을 친구들과 문학회를 만들어 시를 읽고 공부를 할 예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함께 공부를 하려던 친구들이 모두 빨갱이로 몰려 서북청년단원들에게 끌려 가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죽창에 찔려 죽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를 공부하려던 어린 아이들이었을 뿐임에도....,

 

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차가운 바다에서 죽창에 찔려 죽어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저자, 저자는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쓴 것은 "누군가의 잘못을 들춰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 분들을 위해, 그리고 아픈 역사를 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썼다." 고 말이지요. 너무나 가슴 아픈 역사지만 결코 잊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죄가 있어서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 잡혀가면 죄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었다.

(중략)

죽은 아버지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고 빨갱이라며 총을 쐈습니다. , 더는 여기 못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문상길, 손선호! 상관 살해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었다. (중략) 두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사형 집행1호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문상길 22, 손선호 20세였다. p.153~173

 

이야기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두 사람,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가 그들의 상관인 연대장을 암살하고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며 끝이 납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진숙 가족과 문상길 중위, 그들의 연결 고리인 진숙의 시누이 순욱, 그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왜놈들은 왜놈들이니까 그렇댄 허고, 같은 민족끼리 이게 무슨 일이냐게?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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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우주 살기 - 달 기지부터 화성 테라포밍까지, 과학자들의 지구 이전 프로젝트! 인싸이드 과학 1
실뱅 채티 지음, 릴리 데 벨롱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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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성으로 가야 할까요?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수많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언젠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극저온 탱크에서 수면 상태로 있다가 30년 후에 깨어나 새로운 행성에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지구인의 우주 살기>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지구인이 지구를 떠나 우주 어느 행성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행성에서 살 수 있는지, 그렇게 하려면 어떤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달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믿었으며, 문학작품을 통해 인간을 달에 보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달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설을 믿은 것처럼 말이죠. 갈릴레오가 완전히 새로운 천체 망원경을 통해 달을 관측하게 되면서 달에 관한 문학은 더욱 번성하였다고 하는데요. 그럼 항상 인간들만 달에 가는 것일까요? 반대로 셀레나이트, 달나라 사람들 또는 화성인들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지구로 오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요? 프랑스 천문학자 카밀 플라마리옹이 예상한 것처럼 언젠가 먼 미래엔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여 행선 간의 여행이 가능한 날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난 5억 년 동안 그 강도는 달랐지만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으며, 그 기간에 동식물을 포함해 살아 있는 종의 75% 이상이 매번 사라졌다

(중략)

지구에 찾아올 여섯 번째 멸종이라는 가설 역시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대멸종은 지구 생명체 역사상 처음으로 동물 종(인간)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p.31~42

 

<지구인의 우주 살기>'그 많은 행성 중에 우리가 지구에 태어난 이유',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할까', '일단 수성부터 화성까지 돌아보자', '정착은 못하더라도 자원은 얻을 수 있을까?', '달을 향한 지구인들의 도전이 시작되다', '다시 달 마을로!', '지구인은 미래의 화성인이 될 수 있을까?', '지구처럼 바꾸자 테라포밍', '외계 행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몇 가지 조건', '하지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까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구의 역사부터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환경은 어떠한지, 그런 환경에서 지구인들이 살 수는 있는 것인지, 달을 향한 지구인들의 도전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구를 떠난 지구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행성은 무엇인지, 만약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현 가능한 방법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긴 여정이다. 6~8개월간의 우주여행은 미르 우주 정거장에 오래 머물렀던 우주 비행사 또는 국제 우주 정거장인 ISS에 머물렀던 우주 비행사들이 증명하듯,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근 손실과 골다공증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매일 최소 8시간 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 또 우주에서 오는 광선은 우리 몸에 위험할 수 있다. p.121

 

"인간이 보낸 탐사선이 화성을 그토록 많이 방문하고 탐사한 만큼, 화성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화성까지 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희박한 대기와 우주 방사선 등이 우리 몸에 끼칠 악영향이 적지 않으며, 무엇보다 "중력이 약하고, 기압이 낮고, 춥고, 전혀 호흡할 수 없는 대기를 가진" 조건이 지구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책에는 세 가지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요. 어떤 방법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에 대한 것도 궁금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방법들 중 어떤 것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긴 우주 여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략)

첫 번째는 승무원 전체 또는 일부의 동면이다. 유기체를 약 -190도로 동결시키고 모든 세포 활동을 중지한 다음 소생시키는 극저온화 과정을 사용한다.

(중략)

두 번째 해결책은 전체 여정 동안 활동적인 상태로 살아남은 인간을 수송하는 것이다. 즉 여러 세대가 대를 이어 우주에서 살고, 번식하고, 죽는 것이다. p.164~165

 

만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성으로 가야 할까요? 만약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어쩌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구를 식민지한 지구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아간다면 말이지요. 꿈오리 한줄평는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이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켰을 때 우리를 구원해 줄 외부의 도움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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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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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가득채운 커다란 눈, 표정을 읽어내기가 힘든 그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읽었었는지 안 읽었었는지, 그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고래에 맞서 싸우던 선장의 모습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봤던 영화 '백경'의 장면들로 말이죠.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고 극복해내려는 의지를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기억되던 선장 에이해브, 지금 책을 읽고 난 뒤엔 오히려 그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모비딕을 쫓는 선장 에이해브의 모습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자신뿐만 아니라 선원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광적으로 모비딕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이죠.

 

 


향유고래는 시계의 뚝딱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어김없이 물을 내뿜는다. 그것을 보고 고래잡이들은 이 고래를 다른 종류의 고래와 구별하는 것이다.

(중략)

인상학적으로 보면 향유고래는 변칙적인 동물이다. 우선 진정한 의미의 코가 없다. 코는 얼굴의 중심부에 있고..., p.278~424

 

책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던가?'였습니다. 무려 728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 중간 중간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고비가 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 봤던 영화의 장면처럼 고래를 쫓고 맞서 싸우는 내용은 단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하고 나머지 내용은 고래의 어원, 종류나 해체 방법, 포경선, 기름통, 작살 등등 고래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처 몰랐던 고래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허먼 멜빌은 부유한 무역상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가 파산상태에 이른 후 죽자 농장 일꾼, 가게 점원, 학교 교사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고 합니다. 22세에 포경선의 선원으로 남태평양까지 나갔으며, 군함의 수병이 되어 귀국했다고 하는데요. 모비딕은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책인 듯합니다.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몇 년 전 -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 지갑은 거의 바닥이 났고 또 뭍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것이 없었으므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내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늘 쓰는 방법이다. p.31

 

이야기는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라고 시작합니다. 이슈메일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이슈메일은 포경선에 올라탄 초보 고래잡이 선원이자 관찰자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는 인물입니다. 포경선 피쿼드호에 있는 30명의 선원들 중 한사람인데요. 피쿼드호에 탄 선원들 중 가장 특별하게 기억되는 인물들은 퀴퀘그와 스타벅입니다. 그리고 <모비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자신의 다리를 빼앗아간 모비딕을 향한 광기어린 집착을 보여주는 선장 에이해브도 빠질 수 없겠죠?

 

사람은 영혼을 감출 수 없다.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문신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순박하고 정직한 마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고, 크고 깊은 눈, 불타는 듯한 검고 대담한 눈 속에는 수많은 악귀와도 맞설 수 있는 기백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이교도의 태도에는 어딘지 모르게 고결한 데가 있었고, 그의 거친 무례함조차 그 고결함을 손상시키지는 못했다. p.87

 

퀴퀘그는 이슈메일이 피쿼드호를 타기 전에 만나 함께 고래잡이를 떠나는 인물로 온몸에 문신을 새긴 야만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슈메일이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퀴퀘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듭니다.

 

그 대결이 우리 방식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고래를 잡으러 왔지, 선장님의 원수를 갚으러 온 것은 아닙니다.

(중략)

말 못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p.216~217

 

스타벅이라는 이름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 스타벅스라는 이름이 바로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에서 따왔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은 선장 에이해브가 모비딕 쫓기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던 인물로 피쿼드호에서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곶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길을 돌아서라도 놈을 추적하겠다. 그 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복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에이해브가 광적일 정도로 과민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지적. 정신적인 분노까지도 모두 흰 고래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중략)

나는 끝없는 지구 둘레를 열 바퀴라도 돌 테다. 아니, 지구를 곧장 뚫고 들어가서라도 그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테다. p.241~666

 

만약 에이해브가 스타벅의 말을 들었더라면 그는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40년 동안 고래를 잡은 에이해브가 처음 고래를 잡았던 열여덟 살 작살 잡이 소년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만약 에이해브가 바다에서 실종된 두 아들을 찾는 아버지, 레이첼호 선장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에이해브와 피쿼드호 선원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난파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p.684

 

이야기는 이슈메일이 퀴퀘그를 위해 만들었던 관에 의지하여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잃어버린 자식들을 찾던 배 '레이첼'호에 의해 구출되면서 끝이 납니다. 모비딕을 향한 에이해브의 광기어린 집착의 결말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이야기, 결코 정복할 수 없는 대자연을 향한 인간의 자만심을 담은 이야기,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벽돌책, 지금까지 '모비딕'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은 정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할 대상, 결은 다를지라도 모비딕과 에이해브의 대결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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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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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봉우리에 홀로 서 있는 한 사람, 붉은색이 너무나 강렬하지만 뒷모습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은 왠지 고독해보입니다. 제목부터 표지그림까지 시선을 끄는 책 <샛별클럽연대기>, 이 책으로 고원정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는데요. 제주 출신의 고원정 작가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주요 저서로 <거인의 잠>,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온다>, 장편소설 <최후의 계엄령>, 대하소설 <빙벽> 등이 있으며, 이번에 신작으로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과 장편소설 <샛별클럽연대기>를 출간했다고 합니다.

 

<샛별클럽연대기>는 한 남자의 지고한 순정과 우정 그리고 반공주의 주입 시대를 함께 살아온 샛별클럽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애국가가 나오면 길을 가다가도 무조건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던 시절,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고 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인생은 대체로 조용했다.

국어교사로 명예퇴직을 하고 이 신도시에 혼자 자리잡은 뒤로는 더 그랬다. p.8

 

이야기는 201911월의 어느 날에 화자인 문인호가 국민학교 동창인 송미혜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송미혜와 석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송미혜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문인호, 그는 왜 그렇게 지켜보기만 했을까요?

 

삼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샛별클럽 친구 미혜, 그녀는 인호를 요섭이라고 부르며 인호를 찾아 달라고 합니다. 반공소년이자 공안검사였던 윤태는 목사가 되어 있으며, 지금 미혜와 함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미혜의 모습은 윤태를 향한 신뢰감과 존경심이 가득해 보입니다. 인호의 이야기는 급장 선거를 치르던 문창국민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부터 문창국민학교는 한요섭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문창국민학교 학예회 때 오페레타를 함께 한 오학년 10명의 아이들과 담임 강창성 선생이 만든 샛별클럽, 6학년 진학을 앞두고 모두 사진관에 모여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십년에 한 번, 227일에 모두 모이기로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합니다.

 

 

너희들은 지금 간첩 혐의로 수배 중인 전 교사 강창성이 편애하던 아이들이고, 강창성 주도하에 클럽까지 결성을 했다... p.83

 

샛별클럽 친구였던 미선이 아빠, 창수 아빠 그리고 강창성 선생의 형 강영성 씨는 체포되고 아이들은 간첩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갑니다. 그리고 대공사건 연루 아동이라는 이유로 선도교육을 받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던 요섭은 강창성 선생이 준 노트 한 권 때문에 원하던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합니다. 인호는 요섭이 그 일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국이란, 반공이란 꼭 크고 엄청난 일을 해내는 게 아닙니다. 오늘 장관님 표창을 받은 장윤태 군처럼, 평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신고하는 일이 바로 반공정신이고 애국하는 길입니다. p.101

 

윤태 개인의 시상식처럼 느껴지는 졸업식, 그러나 샛별클럽 아이들에겐 충격적인 졸업식,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읽으며 울먹이기까지 하는 윤태, 남매처럼 지내라고 했던 강창성 선생의 당부와는 달리 이제 샛별클럽에 윤태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지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미선이 무덤 앞에 모여 그들만의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그때 아이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경찰이 나타나는데...,

 

윤태의 밀고 이후 샛별클럽 아이들의 삶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바뀝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기성 시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재목"이라 여겨졌던 요섭이, 수석을 다투어야할 요섭이, 인호에겐 늘 천재로 남기를 바라는 그 요섭이도 말이지요. 하지만 반공소년 윤태는 '빨갱이 잡는 선봉장'으로 성장해갑니다.

 

 

나는 혼자였다.

그 모두에게서 떨어져,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조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미혜를 앞에 두고 서 있었다. 나더러 요섭이라고 부르면서, 나를 찾아 달라는, 나만큼이나 조용하게 살아왔을, 나의 그 사람... p.354

 

2019년 샛별클럽 친구였던 미혜와 윤태를 만난 후 국민학교 시절로 거슬러간 이야기는 다시 그들을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50페이지가 넘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한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읽을 수도 있는 이야기,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런 사람들이 있었지."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한 남자의 지고한 순정한 우정 그리고 반공주의 주입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샛별클럽연대기>, 비상계엄령 선포와 10월 유신, 유신반대 데모, 5공화국, 삼청교육대 등등의 역사와 함께 했던 샛별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박덕규님의 추천사에 있는 글로 대신합니다.

 

 

파괴함과 파괴됨의 세월을 돌아보는 소설이자, 그 돌아봄으로 '진정한 나'를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지고한 순정의 스토리'. '샛별클럽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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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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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데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고, 식사를 하는 동안 친구는 그냥 방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이야기, 얼마 전에 '스웨덴 게이트'라고 불리기까지 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야기입니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에선 손님에게 밥을 안 준다는 것,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그야말로 핫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그 누구든 물 한 잔이라도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겐 정말 낯설게 다가왔는데요.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알면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유럽 5개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의미하는 스칸디나비아, 제목과 표지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자연친화적인 느낌, 북유럽 감성이 담겼다는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4개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속담) 50 개에 대한 탄생 배경과 기원, 사용법에 대해 간단하면서 재미있는 글과 따스한 그림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북유럽 감성이란 말을 자주 접하면서도 왠지 먼 나라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요. 저자는 "반드시 날아가지 않더라도, 알고 보면 이케아(스웨덴)가 한국에 상륙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핀란드)를 기다리고 레고(덴마크) 블록을 쌓으며 인어공주(덴마크)와 겨울왕국(노르웨이), 반지의 제왕(북유럽 신화)과 함께 북유럽을 호흡해 왔다'고 말합니다. 한국어판에만 있다는 'MO_ment',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높이기 위해 역자 멘트가 추가되었다고 하는데요. 센스 있고 재치 있는 멘트를 읽는 재미는 덤입니다.

 

 


간에서 곧바로 말하자면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거나,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힌다는 뜻의 이 표현은 간이 신체의 느낌과 감정의 중추라고 믿었던 시절에서 유래한답니다. p.30

 

속에는 딴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것보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솔직하다는 것을 앞세워 직설적으로 말하다보면 때로는 말실수를 하게 되기도 하고 전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역자의 멘트처럼 "필터 없이 말 한 번 잘못했다간 간땡이가 부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요? 모든 건 간 때문이야! 라는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속담이나 흔히 쓰는 말 중에는 간 빼 먹고 등치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 간이 부었다, 간 떨어지겠다, 간도 크지... 등등 간에 관련된 말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가 하는 말 또한 그러하겠지요?


 


 

까마귀도 제 목소리로 노래하니까

까마귀는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새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시꺼멓게 생긴 새들은 우리 귀로 들려오는 것이 그들이 내는 소리의 전부죠, 목청껏 까악까악 우는 그들의 거친 울음소리는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진실된 소리거든요.

그래서 이 표현은 재능이 부족하거나 성과가 나쁘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격려하는 말이랍니다. 최선을 다해 나다운 모습을 보여 주면 된다고 말이죠. 이에 대해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p.58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진실된 소리, 최선을 다해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까마귀도 제 목소리로 노래하니까"는 꿈오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지 않았지만 늘 진심을 다해 꿈오리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보냅니다.

 

대화를 할 때 조심하자는 '작은 냄비에도 귀가 달렸잖아', 참을성 없이 안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죽이 뜨겁다', 삐뚤빼뚤 엉망으로 쓴 글씨라는 의미의 '까마귀처럼 개발새발', 감당도 안 되는 라이프스타일을 뽐내며 분수에 맞지 않게 사는 걸 의미라는 '큰 발로 산다' 등등 재미있고 위트 넘치는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보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짧고 재치 있는 글과 따스한 일러스트, 북유럽 감성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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