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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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해저 2만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 <어벤져스>시리즈, 꿈오리가 정말 재미있게 읽고 보았던 SF입니다.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는 SF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해 준 작품인데요. 꿈오리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SF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그리고 현재의 문제로 인해 야기된 미래 세계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누군가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로만 알고 있던 SF 장르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면서 이런 저런 궁금증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SF, 시대정신이 되다>SF란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시작되고 성장하고 변화해 왔는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등등의 궁금증들을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알려줍니다.

 

인류의 행동이 그토록 치명적인 이유가 과학기술의 발전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을 더 편하고 풍요롭게 할 거라는 믿음이 무너져내리고 있다.(중략) SF만큼 그런 고민을 깊게 했던 문학 장르는 없을 것이다. SF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취를 자양분으로 해서 성장한 장르다. 태생적으로 SF는 과학기술로 무엇이 가능한지, 향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성장해왔다. '들어가는 글' ~

 



<SF, 시대정신이 되다>"가장 문학적으로 혜안을 찾아내는 영문학자"로 불리는 이동신 교수가 쓴 책으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27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1SF, '신의 영역'인 시간에 돌을 던지다 - 여기는 언제인가?, 2SF의 무대, 어떤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어디로 갈 것인가?, 3부 우리에게는 SF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 왜 읽고 쓰는가?, 4부 새로운 눈으로 SF를 바라보기 - 무엇을 할 것인가? 까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 세계는 어떤 곳인지 부터 SF가 다루는 공간에 대해 알아본 후, SF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왜 SF를 읽고 쓰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SF가 어떻게 성장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갑니다. 또한 주요 키워드를 가장 먼저 알려주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Q & A를 통해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줍니다.

 

 


 

SF는 필요충분조건으로 '낯섦''인지'의 상호작용을 가진 문학 장르다. 통상적으로 낯섦과 인지는 상반된다. (중략) 그런데 수빈은 SF라는 장르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 둘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문학 장르라고 정의했다. (중략) 판타지와 분명한 차이를 갖고, 인물과 독자에게 끊임없이 인지적 사고를 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p.23~31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1895)에는 기계를 이용해 시간여행을 하는 인물이 나옵니다. 이 작품이 이전의 작품들과 다른 것은 기계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시간에 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이 같다'는 시간여행자의 말은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것으로 타임머신이 성공한다면 세상은 뒤바뀌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아주 낯설게 만들지만, 여기엔 역설이 등장합니다. "공간과 시간의 차이가 질적인 것이 아니라면 세상은 좀 더 익숙해진다는 역설", 그러니까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면 세상은 "알면서도 낯선 세상 낯설지만 익숙한 세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1930년대에 유행한 스페이스 오페라, 윌슨 터커가 명명한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공간으로 떠난 주인공이 적을 만나고 그들과 싸우다가 정의롭게 승리하며, 결국에는 사랑도 이룬다는 서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그 당시 하나의 장르였던 소프 오페라와 호스 오페라의 서사를 우주 공간으로 옮긴 것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꼭 들어가야 할 요소는 우주선,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 그리고 정형적인 플롯과 평범함인데요. 많은 작품들 중 지금까지 인기를 끈 시리즈는 악의 축 시스와 제국, 선을 대표하는 제다이와 연합군, 우주선 데스 스타, 제다이로 루크 스카이워커의 스승인 요다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스타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덤과 함께 황금시대를 연 SF,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잡지시대가 저물고 책의 시대가 열린 것, 그 후 전 세계의 장르가 된 SF, 그리고 한국 SF의 인기를 주도하는 작가들, 문학 장르를 넘어 어떤 장르로 성장해야 하며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SF에 대한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이제 막 SF 장르를 알아가고 있나요? SF 장르 매니아인가요? SF 작가를 꿈꾸고 있나요? 그 어떤 이유로든 SF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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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다란 그리움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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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이상훈 작가, 역사 소설을 쓰는 작가로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첫 시집 <고향생각>2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데뷔와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시인이란 직함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 시집이 세 번째 시집이라고 하니 시인이라 불러도 되겠지요?

 

빛바랜 노트를 펼치며 어리숙하지만 순수했고, 고달팠지만 열정으로 가득했던 이삼십대의 순정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청춘의 비망록 같은 시를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옮기자니 마음에 전율이 일었다. 그 시절의 아픔과 초조함이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중략)

누구에게나 그렇듯 젊은 날은 몸부림의 연속이다. 내 세대의 공통분모였던 가난과 불확실한 미래,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여지없이 실패하는 사랑 등으로 온통 얼룩져 있다.

'시집을 묶으며' ~

 

<아주 높다란 그리움>1'세상의 시작이고 끝인', 2'아직 피지 않은 꽃', 3'부질없어 아름다운'까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5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저자가 대학 시절부터 쓴 시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며, 근래에 쓴 시 몇 편을 더 보탠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 시절 이삼십대 청춘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가족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담긴 시들은 저자의 말처럼 "부족하고 얼룩투성이었던 그 시절의 ''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과 더불어 오늘을 살아가는 ''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나도 사과나무를 심겠소

 

세상 끝 날이 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날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내일 올 수도 있습니다

 

내일 종말이 오면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어릴 때는 장난으로 들렸습니다

나이 들수록 그 말이 사무치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세상 끝나기 전날에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부터

그리고 고마웠던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나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중략)

 

오늘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면

고마운 것 말고는 뭐가 남겠습니까

 

(중략)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에도 최선을 다하고

주변 모두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닥친다면

나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습니다.

 

종말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종말이 오지 않으면 사과나무를 잘 가꾸어

 

오래된 친구와 사과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주 높다란 그리움' ~

 

며칠 전에 둘째와 함께 농담처럼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뭘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꿈오리는 당연히 가족들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째에게 스피노자는 왜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데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했을까?" 라고 물었더니, 지구의 멸망이란 지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인류의 멸망일 것이며, 분명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러니 다음 세대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이 마지막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순간이 소중하게 생각되면서 "모두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미움의 마음 또한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돌면

하루가 되고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

한 달이 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면

일 년이 된다

 

지구는 매일 스스로 한 바퀴 돌아 제자라에 오고

달은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오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온다

 

시간은 제 자리로 돌아오는데

삶은 제자리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알 때

비로소 인생이 보인다

 

'아주 높다란 그리움' ~

 

가끔씩 과거의 '' 모습을 돌아보며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한 적은 없나요? 무언가 아쉬움이 남고 후회를 한다는 것은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요? 꿈오리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라면 ''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럼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까 싶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삶 또한 언젠가 돌아볼 그때엔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삶은 제자리도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과거의 시간에 붙들리는 대신 그저 현재를 살아갈 뿐, 때로 아쉬움 가득한 후회를 할지라도...,

 

 

사소한 행복

 

추울 때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면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행복이 스며든다

 

배고플 때 김치에 밥 한 공기를 먹으면

은근한 밥의 향기가 배 속으로 흐른다

행복이 따라 흐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안으면

사랑의 느낌이 가슴으로 전해 온다

행복이 함께 전해 온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면

손끝에서 감동의 울림이 전해진다

행복이 전해진다

 

피로에 지쳐 집에 들어가면

집 안의 따스함이 내 몸에 스며든다

행복이 온몸에 스며든다

 

돌아갈 집이 있고

안아줄 사람이 있고

배고픔을 채워줄 밥 한 그릇 있으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아주 높다란 그리움' ~

 

"행복이 뭐 별건가?" 하다가도 "행복은 별것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때처럼 말이지요. 그저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행복이 별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별일없는 하루를 보내고 식구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꿈오리는 그래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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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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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재채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 '재채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재채기가 불러온 막연한 불안감은 자기가 만든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 사람의 삶을 잠식해 들어가고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단편에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이 더해진 <관리의 죽음>, 이 작품은 아주 사소한 재채기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집요하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정순 작가님의 펜 그림은 주요 등장인물인 체르뱌코프와 브리잘로프 장군의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저 이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들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체르뱌코프처럼 막연한 걱정이나 불안감에 비슷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에취!!!"

보다시피 재채기를 한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농부도 경찰서장도, 때로는 심지어 국장님도 재채기를 한다.

누구나 재채기를 한다.

'관리의 죽음' ~

 

이야기는 회계원인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가 오페라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정말 멋진 저녁, 멋진 남자가 행복의 절정에 다다를 즈음에 갑자기 재채기를 하게 되면서 남자의 삶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 앉으세요. 제발! 공연 좀 봅시다!"

(중략)

행복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의 죽음' ~

 

하필 남자의 앞자리엔 운수성에 근무하는 브리잘로프 장군이 앉아 있었고, 체르뱌코프는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체르뱌코프는 장군에게 용서를 구하며 본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합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장군, 하지만 체르뱌코프는 거듭 자신의 본의가 아니었음을 말하여 용서를 구합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거듭 거듭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는 체르뱌코프, 그의 사과와 용서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는걸.

'관리의 죽음' ~

 

그의 마음을 덮친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만족할만한 용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계속 장군에게 절대 본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하며 또다시 용서를 구합니다. 이쯤 되면 장군의 입장에서도 슬쩍 짜증이 밀려올 것만 같습니다. 체르뱌코프의 사과와 용서는 장군이 아닌 자신이 용서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듭니다.아내 또한 브리잘로프 장군에게 가서 사과를 하라는 말을 하는데요. 사과를 했음에도 뭔가 이상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제대로 된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함정입니다.

 

그렇게 체르뱌코프의 끝이 없는 사과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려던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마치 스토커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브리잘로프 장군의 입장에서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짜증의 단계를 넘어서 이 사람이 "나를 놀리나?"라는 생각을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체르뱌코프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꺼져!!

꺼지라니까!!

'관리의 죽음' !

 

얼굴이 파랗게 질린 장군이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꺼져!!"라고 말이지요. 그토록 원하던 용서는 받지도 못하고 "꺼지라니까!!"라는 말까지 듣게 된 체르뱌코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주 사소한 재채기로 시작된 막연한 불안감은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 사람의 삶을 잠식해 들어가고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체르뱌코프가 그토록 바랐던 용서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자신이 완벽하게 용서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얻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소심한 완벽주의자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조금은 과장된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소심한 사람의 아주 사소한 재채기가 불러온 파국, 그토록 바라던 용서는 자기가 만든 틀을 벗어나지 않는 자기만의 완벽한 용서였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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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민박 - 2023 소년 한국일보 우수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책 먹는 고래 36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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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푸른 바다내음이 나고 촤르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민박집, 별이 총총한 밤하늘과 고기잡이배의 불빛이 보일 것만 같은 민박집, 표지를 보자마자 이런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여름휴가 때 가도 좋겠지만 겨울 바다를 보러 가면 더 좋을 것만 같은 민박집,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침 바다 민박>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하고 도와주며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기정이네, 몇 년 째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청년, 사업 실패로 도망 다니는 남편을 찾아다니는 엄마와 어린 딸, 은퇴 후 자신이 꿈꾸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교장 선생님 등등 지금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기정이 엄마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바다>란 동요를 아침마다 틀어놓는다. 이제는 아침 바다 민박의 기상 노래가 되어 기정이에게 이 노래는 알람이나 마찬가지다. p.6

 

이야기는 여름방학임에도 엄마를 돕느라 바쁜 기정이네 민박집 <아침 바다 민박>의 아침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고기잡이배의 침몰로 돌아가신 기정이네 아빠, 기정이 엄마는 혼자 아들을 키우며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난 그냥 대학생 형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화만 내서 따라와 봤어요. 그게 뭐 잘못이에요? p.28

 

한 달 정도 투숙하겠다는 대학생 형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서 졸졸 따라 다니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던 기정이, 형의 전후 사정을 들은 기정이는 창피함을 느꼈지만, 어쩌면 그와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민박집에 영향이 갈 것을 염려하던 기정이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인데요. 마냥 어린 아이 같지만 또 일찍 철이 든 건 아닐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 , 12년의 공부가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갔음에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 민박집을 찾아온 청년의 고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자, 미래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남편과 그런 남편을 찾아다니던 엄마와 어린 딸의 모습, 은퇴할 때까지 먹고 사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민박집을 운영하지만 소설가가 꿈이었던 기정이 엄마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적 꿈인 소설가가 되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전 우리 민박집에 오는 손님들이 모두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길 바라요. 찾아오면 누구나 행복해지는 민박집을 만드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p.95

 

<아침 바다 민박>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일 수도 있고, 곁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까운 이웃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더 공감이 가는데요. 그래서 "민박집에 오는 손님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질 바란다"는 기정이 엄마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하며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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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고래책빵 그림동화 22
최미선 지음, 김순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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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릴리 삘릴리 피리 소리가 울리 퍼집니다. 피리 소리를 듣는 모든 이들에겐 무언가 신기하면서도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연푸른빛이 감도는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마법의 피리는 아닐까? 피리를 부는 이는 사람이 아닌 천상계의 존재는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요.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는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옛이야기를 지금 현실에 맞추어 해석한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속 역병은 오늘날의 코로나19를 떠올리게 만드는데요. 지금 현실에서도 신비한 피리 소리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지런하고 마음씨 좋은 엄지머리 총각, 흉악한 열병이 퍼져 부모님을 여읜 후 남의 집에 나무를 해주며 간신히 살고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엄지머리 총각은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가지를 잘라내기 시작했는데요. 가지를 잘라낼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몇 번의 도끼질에 넘어간 커다란 나무는 속이 텅 빈 나무였고, 그 나무 안에는 푸른빛이 나는 피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엄지머리 총각이 피리에 숨을 불어넣자 상쾌한 바람이 숲을 휩쓸고 지나갔고 은은한 향기가 온 숲에 번졌습니다. 피리는 왜 나무속에 있었던 걸까요? 많은 사람들 중 왜 엄지머리 총각에게 발견된 걸까요? 이런저런 궁금증들이 앞섭니다.

 

나무를 너무 적게 해왔다며 쫓겨난 엄지머리 총각, 갈 곳 없는 엄지머리 총각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소리를 따라가 보니 나뭇가지에 누군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피리 소리가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피리 소리를 들으니 신기하게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본문' ~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사람은 마마에 걸려 산속에 버려진 김 정승 집 셋째 딸이었습니다. 엄지머리 총각은 셋째 딸과 함께 김 정승 집을 찾아갔지만, 딸은 이미 죽었다는 말과 함께 쫓겨나고 맙니다. 갈 곳 없는 엄지머리 총각과 김 정승 집 셋째 딸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병을 물리치는 사람에게는 은 삼백 냥을 내린다! '본문' ~

 

고을에 다시 역병이 돌고 아이들이 마마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역병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는데요. 고을 현감은 "역병을 물리치는 사람에게 은 삼백 냥을 내린다!"는 방을 걸고, 김 정승 집 셋째 딸이 그 방을 보게 됩니다. 셋째 딸은 엄지머리 총각에게 피리를 불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고, 엄지머리 총각은 마을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피리에 대한 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피리를 빼앗아 가는데요. 엄지머리 총각에게서 피리를 빼앗아 간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빼앗은 푸른 피리로 역병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피리를 빼앗긴 엄지머리 총각은 또 어떻게 될까요? 마마에 걸렸다고 버림을 받은 김 정승 집 셋째 딸은 또 어떻게 될까요?

 

흉악한 전염병에 걸리면 산속 나무에 걸어 두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전염병에 걸리면 산속 나무에 걸어 두는 풍습"입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산속에 버리던 악습인 '고려장' 만큼이나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당시 사람들의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지가 그대로 느껴지면서, 코로나19를 대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단지 확진자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큰 죄를 저지른 죄인처럼 느껴야만 했던 사람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훨씬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와 3년을 함께 하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는 점차 수그러들었지만,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음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신비한 푸른 피리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옛이야기의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야기, 옛이야기 속 역병을 통해 오늘날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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