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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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즈음에 한동안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언론 매체에 연일 오르내렸습니다. 지금껏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물론이거니와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기에,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그 후 지인으로부터 자신도 지금까지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해자는 엄마이며, 자신은 피해자라는 것이었는데요. 지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기에,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지인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다가 이제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이며, 그런 상황은 왜 일어나는 것이며, 사람들은 왜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사례를 통해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가스라이팅의 다양한 모습과 가해 방식,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특성, 그리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담은 책입니다.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일까요?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핵심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하는 것''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중략)

사람들은 두 번째 포인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을 빼먹는 것이지요.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7~8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자인 로빈 스턴이 '가스등'이란 영화에서 착안하여 명명한 것으로, 가해자가 상황을 조작해서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학대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조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가스라이팅의 모습과 가스라이팅을 가하는 사람인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터의 조종에 반응하는 사람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사람인 '가스라이티'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하면,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지는지, 분명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해지면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인정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첫걸음이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로 든 드라마의 경우엔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인물 주위엔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현실에서도 누군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너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야'라는 말 대신에 진심어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비겁해도 괜찮아요. 연약한 방법이라도 괜찮습니다. 해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시작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야 합니다. 한 번도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초라하고 유치한 방법이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그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무기력감으로 바닥 친 마음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틔워줄 것입니다. 계속되는 성공 경험의 양분을 먹고 자라 언젠가는 당당한 목소리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165

 

 

가족 간 가스라이팅, 친구 간 가스라이팅, 연인 간 가스라이팅, 부부 간 가스라이팅, 직장 상사와 직원 간 가스라이팅...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 사례, 가스라이티가 가스라이터가 되는 사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가스라이터의 성향과 모습...,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후 제시한 극복 방안 등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길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고 책입니다. 그 책에 치명적인 오류가 남지 않도록 에너지를 아끼세요. 틀렸다고 생각될 때 멈추고 더 나아가지 마세요. 그럼 보입니다. 가스라이터의 헛소리가.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213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에 경계선을 두기를, 지금까지의 노력과 수고에 미련을 두지 말고 돌아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를 먼저 챙기고 내가 행복해야 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로 살아갈 자격을 스스로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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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3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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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출간 이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출간 15주년을 기념하여 작년 연말에 보드북으로 출간되었는데요. 그렇게 출간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 보드북'시리즈의 첫 책이 되었고,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사랑해 크리스마스에도 사랑해'가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에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가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책이 조금 특별한 건 매 장면마다 다양한 모습의 아가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생긴 모습은 달라도 모두 다 사랑스러운 아가들이죠. 아가들 곁에는 사랑해 보드북 시리즈의 상징인 귀여운 곰인형이 늘 함께 한답니다.


일어나

눈부시게 빛나라,

우리 아가!

'본문' ~

 

 

'사랑해 온 마음으로 사랑해'는 사랑스러운 아가의 힘차고 활동적인 하루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세상 그 무엇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가는 이제 막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떼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아직은 조금 서툴기도 해서 뛰어가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아가는 웃기도 하고 다시 뛰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탐색합니다.


하늘을 향해 다리를 차올리기도 하고, 두 팔을 쭈욱 뻗고 구름을 쳐다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춤추며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종일 이것저것 탐색하고 궁금한 것은 찾아보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은 온통 아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래서 아가의 하루는 함께 나눌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던 아가는 스르륵 잠이 듭니다. 잠이 든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가, 쌔근쌔근 잠든 아가의 모습은 온 마음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잠 잘 때도 일어 날 때도 하루 종일 뛰어 다닐 때도, 언제나 늘 사랑할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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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 - 영원한 애증의 관계인 모녀 심리학
김선영 지음 / 책들의정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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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엄마는 언제든 달려가 안길 수 있는 세상 가장 큰 나무같은 존재입니다. 엄마에게 딸은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고 내 편이 되어줄 것만 같은 존재입니다.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 가장 필요한 존재가 친정엄마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로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속상할 때도 있고, 때로는 별 것 아닌 일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화해를 하고 언제 그랬냐는듯 웃고 지나갑니다. 엄마와 딸은 세상 누구보다 가깝고 친밀한 사이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러서 그렇다고 하기엔 도를 지나친, 그래서 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주는 엄마도 있습니다. 너무나 지나친 관심을 쏟아 딸이 독립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차단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무한한 애정의 대상인 아들을 위해 딸의 희생을 강요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같은 엄마,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조언을 건네주는 그런 모녀 관계는 이번 생에선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딸도 있습니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는 영원한 애증의 관계인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자 '엄마 없이는 못 살지만 엄마랑은 못 살아'라고 말하는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은 "건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래서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픈 아이인 수많은 딸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합니다. 엄마와의 문제를 살피고, 그 문제들이 딸의 삶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엄마를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위한 작은 시도부터 시작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다양하게 나타나는 엄마의 딸의 문제점을 사례로 실어놓은 1'왜 하필 엄마 딸로 태어났을까',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대안을 담은 2'나는 나쁜 딸이 되기로 했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를 가르치고 통제하는 데 몰입하여 엄마가 아닌 선생님이 된 엄마, 딸은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잘난 모습만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실패를 감추고 엄마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완벽함에 집착합니다.

 

자신이 부모에게서 받지 못했던 관심이나 사랑, 엄마는 자신의 딸은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경험하기를 바라며 끝도 없는 사랑을 퍼붓습니다. 자신과 딸을 동일시하며 보호망 밖으로 벗어나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길들여진 딸은 의존적인 태도가 몸에 베게 되고, 사소한 것조차 엄마에게 물어보고 눈치를 보고 스스로 결정하기를 주저합니다.

 

스스로 아들을 중시하는 문화에 젖어 있었고,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살아왔기에 그런 자신의 행동에 자신의 딸이 그래로 노출되어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딸이 미운 짓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p.73

 

 

아들과 딸을 편애하는 것은 가부장적 시대를 살아온 엄마 세대에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특히 아들을 낳기 위해 줄줄이 딸을 낳은 엄마들의 경우엔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책속 예를 든 경우처럼 아들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지원해주고 결혼할 때 집과 차를 사주었으나, 딸의 경우엔 사위가 부도가 나서 고통을 받을 때조차 모른척 외면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은 딸은 그렇게 자라왔기에 차별과 편애를 '원래 그런 거야'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그때문에 자신의 딸에게도 그런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씁쓸하기만 합니다. 거기에 더해 그렇게 아들과 딸을 편애하던 엄마가 자신이 힘든 순간에는 딸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때 딸의 마음은 엄마도, 엄마가 그렇게 사랑하던 아들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럴 땐 차라리 우리 엄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처 듭니다. 엄마는 딸이 상처를 받는 것도,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조차 모릅니다. 엄마의 딸로 태어났으니 엄마를 바꿀 수도 없는데, 이제 딸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와 딸이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하고 친밀한 관계로 지내고 있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딸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만 엄마가 나를 너무 사랑하고 관심이 많아서 그런다고 여기며 불편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p.109

 

 

저자는 모든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며, 만약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각자가 원했던 삶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선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스스로 돌아본다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라 말합니다.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을 하면 마음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지금 성인이 되었을지라도 내 안에는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떠올려보자. 그때 나는 몇 살이었는가? 당시로 돌아가 어린 나의 마음을 알아보자.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p.113

 

 

저자는 그때의 나는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건넬지, 그 시절 어린 나의 마음을 공감하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른이 된 내가 어린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 등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살피고, 그 문제들이 딸의 삶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족이라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엄마와 거리를 두고 내 마음에 관심을 가지기를, 두려움에 떨며 무서워하는 내 안의 어린 나를 꼭 안아주기를, 엄마와 나는 다른 인격체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독립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엄마를 미워하면 나쁜 딸일까'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든 가족 관계에도 확장시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깝고 친밀한 대상이지만, 그래서 가장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존재인 가족,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그럼에도 무엇보다 소중한 건 ''라는 것을 인지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 행복하지 않으면 주위를 둘러 볼 여유조차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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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있어요? 곰곰그림책
브누아 브로야르 지음, 비올렌 르루아 그림, 박정연 옮김 / 곰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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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꼭 안고 있는 아빠와 아빠에게 꼭 안긴 아들, 아빠의 표정엔 안도감과 함께 묵직하고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아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빠를 향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빠, 어디 있어요?'는 아빠를 찾아 밤이 찾아오는 숲으로 간 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이자, 가족을 향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표지를 넘기면 쓰러질 듯한 나무들 사이로 그림자처럼 보이는 하얀 토끼들이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크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나무꾼인 아빠는 아침 일찍 숲으로 갔다가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던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크는 아빠를 마중 나가기로 합니다. 늘 아빠가 다니던 길이니까, 분명 아빠를 만날 수 있겠죠? 그런데, 아빠가 보이지 않습니다. 혼자 숲에 가면 안 된다고 하던 아빠의 당부와 함께 무서운 괴물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일이 늦게 끝난 아빠는 서둘러 집으로 갑니다. 혼자 기다리며 걱정하고 있을 아들 자크를 생각하며 지름길로 뛰어 갑니다. 하지만 집에 자크가 없습니다. 소리쳐 불러보아도 대답하지 않는 자크, 혹시라도 자크를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아빠는 다시 숲으로 뛰어갑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아빠, 숲속을 비추는 달빛, 달빛에 만들어진 그림자들, 숲의 모든 것들이 자크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아빠와 아들 자크의 모습, 하얀 그림자처럼 보이는 둘의 모습은 서로를 찾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빠는 숲이 무섭지 않지만, 어린 자크에게 숲은 이야기나 동화에서 보던 무서운 괴물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늘상 보던 것일지라도 두려움을 느끼는 크기만큼 커다란 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리 가, 이 못된 괴물아! 난 하나도 안 무섭다고!

네가 날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나무꾼 뤼크의 아들이야!

'본문' ~

 

 

혹시라도 아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숲으로 달려갔을 아빠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빠의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더 깊이 공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다가 아이가 사라졌다는 말에 학교까지 정신없이 뛰어가던 그때의 제 모습이 자크를 찾아가는 아빠의 모습과 겹쳐졌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상실감은 없을 테니까요.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낸 자크는 훌쩍 자라난 것 같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밤이 찾아오는 숲으로 아빠를 찾으러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가득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려움과 상실감을 이겨낸 믿음과 사랑, 우리에게 가족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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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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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하고,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됩니다.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자주 마시는 커피, 커피는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합니다. 물론 제 친구처럼 커피는 전~혀 안 마시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어찌되었든 저도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커피가 있어도 늘 마시던 것만 마신다는 함정이 있답니다. 달달한 건 좋아하지 않지만, 커피는 무조건 달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캬라멜 마끼아또만 마신다는 것,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프림과 설탕이 황금 비율로 들어간 믹스커피 중독이라는 것, 건강을 위해서 바꿔보리라 커피 머신도 사고 내려서 먹기도 했지만, 역시 중독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 탈레랑

 

 

저에게 아메리카노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캬라멜 마끼아또는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답니다. 비유가 조금 그런가요? 오늘 함께 할 책 '커피 한잔'은 커피에 대한 신세계처럼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커피를 좋아하지만, 잘 모르는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커피 한잔'은 커피의 유래와 역사, 문학 작품 속 커피, 커피의 공간인 카페까지, 커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커피를 좋아해도 커피를 잘 모르는 저를 커피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듯 한 느낌마저 들었답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중략)

아 그대여 왜 안 오시나

아 사람아 오 오 기다려요

'커피 한잔' p.5~7

 

 

혹시 이 노래를 아시나요? 이 노래는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이라는 노래입니다. 카페보다는 그 시절의 다방이 떠오르는 노래죠. 저자에게 커피 한잔은 노래보다 더 쓸쓸하고 애잔했다고 합니다. 월남 파병을 앞둔 형과 헤어지는 날, 서울역 염천교 근처의 작은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그때, 내년 이맘때 다시 만나자는 말밖에 하지 못했던 그때의 심정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차와 커피를 우리나라의 숭늉과 냉수처럼 마신다'고 소개한 유길준의 <서유견문>, 저자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 중 커피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책이 <서유견문>이라고 하는데요. 책속 커피는 커피가 아닌 '가비',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했을 가비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독립신문>에 실린 고종 황제와 커피에 대한 기사 '고종 독살 음모 사건' 때문이었는데요. 고종 황제가 커피를 즐겨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씁쓸합니다.

 

커피가 대중들의 기호식품으로 등장한 것은 1910년을 전후한 시기로, 명동 일대에 '끽다점'이라는 이름으로 커피숍이 열리면서 '가배차'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다방, 찻집, 카페, 커피숍 등이 적힌 간판이 생겨나고, 커피와 관련된 직업인 마담이나 레지 등이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프랜차이즈 커피와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더 익숙하죠?

 

칼디라는 염소지기에 의해 처음 발견된 커피, 에티오피아에서 인도를 거쳐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 등으로 재배 지역이 확대된 커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여 흑인 노예를 부릴 수밖에 없었던 커피, 지금도 여전히 커피는 가난한 농민들의 몫이라는 것, 우리가 지불하는 커피 값에 커피 노동자를 위한 커피 값은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사향고양이 똥에서 나온 루왁커피, 높은 압력으로 짧은 순간에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은 커피라고 할 수 있는 카페 아메리카노, 풍성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코나커피...,



따뜻한 커피잔을 입에 대는 순간 혀끝으로 느껴지는 그 맛을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고, 산뜻하면서도 새콤하고,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 그 맛 때문에 나는 아침마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린다. '커피 한잔'p.48

 

 

아침마다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린다는 저자, 커피포트 안으로 커피가 떨어져 내리면 거실 안에 커피 향이 가득 번진다고 하는데요. '커피 한잔'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고는 한답니다. 책을 넘길 때마다 글과 그림을 통해 갈색의 커피와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김기림의 시 <커피 한 잔을 들고>, 이상이 개업한 곳으로 그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로운 문학적 산실이 되었다는 다방 제비, 박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박태원 소설 <방란장 주인>, 주요섭의 소설 <아네모네의 마담>..., 등등 문학 속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느낌이 듭니다.

 

1760년에 개업한 카페 '카페 그레코'가 있는 이탈리아 로마, 고흐가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밤의 카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200점의 크고 작은 그림을 그렸다는 남프랑스의 해변 도시 아를의 풍경이 글 속에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책을 읽다보면 '커피 한잔'속 저자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카페를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어느 곳보다 먼저, 언제든 시간만 내면 갈 수 있는 대학로 '학림다방'에 가보렵니다.

 

'"식사 하셨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으레껏 안부인사처럼 하던 그 시절의 인사말처럼, 누군가와 만남을 약속할 때는 "커피 한 잔 하자!"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코로나로 그 인사말조차 꺼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조금은 왁자지껄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픈 생각이 듭니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라도, 커피 한 잔의 사치를 누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커피 한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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