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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평점 :

작년 봄 즈음에 한동안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언론 매체에 연일 오르내렸습니다. 지금껏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물론이거니와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기에,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그 후 지인으로부터 자신도 지금까지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해자는 엄마이며, 자신은 피해자라는 것이었는데요. 지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기에,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지인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다가 이제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이며, 그런 상황은 왜 일어나는 것이며, 사람들은 왜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사례를 통해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가스라이팅의 다양한 모습과 가해 방식,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특성, 그리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담은 책입니다.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일까요?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핵심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하는 것'과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중략)
사람들은 두 번째 포인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을 빼먹는 것이지요.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7~8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자인 로빈 스턴이 '가스등'이란 영화에서 착안하여 명명한 것으로, 가해자가 상황을 조작해서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학대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조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가스라이팅의 모습과 가스라이팅을 가하는 사람인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터의 조종에 반응하는 사람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사람인 '가스라이티'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하면,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지는지, 분명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해지면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인정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 첫걸음이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로 든 드라마의 경우엔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인물 주위엔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현실에서도 누군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너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야'라는 말 대신에 진심어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비겁해도 괜찮아요. 연약한 방법이라도 괜찮습니다. 해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시작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야 합니다. 한 번도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초라하고 유치한 방법이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그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무기력감으로 바닥 친 마음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틔워줄 것입니다. 계속되는 성공 경험의 양분을 먹고 자라 언젠가는 당당한 목소리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165
가족 간 가스라이팅, 친구 간 가스라이팅, 연인 간 가스라이팅, 부부 간 가스라이팅, 직장 상사와 직원 간 가스라이팅...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 사례, 가스라이티가 가스라이터가 되는 사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가스라이터의 성향과 모습...,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후 제시한 극복 방안 등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길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고 책입니다. 그 책에 치명적인 오류가 남지 않도록 에너지를 아끼세요. 틀렸다고 생각될 때 멈추고 더 나아가지 마세요. 그럼 보입니다. 가스라이터의 헛소리가. '이토록 친밀하고 치밀한 적에 대하여'p.213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에 경계선을 두기를, 지금까지의 노력과 수고에 미련을 두지 말고 돌아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나'를 먼저 챙기고 내가 행복해야 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갈 자격을 스스로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