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모든 사람들이 다 '우렁이 각시'라도 되는 것일까요? '자고로 여자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며 굴레처럼 씌어진 여성들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요? 살림 잘하고 남편 잘 받들고 자식 잘 키우고 시부모도 잘 모시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모습, 모두가 다 다름에도 모두에게 다 같은 모습을 바라던 그 시대 여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요? 사실 우리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밥 잘하고 아이 잘 키우고 남편에게 순종하는 여자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 가부장인 그들의 옛이야기 작품에서 여성은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아내나 어머니로 준비된 존재일 뿐이었다. 고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대표적' 옛이야기에서도 여성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은 그들의 의도대로 편집되고 있었다. p.10

 

이 책은 표지 그림도 시선을 끌지만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제목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출판사 기획자, 편집자, 작가를 오가며 책을 쓰거나 편집을 하던 저자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 본 우리 옛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벽이 되니 물독에서 우렁이가 나오더니 속에서 기가 막히는 천하일색 색시가 나와 밥을 지어놓고 들어가더래.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

 

이 짧은 문장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우렁이 각시>입니다. 이 책은 <우렁이 각시> <방귀쟁이 며느리> <여우 누이> <선녀와 나무꾼> <밥 많이 먹는 색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도깨비방망이>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 새> <콩쥐 팥쥐> 등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옛이야기 22편이 실려 있는데요. 사투리로 전하는 이야기는 옛이야기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22편 중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장 많이 읽어서 익숙한 이야기들인데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책 제목이기도 한 <우렁이 각시><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입니다. 전래 동화로 읽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읽는다는 것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림 형제 동화 원작처럼 때론 결말이 전혀 다른 이야기들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잔혹한 장면들 또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예닐곱 명에게 우렁이 각시 이야기를 아는지 물었을 때, 안다고 한 사람들은 거의 다 '우렁이 껍질 속에서 몰래 나와 밥 차려 놓고 가는 아름다운 처녀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결말을 아는지 물으니 순박한 총각과 잘 사는 걸로 끝난다고 했다. p.18

 

꿈오리 또한 <우렁이 각시>는 이런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데요. 저자는 색시에게 우렁이 껍질은 '자기만의 방'이라고 말합니다. "때가 되어 서로의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사랑조차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총각은 "천하일색인 겉모습과 밥상을 차리는 손에 안달을 낼 뿐 색시의 내면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면서 "생기발랄하던 처녀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그의 부엌에 갇혀 버렸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정말 그런 이야기였던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총각의 어머니,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시어머니는 부엌의 주도권을 며느리에게 넘길 생각이 없었고, 이 때문에 아들의 삶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며느리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며느리는 고을의 원님과 함께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던 <우렁이 각시>와는 전혀 다른 결말이죠?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속 이야기라고 한다면 아마도 원님과 행복하게 살면서 끝난 이야기에 엄청난 호응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어머니를 원망하겠지요?

 

"성폭력과 약탈혼을 가해자의 눈으로 로맨틱하게 그린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과 결혼에 대한 헛된 환상을 심어 주는 이야기이자 가부장제의 방임과 학대를 딛고 노동과 연대의 힘으로 강인하게 살아남은 여성의 생존기" <콩쥐 팥쥐>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글로 대신합니다.

 

옛이야기의 바다에서 '혐오로 가득한 막장 드라마', '교훈을 주려고 의도된 서사'는 이야기를 덮고 있는 두터운 먼지에 그칠지 모른다. (중략) 이제부터 전하려는 것은 호랑이의 훈계가 아니라 만만찮은 여자들, 할머니와 어머니와 나와 우리 딸 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스무 살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말씀처럼 스무 살이 되어 독립적인 삶을 시작했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와중에 스무 살>속 스무 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와중에 스무 살>은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으로 대학에 입학 한 후에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은호의 이야기입니다. 가족, 경제력, 진로, 사랑 등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 같은 은호의 삶, '이 와중에 스무 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호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만약 내가 온도가 너무 낮은 무시와 온도가 너무 높은 간섭이 아닌 적당히 따스한 관심을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옳으니 그르니 하는 판단과 평가가 아닌 그랬구나, 하는 공감을 받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p.11

 

이야기는 은호가 학교 심리 상담실에서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며 시작합니다. 엄마에게 기댈만한 사람이 생기면 돌덩이처럼 눌러앉은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딸인 은호와 열여덟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자매로 보이기까지 하는 엄마는 오로지 딸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입니다. 가장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 아빠 대신 쉬지 않고 일만 하던 엄마의 수고로움과 고단함을 알기에 은호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며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가 아닌 엄마의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살게 되었을 때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딸이자 동생의 보호자가 아닌 그냥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해방감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이혼을 선언한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사사건건 부딪치는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은호의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남자라는 존재는 아빠로 인해 뒤틀려 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집을 비웠던 기간이 며칠에 불과했는지 몇 달 동안 이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우리를 돌봤는지도 기억에 없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숨을 낮게 쉬며 지냈다는 것, 밤에는 서랍에서 꺼낸 엄마 옷에 코를 박고 잠들었다는 것이다. p.116

 

어릴 적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버리고 갔다는 기억은 지금까지도 은호의 삶을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다시 떠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은호는 엄마가 떠나지 않도록 말을 잘 듣는 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 후 성인이 되어서도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남자 친구 준우도 그렇게 자신이 먼저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은호 학생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처럼, 은호 학생도 엄마를 놓아줘요. 편안하게 힘을 빼면서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거죠. p.205

 

엄마가 편해져야 자신도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은호, 상담을 하면서 엄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엄마에게서 독립을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기준이 자신이 아닌 엄마였다는 것을 말이지요. 딸은 절대로 자기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던 엄마의 바람 역시 삶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딸이었던 것이었죠.

 

상담사는 "엄마의 감정을 다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고 말합니다. 엄마의 말이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엄마의 희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지나친 책임감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책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누구의 딸이 아닌, 누구의 엄마가 아닌, 그저 서로에게 자유로운 존재로서 함께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봄 햇살처럼 따스해 보였습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은호가 동생 현호에게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기꺼이 세상을 경험해 볼 용기"를 주고 싶어 보낸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현호야, 행복하니? 지금 행복할 줄 알아야 나중에 행복할 수 있대. 지금 행복하자. p.2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들 사이로 달리는 말들과 푸른색 표지, 그리고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제목은 왠지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된 작품의 리커버 에디션인데요.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개정판 그림이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책장에 꽂힌 <칼의 노래> 2권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 책으로 먼저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태초의 시기, 초와 단이라는 두 나라의 전쟁과 그 전쟁에 휘말리고 살아남은 두 마리의 말 토하와 야백의 애틋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초나라와 단나라는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님에도 마치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나라처럼 느껴지고, 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 토하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 야백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듭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초나라와 단나라를 담아낸 지도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등장인물인 사람과 말들을 먼저 소개하고 초나라와 단나라의 역사를 서술하는데요. 조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이름은 한 글자이고, 말의 이름은 두 글자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저절로 펼쳐져서 처음부터 이러하고, 시간은 땅 위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초나라 <시원기>의 첫머리에 적혀 있다. 초나라는 문자가 허술했다. p.11

 

나하강을 경계로 북쪽에는 초나라, 남쪽에는 단나라가 있었습니다. 초나라는 이동하며 살았고 논밭을 더럽게 여겼지만 단나라 사람들은 경작을 하며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초나라는 문자가 없었지만 단나라는 문자로 세상일을 기록했습니다. 초나라는 아무런 건조물이 없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단나라는 성벽을 쌓았습니다. 두 나라의 역사는 초의 <시원기>와 단의 <단사>에 기록된 것인데, 문자가 허술했던 초의 일들은 후대에 문자로 옮겨진 것입니다.

 

산맥 위로 초승달이 오르면, 말 무리는 달 쪽으로 달려갔다. 밤은 파랬고, 신생하는 달의 풋내가 초원에 가득 찼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중략) 새벽에, 말들은 나하에서 강물을 마셨다. p.48~49

 

이야기는 초승달을 향해 달리는 신월마에 대해 서술하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은 나하 상류 초원에 살았던 ''였습니다. 추에게는 무당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요가 있었는데, 요는 열다섯 살 때 신기를 받았고 달의 기운을 불러들여 죽은 자의 넋을 품고 달래서 보냈습니다.

 

어느 날 달리던 말 떼 중 한 마리가 요와 눈이 마주쳤고, 요는 그 말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 말은 후세에 총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추는 총총의 잔등에 올라타고 달리면서 처음으로 말 잔등에 올라탄 사람이 되었습니다. 추는 말타기의 놀라움을 부족장에게 알려주었고, 말타기는 부족장과 군사들에게 크게 쓰일 것을 알았습니다. 추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구간에 요와 총총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추는 총총의 목을 베었습니다. 요가 마을을 떠난 후 추는 말타기의 비밀이 새어 나갈 것을 걱정한 부족장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마을에서 도망친 요는 백산으로 들어가 짐승의 넋을 달래는 무당이 되었습니다. 요는 백마 한 마리를 길렀는데, 백마에 대해선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초나라의 목왕에겐 두 아들 표와 연이 있었는데 '토하'는 표의 말이 되어 나하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처음으로 비혈을 겪은 야백은 특등마 전풍일품으로 단나라 왕에게 바쳐진 후 군독 황의 전마가 되었습니다.

 

냄새가 이러함으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p.126~127

 

초와 단의 전쟁은 계속되었고, 야백은 전쟁터를 달렸습니다. 군독 황이 죽자 야백은 스스로 재갈을 빼고 진영을 벗어났고, '토하'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 후...,

 

초와 단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룻밤 애틋한 사랑을 나눈 토하와 야백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와 단 그리고 토하와 야백의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고대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초나라와 단나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험한 존재들처럼 느껴지는 신월마 토하와 비혈마 야백의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판타지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의 박물관 I LOVE 그림책
린 레이 퍼킨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물관' 하면 역사적인 유물이나 고고학 자료를 전시한 모습이 떠오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광고 박물관, 신문 박물관, 금융 박물관, 전기 박물관, 쇳대 박물관,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 조금 특별하고 이색적인 박물관들도 많습니다. <모든 것의 박물관>은 뉴베리 대상 수상 작가 린 레이 퍼킨스가 만든 아주 특별한 박물관으로 여러 저널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모든 것의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 볼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름, 민들레꽃 한 송이, 낙엽 등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박물관은 무언가 특별한 공간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이곳은 '모든 것의 박물관'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상상하는 것, 그 어떤 것이든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세상이 너무 거대하고, 너무 소란스럽고, 너무 바쁘기만 할 때, 나는 세상의 작은 부분을 보는 걸 좋아하지. 한 번에 하나씩. '모든 것의 박물관' ~

 

풀밭 위에 누운 한 아이가 꽃을 찾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꿀벌을 바라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본 것들, 궁금해 하는 것들을 박물관처럼 고요한 곳에 보관해 둡니다. 때로는 마음 속 상상의 박물관에 보관하기도 하죠.

 

 


"돌멩이가 섬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궁금증은 웅덩이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웅덩이가 연못의 바위 위에 있는 건 아닌지, 연못이 호수의 작은 섬에 있는 것은 아닌지..., 웅덩이 속 작은 돌멩이는 섬이 되어 점점 더 큰 세계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려낸 것들은 아이가 만든 섬 박물관에 소장됩니다. 하얀 꽃이 늘어진 가지, 눈이 쌓인 가지는 그대로 치마가 되어 덤불 박물관에 전시됩니다. 숨기에 좋은 덤불은 은신처 박물관에 소장됩니다.

 

그림자 박물관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그림자들이 전시됩니다. 불을 끄고 누워 그림자놀이를 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그림자도 당연히 그림자 박물관에 전시가 되겠지요? 하늘 박물관엔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요? 우주 박물관에는요?

 

이건 진짜 박물관이야. 작은 것들의 박물관이지. 나는 앉아서 그것들을 바라보기를 좋아해. 한 번에 하나씩, 또 한꺼번에.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곤 해. 세상은 바쁘고, 거대하고, 때때로 시끄럽지만, 난 가끔 그게 좋기도 하니까. '모든 것의 박물관' ~

 

창가에 작은 것들의 박물관이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박물관이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어른들의 마음속엔 어린 시절 기억과 꿈이 소장된 추억의 박물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여러분의 박물관엔 어떤 것이 전시되어 있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당은 세상의 물질로 만들어졌으나 하느님의 거처가 되고, 지상에 있지만 천상의 궁전이 되며, 흙으로 만들어져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빛이신 그리스도를 담고 있는 공간이 됩니다. 그 안에서 사람은 땅의 겸손함을 신고 하늘의 고귀함을 입습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가보았을 '명동성당',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꿈오리에게 명동성당은 오래도록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들른 명동성당에서 아기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과 함께 기도를 드렸고, 마치 그 기도를 들어주신 듯 큰 아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꿈오리와는 다를지라도 성당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은 의정부교구 본당 사목과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강한수 사제가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성당을 소개하면서 성당의 형성 과정과 더불어 그 시대의 교회와 신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당 이야기입니다.

 

 


 

성당 건축이 프레-로마네스크에서 로마네스크로 발전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마네스크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중략) 19세기에 들어 중세에 발달한 이 양식이 고대 로마의 건축 양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미술 사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로마적인 것, 로마풍의 것, 로마를 닮은 것'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로마네스크'로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p.39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그리스도교 공인으로 교회는 로마인들의 공회당인 바실리카를 개축하거나 신축해 모임 장소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 건축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이야기로 프랑스 부르고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2 클뤼니 수도원 성당', 독일 라인란트 지역의 북부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 '1 슈파이어 대성당', 그리고 성지 순례길의 성당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부르고뉴 지방은 북부의 노르망디와 함께 프랑스의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을 이끄는 중심지"로 클뤼니 수도원 성당이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성당이라고 하는데요. 클뤼니 수도원 성당은 "개혁의 상징이었고 성지 순례의 중요한 거점이었기에 새로우면서도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을 필요로 했다"고 합니다. 석조 볼트를 가진 성당이 증축되면서 천장과 벽이 일체의 석구조를 이루며 '수직'이라는 중세의 중요한 건축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 슈파이어 대성당은 라인라트 상류 지역의 대표적인 독일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으로 제2 슈파이어 대성당으로 증축되고 파괴와 복구를 겪으면서 초기의 모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초기 로마네스크를 완성한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1 슈파이어 대성당을 거치면서 프랑스 남부의 초기 로마네스크와 교류하며 독일의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주의의 로마네스크로 한 걸음 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로마네스크 시기에 종교적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 중 하나가 '성지 순례'였습니다. '성지 순례'를 한자의 뜻으로 새겨 보면 거룩한 장소를 다니면서 예배하는 것을 말합니다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 성지란 라틴어 '테라 상타(거룩한 땅)'의 번역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셨으며 돌아가시고 묻히신 뒤 사흘 만에 부활하신 구원의 땅곧 이스라엘(팔레스티나)을 가리킵니다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성지 순례란 이스라엘을 순례하는 것을 말합니다. p.96


성지 순례는 초기 교회부터 이루어졌지만, 보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주님 무덤 성당'을 세우면서부터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자에게 이스라엘 성지 순례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가 여의치 않자, 성인들의 유적지를 예루살렘 대용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로마네스크 시기에 들어서면서 중요한 성지가 등장했는데, 그곳이 바로 사도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산티아고 대성당입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의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포르티코 데 라 글로리아(영광의 문)'은 두꺼운 기둥이 받치는 세 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은 최후의 심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에 나오는 성당들의 모습을 보면서 덕수궁 옆에 있는 대한성공회성당이 떠올랐는데요.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던 성공회성당이 바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된 건물이라는 것이 새삼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성당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빠져들어 읽게 된 것은 성당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빠졌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의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들판의 바람과 함께 긴 여정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어선 순례자는 오랜 세월 다양한 변화를 겪은 산티아고 성당의 모습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성당 바닥에 길게 드리워진 저무는 해의 따스한 노을로 그날 하루를 정화하고 봉헌할 것입니다.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