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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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가면을 쓰고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모든 사람들이 다 '우렁이 각시'라도 되는 것일까요? '자고로 여자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며 굴레처럼 씌어진 여성들의 모습인 것은 아닐까요? 살림 잘하고 남편 잘 받들고 자식 잘 키우고 시부모도 잘 모시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모습, 모두가 다 다름에도 모두에게 다 같은 모습을 바라던 그 시대 여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요? 사실 우리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밥 잘하고 아이 잘 키우고 남편에게 순종하는 여자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 가부장인 그들의 옛이야기 작품에서 여성은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아내나 어머니로 준비된 존재일 뿐이었다. 고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대표적' 옛이야기에서도 여성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은 그들의 의도대로 편집되고 있었다. p.10

 

이 책은 표지 그림도 시선을 끌지만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제목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출판사 기획자, 편집자, 작가를 오가며 책을 쓰거나 편집을 하던 저자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 본 우리 옛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벽이 되니 물독에서 우렁이가 나오더니 속에서 기가 막히는 천하일색 색시가 나와 밥을 지어놓고 들어가더래.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

 

이 짧은 문장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우렁이 각시>입니다. 이 책은 <우렁이 각시> <방귀쟁이 며느리> <여우 누이> <선녀와 나무꾼> <밥 많이 먹는 색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도깨비방망이>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 새> <콩쥐 팥쥐> 등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옛이야기 22편이 실려 있는데요. 사투리로 전하는 이야기는 옛이야기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22편 중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장 많이 읽어서 익숙한 이야기들인데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책 제목이기도 한 <우렁이 각시><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입니다. 전래 동화로 읽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읽는다는 것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림 형제 동화 원작처럼 때론 결말이 전혀 다른 이야기들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잔혹한 장면들 또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 예닐곱 명에게 우렁이 각시 이야기를 아는지 물었을 때, 안다고 한 사람들은 거의 다 '우렁이 껍질 속에서 몰래 나와 밥 차려 놓고 가는 아름다운 처녀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결말을 아는지 물으니 순박한 총각과 잘 사는 걸로 끝난다고 했다. p.18

 

꿈오리 또한 <우렁이 각시>는 이런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데요. 저자는 색시에게 우렁이 껍질은 '자기만의 방'이라고 말합니다. "때가 되어 서로의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사랑조차 벗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총각은 "천하일색인 겉모습과 밥상을 차리는 손에 안달을 낼 뿐 색시의 내면에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면서 "생기발랄하던 처녀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그의 부엌에 갇혀 버렸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정말 그런 이야기였던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총각의 어머니,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시어머니는 부엌의 주도권을 며느리에게 넘길 생각이 없었고, 이 때문에 아들의 삶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며느리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며느리는 고을의 원님과 함께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던 <우렁이 각시>와는 전혀 다른 결말이죠?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속 이야기라고 한다면 아마도 원님과 행복하게 살면서 끝난 이야기에 엄청난 호응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어머니를 원망하겠지요?

 

"성폭력과 약탈혼을 가해자의 눈으로 로맨틱하게 그린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과 결혼에 대한 헛된 환상을 심어 주는 이야기이자 가부장제의 방임과 학대를 딛고 노동과 연대의 힘으로 강인하게 살아남은 여성의 생존기" <콩쥐 팥쥐>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글로 대신합니다.

 

옛이야기의 바다에서 '혐오로 가득한 막장 드라마', '교훈을 주려고 의도된 서사'는 이야기를 덮고 있는 두터운 먼지에 그칠지 모른다. (중략) 이제부터 전하려는 것은 호랑이의 훈계가 아니라 만만찮은 여자들, 할머니와 어머니와 나와 우리 딸 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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