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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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누구나 한번은 꼭 가고 싶은 곳,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 합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낭만의 도시 파리 등의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곳이지요. 만약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어디부터 가보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때 필요한 책이 바로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가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일정을 짜는데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굳이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책을 통한 예술 여행을 떠나도 좋겠지요?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는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자 건축 칼럼니스트인 함혜리 작가의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찾아가는 프랑스 여행기입니다. 프랑스 여행 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작가가 들려주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더욱 예술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프랑스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더합니다.

 

목적이 있는 여행이 늘 생산적인 것은 아니지만, 뭔가 주제가 있는 여행이 나는 좋다. 언제부터인가 내 여행의 주제는 '예술'이 됐다. (중략) 단지 내가 좋아하고,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p.5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는 자타공인 문화의 수도인 파리에서 시작합니다. 박물관 3종 기본 세트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를 비롯해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 시립현대미술관 등등은 물론이거니와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재단,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 등을 두루 방문합니다. 이후엔 빈센트 반 고흐의 도시 아를,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샤갈의 도시 생폴드방스 등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남프랑스를 둘러보고, 르코르뷔지에 건축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마무리합니다.

 


진귀한 보석을 품은 광산과도 같은 미술관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자산이 빼곡한 파리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도시다. (중략)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과 박물관 세 곳을 꼽아보자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퐁피두 센터다. p.16

 

"파리의 가장 중심부에 자리한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왕궁"이었습니다. 루이 14세가 베르사유궁을 짓고 이전한 이후 왕실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쓰였다고 하는데요. 프랑스 혁명으로 집권한 나폴레옹이 "공화국 국민의 미술과 교양 교육을 위해 루브르궁을 박물관으로 바꿔 미술품과 함께 일반에 개방"했다고 합니다.

 

루브르 박물관 안마당 중앙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는 처음엔 모두가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완공된 후에는 반대하던 사람들조차 찬사를 보낼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지금은 루브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200개가 넘는 전시실에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왕정 시대의 보물, 중세와 근대의 회화와 조각까지 40여만 점이나 되는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오르세 미술관은 1848년부터 1차대전 발발 시기인 1914년까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회화 외에 조각, 판화 등 3,300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440점의 인상주의 작품과 900여 점의 후기 인상주의 작품이 있으니 명실상부한 '인상주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p.28

 

원래 철도역이었던 오르세 미술관은 자동차가 보급되며 운영난을 맞아 철거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개조되며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등의 작품은 물론 세잔, 고흐, 고갱 그리고 마티스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옛 철도역에 걸려 있던 시계는 오르세 미술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마루 벗기는 사람들>의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오르세 미술관이 인상주의 전문 미술관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일하지 않아도 평생을 쓰고도 남을 재산을 가진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성을 알아보고 그들의 경제적 후원자인 동시에 인상주의 작품의 최초 수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장품을 국가에 유증했는데, 오늘날 그 작품들이 오르세 미술관 인상주의 컬렉션의 핵심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철도역이 미술관이 되고, 그 미술관에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을 기증한 금수저가 있었다는 것, 프랑스가 예술의 나라가 된 것은 그저 우연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 면에선 한없이 부럽기만 한 것은 왜일까요?

 


나는 항상 어디론가, 어느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자 같아.

떠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넋두리 같다.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188886일 남프랑스 아를에서 썼다. p.243

 

비교적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반 고흐, 도시의 삶에 압박감을 받던 그는 좀 더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데, 그곳이 바로 남프랑스 아를이었습니다. 강렬한 태양과 찬란한 빛을 찾아 왔건만, 처음 도착했을 땐 그런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빛나는 노란색이었다고 합니다. 반 고흐하면 떠오르는 해바라기, 바로 그 해바라기꽃같은 노란색이었습니다.

 

단독으로 쓸 셋집은 그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노란 집, 그는 그곳에서 "동료 화가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며 예술적 공동체를 이루고 창작 영감"을 나누기를 원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바로 폴 고갱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예술방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상상력을 중시한 고갱, 눈앞에 풍경이나 인물, 사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흐, 결국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예술적 공동체에 대한 꿈은 극단적 자해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후 고흐는 생레미드프로방스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별이 빛나는 밤>1889년 생레미 요양원에 있을 때 동트기 전 밤하늘을 그린 것이며, 소재는 비슷하지만 분위기와 화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에 가기 전 아를에서 그린 것입니다.

 

프로방스로 떠난 지 2년 만인 1890년 파리로 돌아왔지만, 정신질환이 점점 더 심해져 고통스러워하던 고흐는 오베르쉬르와즈로 떠나게 됩니다. 라부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 겸 여인숙의 다락방에 묵으며 정신적 안정을 찾은 그는 매일 한 점씩 완성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작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린 이후 밀밭에 가서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쐈으며,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카페 라부로 돌아와 자신의 다락방으로 올라간 고흐는 이틀 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살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를 수 없었지만, 공동묘지에는 안장할 수 있었으며, 6개월 뒤에 사망한 동생 테오가 고흐 옆에 눕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여행을 떠나며 특별히 계획했다는 르코르뷔지에 건축 답사, 아를에 있는 이우환 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툴루즈-로트레크 박물관, 세잔의 도시, 엑상 프로방스, 샤갈과 마티스의 흔적을 찾아 떠난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 미술관, 에펠탑과 에투알 개선문, 프랑스 국립도서관, 생제르맹의 카페들, 몽마르트르와 지베르니 등등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를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는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자 건축 칼럼니스트인 함혜리 작가의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찾아가는 프랑스 여행기입니다. 프랑스 여행 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작가가 들려주는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더욱 예술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프랑스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더합니다.

 

예술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누구나 한번은 꼭 가고 싶은 곳,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 합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낭만의 도시 파리 등의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만약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어디부터 가보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때 필요한 책이 바로 <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가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일정을 짜는데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굳이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미술과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책을 통한 예술 여행을 떠나도 좋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방구석에서 떠나는 프랑스 예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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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토토
구라하시 레이 지음, 이하나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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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고 새침한 표정의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섯 마리 고양이, 핑크색 표지를 배경으로 한 고양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스툴 위에 앉아 있는 작은 고양이는 '주인공은 바로 나야 나!"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니! 고양이 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아기 고양이 토토>는 아기 고양이 토토와 다섯 마리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꼬마 집사의 행복한 하루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특히 꼬마 집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픈 것처럼 보이면서도 왠지 시크하고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 토토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덩치 큰 대장 고양이 보보, 나비넥타이를 한 로로, 귀가 길쭉한 다다, 방울을 단 삼색 고양이 나나, 나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응석꾸러기 네네 그리고 가장 작은 까만 고양이 토토, 아이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꼬마 집사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장난감을 가져와 함께 놀아 줍니다.

 

까만 고양이 토토는 밥 먹자는 소리에 누구보다 빨리 달려오고, 장난감을 보면 작은 몸으로 가장 먼저 달려오지만, 정작 이름을 부를 땐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낮잠을 잘 땐 꼬마 집사 옆에 와서 잠이 들었다가도 따스한 햇살을 따라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찾아다니게 만들기도 합니다. 집사와 장난감 잡기 놀이를 하다가도 다른 고양이들이 모여들면 어디론가 가 버리기도 하지요. 토토의 모습은 왠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픈 아기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낮잠을 자는 꼬마 집사 곁엔 토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토토와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장난감 방에 있을까요? 안방 옷장 안에 있을까요? 꼬마 집사는 숨바꼭질 잘하는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쯤 되면 독자들도 꼬마 집사를 따라 어딘가에 숨어 있을 고양이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된답니다. 이 장면에서 떠오르는 그림책, 바로 퀸틴 블레이크 그림책 <앵무새 열 마리>입니다.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앵무새들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고양이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지요. 고양이는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밤이 되어 자러 갈 준비를 하는 꼬마 집사, 고양이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잠자리를 찾아 갑니다. 하지만 토토는 아니라지요. 어딘가에 숨어서 자고 있었을지도 모를 토토에게 밤은 다시 놀아야 할 시간입니다. 꼬마 집사는 이제 꿈나라로 가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기 고양이 토토>는 아기 고양이 토토와 다섯 마리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꼬마 집사의 행복한 하루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특히 꼬마 집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픈 것처럼 보이면서도 왠지 시크하고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 토토의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밥 먹을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그 누구보다 빨리 달려오지만, 꼬마 집사가 이름을 부를 땐 좀처럼 오지 않는 토토, 낮잠 잘 때 옆에 착 붙어 있다가도 어딘가로 숨어 버리는 토토,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토토의 모습은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마저도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꼬마 집사와 함께 고양이들을 찾게 만든답니다. 토토와 고양이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꼬마 집사는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모두가 잠들 시간임에도 더 놀고 싶은 토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들마다 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꿈오리 한줄평 :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토토와 꼬마 집사의 행복한 하루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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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의 초대 - 하루 한 편 고전 시가 날마다 인문학 5
안희진 지음 / 포르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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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누구나 학창 시절 익히고 배워야 했던 문학 작품들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니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들, 특히 고전 시가는 낯선 단어와 표현으로 인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된 시의 초대>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고전 시가 작품들을 현대어로 풀이하고 어려운 용어와 표현에 대한 해설을 첨부하여 작품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해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작품들과 연관 지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 <오래된 시의 초대>"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고전 시가들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하였습니다. 1'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사랑의 기운, ', 2'뜨거운 태풍이 지나간 자리, 여름', 3'어긋나고 흩어지는 마음, 가을', 4'굳은 땅속에 내리는 뿌리, 겨울'까지 모두 40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헌화가>, <정읍사>, <속미인곡>, <가시리>, <제망매가>, <황조가>, <찬기파랑가>, <처용가> 등등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작품들이나 학창시절 밑줄을 긋고 의미를 해석하느라 애를 썼던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마음 편히 감상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노래의 원문에서 '달하'라고 높임의 호격 조사 ''를 써서 달의 존재를 한껏 높여 부른다. 이렇게 달님을 높여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랑하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p.77

 

타지로 나가 떠돌며 장사를 하는 남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아내의 마음을 담은 <정읍사>, 저자는 "초월적 존재로서의 달은 그냥 달이 아니라 달님"이라며, 아내는 "남편을 보살펴 주실 달님을 높여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아내의 소원인 무사 귀환은 '진 데'를 디디지 않는 것"으로, "진 데"가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결국 "남편에게 해가 되는 모든 사건"을 뜻하며, "어두운 곳에서 질척이는 '진 데'를 밟고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봐 불안한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 합니다. <정읍사>의 아내가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듯, 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가족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것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이겠지요? 몇 달 뒤 아들의 입영을 지켜봐야하는 꿈오리의 마음은 그보다 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향가는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인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빌며 부른 노래다. 월명사는 승려인 까닭에 누이의 죽음을 겪으며 마주하는 의문들을 불교에 기대어 해결하고자 한다. 다행히 그곳에 사후의 세계가 있고, 아미타불이 있는 미타찰이라는 정토가 있어, 죽은 누이와의 재회를 기대할 수 있다. p.176~177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마는, 죽고 사는 일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누이와 영원한 이별 앞에 선 월명사의 마음은 승려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크나큰 아픔을 겪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자는 "월명사가 재를 이 노래(제망매가)를 부르자 돌연 회오리바람이 불어 지전이 서쪽으로 날아갔다"<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월명사의 바람이자 다짐인 마타찰에서의 재회는 분명 이루어졌으리라 믿는다."고 말하는데요. 종교적 믿음이 있든 없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앞에 선 모든 사람들 또한 월명사와 같은 마음일 듯합니다.

 

 


국문학지 이어령은 생의 마지막 방송 대담에서 처용을 두고 폭력을 폭력으로 갚지 않고 덕과 관용으로 대한 이라고 평하였는데, 처용의 이 '''관용'은 상대에게 베푸는 시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처용의 품위에 감복한 역신이 그 자리를 떠나 다시는 얼씬하지 않았다는 후일담은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p.194~195

 

국어 교과서에 실린 고전 가사들 중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는데요. 특히 역신이 자신의 아내를 범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물러났다는 처용의 모습은 선뜻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처용은 성별을 초월하여 홀로 완전함을 이룰 수 있는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며, "아무리 아내라고 하더라도 상대를 향한 소유욕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일을 두고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처용의 대처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내의 잠자리 상대인 역신에게까지 두루 감화를 주었다며,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귀신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저버린 배우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그래서 처용을 "폭력을 폭력으로 갚지 않고 덕과 관용으로 대한 이, 처용의 이 '''관용'은 상대에게 베푸는 시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이어령 교수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오래된 시의 초대>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고전 시가 작품들을 현대어로 풀이하고 어려운 용어와 표현에 대한 해설을 첨부하여 작품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해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작품들과 연관 지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 <오래된 시의 초대>"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고전 시가들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하였으며, 40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헌화가>, <정읍사>, <속미인곡>, <가시리>, <제망매가>, <황조가>, <찬기파랑가>, <처용가> 등등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작품들이나 학창시절 밑줄을 긋고 의미를 해석하느라 애를 썼던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마음 편히 감상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학창시절처럼 우리 아이들도 공부의 목적으로 시작할지라도, 고전 시가에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고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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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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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참사, 누군가에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 일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참혹하고 가슴 아픈 일로 남아 있습니다. 가까운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 역시도 그러합니다. 어쩌면 그들의 시간은 참사가 일어났던 그 시간에 멈춰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에 남겨진 슬픔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슬픔과 고통 속에 남겨진 이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까 고민하지 말고 그저 그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과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그리고 남겨진 유족의 아픔을 통해 기억과 애도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던 학생들과 일을 하러 가던 어른들,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들에게 일어난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생존자들이 겪었을 고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바라볼 순 없겠지만, 최소한 비난과 혐오의 시선을 보내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잊힐 권리가 있다지만, 누군가에겐 잊히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나를 '배려'하면서 자의식을 공고히 하려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짜증이 났다. 배려받을 사람과 배려받지 못할 사람을 구분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나를 싫어하는 순간, 그들은 생존자를 싫어하는 고작 그런 사람이 된다. p.13

 

이 책의 화자인 연서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입니다. 사람들은 연서가 참사의 기억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그때와 지금의 연서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진상 조사를 외치는 친구 호정이, 마음먹기에 따라 이겨낼 수 있다는 아빠, 피해자다움을 바라는 사람들,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잊히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잊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연서를 일 년 전 그날로 데려다 놓습니다. 그렇기에 일 년이 지났어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세심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빠는 그날 이후 연서에게 엄청난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서를 알려고 노력하는 대신 모든 문제를 연서 탓으로 돌리던 그 아빠가 말이죠. 하지만 상담을 받고 약을 먹는 연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며, 연서가 강한 아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는 추모공간을 없애라는 항의 전화도 합니다. 추모 공간을 없앤 사람이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연서는 방송부와 학생회, 그리고 유가족과 생존자로 이루어진 교내 추모 준비단 활동을 그만둡니다.

 

어둠 속에 한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그건 사람의 눈이었다. 새하얀 흰자와 조명을 받아 쪼그라든 동공이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물 위로 얼굴만 둥둥 띄운 채 입을 뻐끔거렸다. , , 하는 울음소리가 입술 움직임에 맞춰 울려 퍼졌다. p.25

 

잠이 오지 않는 밤,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연서는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를 찾아갑니다. 하수구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연서는 놀라서 도망치고 맙니다. 혹시 괴담으로만 전해지는 '반 인간 반 파충류'와 같은 존재인 걸까요?

 

다시 찾아간 하수구에서 만난 건 지상 사람이랑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소년이었습니다. '왝 왝'소리의 정체는 맹꽁이지만, 굳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그 친구에게 연서는 왝왝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소년은 왜 그곳에 있는 것이며, 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걸까요? 나중에 드러나게 될 소년의 정체를 알고 나면, 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지를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날 이후 연서와 왝왝이는 사소한 이야기로 크고 작은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하며 여느 친구와 다름없는 날들을 보냅니다. 그러다 하수구 덮개를 사이에 둔 만남이 아닌, 진짜 만남을 위해 왝왝이가 있는 지하 세계로 갑니다. 왝왝이는 자신이 지내는 곳은 아무 고통도 없고, 누구도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요. 정말 그곳에 살면 슬픔도 고통도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왝왝이의 눈가는 어두운 것일까요?

 


그날의 일을 그냥 천재지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희가 그날 그곳에 있었어도 그렇게 쉽게 말했을 거냐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중략) 비로소 알았어요.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잊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야 잊어 가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는 것을. p.141~142

 

자신은 잊히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음을 깨닫게 된 연서는 다시 준비단에 들어가고 교내 추모제에서 낭독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해나갈 수 있는 일을 하리라, 자신을 잊어버린 존재가 된 그 소년을 지상 세계로 데려오리라 다짐합니다. 이야기는 연서와 친구들 그리고 한때 왝왝이였던 소년이 참사 추모 음악회를 진행하며 끝이 납니다. 지금도 왝왝이가 있던 하수구 철창 밑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그래서 스스로를 잊어버린 수많은 왝왝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과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그리고 남겨진 유족의 아픔을 통해 기억과 애도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던 학생들과 일을 하러 가던 어른들,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들에게 일어난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생존자들이 겪었을 고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바라볼 순 없겠지만, 최소한 비난과 혐오의 시선을 보내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잊힐 권리가 있다지만, 누군가에겐 잊히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를 잊어버린 채, 하수구 철창 아래서 살아가는 수많은 왝왝이들이 그들이 살았던 세계로 돌아오기를, 비난과 혐오가 아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그래서 수많은 왝액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모르게 잊히는 이들이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존재했다는 것조차 모르게 잊혀지고 있는 왝왝이들에겐 잊히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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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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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바깥으로 통하는 모든 문이 사라졌다면? 현관문과 창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오로지 벽만 있을 뿐이라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집안에서 지내야만 한다면? 그때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사라진 집안에 남은 남매 해리와 해수의 이야기입니다. 현관과 창문이 사라진 것은 물론 인터넷, 전화, 텔레비전 등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집안에 남겨진 남매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집안에서 맞닥뜨린 재난 상황, 해리와 해수는 위기를 극복하고 집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게 그대로였다. 현관문도 창문도 모조리 벽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만 빼고. 마치 집이 통째로 택배 상자 안에 밀봉된 것 같았다. p.10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현관문과 창문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엔 단단한 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화도 인터넷도 인터폰도 안 되기에 어느 누구에게든 구조를 요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침밥을 지어놓고 출근하는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혹시 엄마가 문을 다 막아 버린 것은 아닐까? 해리는 문득 엄마에게 화를 내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애지중지하던 애착인형을 말도 안 하고 버린 엄마에게 화가 났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밥도 해 놓고 간 엄마가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안했슈 TV의 안해수입니다. (중략) 지금 누나와 둘이 집 안에 갇혀 있어요. 전화도 안 터져서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어요. 이 영상을 보신 분들은 우리 엄마나 119에 연락해 주세요. 문 없앤 거 내가 안 했슈! 안했슈 TV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p.16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걸까요? 온 집안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진 끝에 현관 옆 끝방 천장 근처에서 와이파이 신호가 잡힌다는 것을 알게 된 해수는 아이튜브 계정에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을 올립니다. 실종 신고를 받고 온 경찰도 갇힌 상황에서 아이튜브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아이튜브 계정을 구독한 사람들은 응원의 댓글도 달았지만, 주작이라며 악플을 달기도 했습니다.

 


해리는 먹는 둥 마는 중 젓가락만 휘저었다. 드디어 혼자 라면을 끓여 보았지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떠올리면 아찔했다. 지금 집에는 문이 없다. 불이 나도 탈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p.37

 

해리는 난생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습니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라면을 끓이려다 휴지에 불이 붙어 큰일 날 뻔 했지만요. 세탁기로 빨래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합니다. 해수도 난생 처음 설거지를 합니다. 밥그릇을 떨어뜨리기도 했지만요. 누나 해리는 엄마 대신 동생을 재우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해리와 해수도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을...., 아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내가 깨면 병아리, 남이 깨면 프라이라는 말 몰라? 스스로 나올 수 있게 놔둬야 해. 사람이 깨 주면 금방 죽는대. p.108

 

집안에 갇혀 지내는 상황을 아이튜브로 보여주는 해리와 해수, 나름 적응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언제 탈출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미래를 위한 대책도 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유정란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킬 계획을 세우는데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 드디어 알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 몇 시간의 사투 끝에 혼자 힘으로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모습은 해리와 해수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줍니다.



해병이도 꽉 막힌 알에서 껍데기를 깨고 나왔잖아. 문이 없으면 우리가 문이 되는 거야. p.128

 

병아리 해병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본 해리와 해수는 문이 없는 집에 문을 만들어 내기로 결심하고, 두려운 마음에 차마 용기내지 못했던 어둠속으로 한 발짝 나아갑니다. 어둠의 끝에는 분명 빛이 있을 테니까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불시에 일어난 재난은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몰랐던 평범한 일상, 저녁이면 모두가 돌아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곳,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만들어 낸 내 안의 벽은 무엇인지, 왜 그런 벽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는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사라진 집안에 남은 남매 해리와 해수의 이야기입니다. 현관과 창문이 사라진 것은 물론 인터넷, 전화, 텔레비전 등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집안에 남겨진 남매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집안에서 맞닥뜨린 재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해리와 해수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고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아이들이라서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이었다면 재난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려 함께 노력하는 대신, 책임을 전가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꿈오리 한줄평 : 문을 열고 나갈 용기만 있다면 문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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