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의 초대 - 하루 한 편 고전 시가 날마다 인문학 5
안희진 지음 / 포르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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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누구나 학창 시절 익히고 배워야 했던 문학 작품들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니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들, 특히 고전 시가는 낯선 단어와 표현으로 인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된 시의 초대>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고전 시가 작품들을 현대어로 풀이하고 어려운 용어와 표현에 대한 해설을 첨부하여 작품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해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작품들과 연관 지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 <오래된 시의 초대>"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고전 시가들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하였습니다. 1'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사랑의 기운, ', 2'뜨거운 태풍이 지나간 자리, 여름', 3'어긋나고 흩어지는 마음, 가을', 4'굳은 땅속에 내리는 뿌리, 겨울'까지 모두 40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헌화가>, <정읍사>, <속미인곡>, <가시리>, <제망매가>, <황조가>, <찬기파랑가>, <처용가> 등등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작품들이나 학창시절 밑줄을 긋고 의미를 해석하느라 애를 썼던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마음 편히 감상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노래의 원문에서 '달하'라고 높임의 호격 조사 ''를 써서 달의 존재를 한껏 높여 부른다. 이렇게 달님을 높여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랑하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p.77

 

타지로 나가 떠돌며 장사를 하는 남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아내의 마음을 담은 <정읍사>, 저자는 "초월적 존재로서의 달은 그냥 달이 아니라 달님"이라며, 아내는 "남편을 보살펴 주실 달님을 높여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아내의 소원인 무사 귀환은 '진 데'를 디디지 않는 것"으로, "진 데"가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지만 결국 "남편에게 해가 되는 모든 사건"을 뜻하며, "어두운 곳에서 질척이는 '진 데'를 밟고 집에 돌아오지 못할까봐 불안한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 합니다. <정읍사>의 아내가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듯, 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가족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것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이겠지요? 몇 달 뒤 아들의 입영을 지켜봐야하는 꿈오리의 마음은 그보다 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향가는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인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빌며 부른 노래다. 월명사는 승려인 까닭에 누이의 죽음을 겪으며 마주하는 의문들을 불교에 기대어 해결하고자 한다. 다행히 그곳에 사후의 세계가 있고, 아미타불이 있는 미타찰이라는 정토가 있어, 죽은 누이와의 재회를 기대할 수 있다. p.176~177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마는, 죽고 사는 일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누이와 영원한 이별 앞에 선 월명사의 마음은 승려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크나큰 아픔을 겪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자는 "월명사가 재를 이 노래(제망매가)를 부르자 돌연 회오리바람이 불어 지전이 서쪽으로 날아갔다"<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월명사의 바람이자 다짐인 마타찰에서의 재회는 분명 이루어졌으리라 믿는다."고 말하는데요. 종교적 믿음이 있든 없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앞에 선 모든 사람들 또한 월명사와 같은 마음일 듯합니다.

 

 


국문학지 이어령은 생의 마지막 방송 대담에서 처용을 두고 폭력을 폭력으로 갚지 않고 덕과 관용으로 대한 이라고 평하였는데, 처용의 이 '''관용'은 상대에게 베푸는 시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처용의 품위에 감복한 역신이 그 자리를 떠나 다시는 얼씬하지 않았다는 후일담은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p.194~195

 

국어 교과서에 실린 고전 가사들 중 유독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는데요. 특히 역신이 자신의 아내를 범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물러났다는 처용의 모습은 선뜻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처용은 성별을 초월하여 홀로 완전함을 이룰 수 있는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며, "아무리 아내라고 하더라도 상대를 향한 소유욕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일을 두고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처용의 대처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내의 잠자리 상대인 역신에게까지 두루 감화를 주었다며,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귀신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저버린 배우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그래서 처용을 "폭력을 폭력으로 갚지 않고 덕과 관용으로 대한 이, 처용의 이 '''관용'은 상대에게 베푸는 시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이어령 교수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오래된 시의 초대>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고전 시가 작품들을 현대어로 풀이하고 어려운 용어와 표현에 대한 해설을 첨부하여 작품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해설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작품들과 연관 지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 <오래된 시의 초대>"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고전 시가들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4부로 구성하였으며, 40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동짓달 기나긴 밤을>, <헌화가>, <정읍사>, <속미인곡>, <가시리>, <제망매가>, <황조가>, <찬기파랑가>, <처용가> 등등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작품들이나 학창시절 밑줄을 긋고 의미를 해석하느라 애를 썼던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마음 편히 감상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학창시절처럼 우리 아이들도 공부의 목적으로 시작할지라도, 고전 시가에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고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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