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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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과 초록색 그리고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하얀색, 신비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의 표지가 시선을 끄는 책 '당신이 살았던 날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오르빌뢰르는 '예루살렘 포스트'지가 선정한 2021년 영향력 있는 50인의 유대인 중 한 사람이자, 프랑스의 세 번째 여자 랍비입니다.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기자로 활동한 후에, 뉴욕에서 랍비가 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사람들이 삶의 전환점에서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들 곁에 있다" 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시간 사이와 세대 사이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존재할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거룩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사이에 통로를 열고, 이야기꾼의 역할은 그 입구에 서 있으면서 그곳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일견 터무니없고 모순된 이름으로 불린다. '베트 아하임', 이름하여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이다. 이는 죽음을 부정하거나 죽음을 지우면서 죽음을 물리치려는 시도와 무관하다. 그것은 오히려 죽음을 언어 바깥에 놓으면서 죽음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 p.31

 

 

죽음은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죽음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슬픔만을 안겨주는 것일까요? 만약 가족이나 ''에게 급작스럽게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때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자, 삶을 마무리하고 끝을 맺는 휴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죽음이 휴식이라고 한다면 슬퍼해야할 대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가까운 사람이나 ''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죽음을 휴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바로 이런 순간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탈무드의 전승들도 카디시에 기묘한 힘을 선사하고, 이 기도가 조상의 전례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한 전례를 이룬다고 단언한다. 그러니까 고인을 추모하며 카디시를 낭송함으로써 그의 영혼이 창조주와 합일하는 숭고한 높이로까지 나아갈 때 더 빨리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p.116

 

 

총기 테러 사건으로 인한 죽음,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고 고난의 삶을 살아온 생존자의 죽음, 동생의 죽음, 친구의 죽음, 암살로 인한 죽음...,묘지에서 카디시를 낭송하고 장례 집전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한 저자는 그곳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일으키는 두려움과 고통, 슬픔을 마주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동생을 떠나보낸 형의 이야기와 친구를 떠나보낸 이야기였는데요. 저자의 의도와는 다를지라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조금 더 깊이 공감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로,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이야기로 말이지죠.

 

무너져내린 것은 그들의 세상, 그들의 가족 혹은 친지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온 세상이다. 한 아이의 죽음이 초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모두의 세상의 와해, 인류는 미래가 한순간에 과거가 되어버린 부모의 모습이 되어 형언할 수 없는 혼돈의 집단의식에 빠진다.

(중략)

우리는 부모를 여의면 고아가 되고, 배우자를 잃으면 과부나 홀아비가 된다. 그렇다면 자식을 잃었을 때 우리는 뭐가 될까?

(중략)

자식을 잃은 부모는 히브리어에서 과실을 딴 나무줄기나 과립이 떨어진 포도송이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수액이 줄기 속에서 흐르지만 이제 갈 곳을 잃고 눈이 메마른다. 생의 조각이 그것을 떠났기 때문이다.

(중략)

가족을 남기고 떠나는 두려움, 자식의 성장을 보지 못하는 두려움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잃는 두려움, 망각의 두려움, 변화의 두려움, 자신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질병은 서서히 내 친구를 바꿔놓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리안을 그녀이자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중략)

떠나는 자의 무언가가 살아남은 자들의 생을 구성하여 앞으로 그들이 될 자와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너에게서 비롯되고 영원히 우리와 하나되어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갈 것의 목소리를 들어라.

'당신이 살았던 날들'p.135~175

 

 

죽음은 그저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무덤 위에 조약돌을 올려놓은 것은 무덤에 안식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그의 유산에 포함된다는 것을, 그의 이야기를 연장하는 잇따르는 세대들에 속한다고 선언하는 것' 처럼 삶과 이어져 있음을, 그들은 떠났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긴밀하게 유대를 맺고 있음을, 그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끝이 아닌 무한하게 이어지는 삶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만나게 됩니다.

 

유대인의 전통과 삶의 철학, 성서 등 익숙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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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기 만점 1학년 파스텔 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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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첫 사회생활은 울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집 두 형제도 역시나 그랬답니다. 그렇게 울음으로 시작한 첫 사회생활을 무사히 끝낸 아이들은 학교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은 초등학생보다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에 더 가깝습니다.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요.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부터 화장실, 방과후 교실, 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거기에다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인사는 잘할 수 있을지, 급식실에서 밥은 잘 먹을 수 있을지 등등..., '우리는 인기 만점 1학년'은 바로 이런 고민거리와 걱정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초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에 가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돼', '이제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책속 열네 명의 아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익히게 된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 스스로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책속에 등장하는 열네 명의 친구를 따라 교문, 교실, 도서실, 운동장, 급식실 등등 학교 곳곳을 둘러볼 수 있고,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으며, '누구누구는 인기가 많아.'하는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즐거운 초등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답니다. 누구나 인기 만점 1학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지요.

 

힘찬이는 인기가 많아.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안녕!"하고 인사하니까. 친구들을 기운차게 해 주는 힘찬이는 인기 만점 1학년.

'본문' ~

 

 

인사를 잘 하는 힘찬이는 인기가 많답니다.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자신있게 말하는 하나도 인기가 많지요. 그리고 준우도, 시아도, 윤서도, 설이도..., 인기가 많답니다.



인사도 잘하고, 자신있게 발표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친구들을 잘 도와주고, 잘못했을 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언제나 밝게 웃고, 그리고 또..., 열네 명의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된답니다. 생긴 모습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친구들은 모두 자신만의 강점으로 인기 만점 1학년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집 두형제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학을 앞둔 아이는 설레는 마음 한켠에 약간의 긴장감도 함께 하고 있었답니다. 아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엄마도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기대 반 두려운 반으로 고민을 했었는데요. '학교생활을 잘 하는 방법'하면서 강제적으로 주입시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책속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즐겁고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익힐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나만의 강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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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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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로 시작하는 작가님의 손편지, 이름을 모르니 작가님이 아는 가장 다정한 이름으로 불러본다며 쓴 손편지, 책을 다 읽고나니 편지에 담긴 작가님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슬픈 호수에서 문장을 길어내었다는 작가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손글씨로 쓴 이야기라는 '호수의 일', 어떻게 이렇게 긴 이야기를 손글씨로 쓸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호정이의 '호수'가 우리들의 '호수'였음을, 우리 아이들의 '호수'임을,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하며 아파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음을, 그래서 손글씨로 꾹꾹 그 '호수'에서 일어난 일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춘, 첫사랑, 성장, 치유'라는 해시태그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풋풋하고 아름답지만, 아픔을 겪으며 성장했던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지금 그 과정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성난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치는 극적인 상황이 없었음에도, 한 자리에 앉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호수의 일'p.7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의사에게 들려주는 호정이, 하지만 호정이의 기억은 물감을 뒤섞어 놓은 듯 어지럽습니다. 어제 느꼈던 감정은 흐릿하지만, 어린 시절의 일은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제 느꼈던 감정보다 그때의 일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어린 호정이의 '호수'에 담기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컸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이 오면 호수의 얼음은 녹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나는 진주의 태동이 전해지던 손바닥의 느낌까지 기억하고 있다. 진주가 처음 집에 오던 날의 그 낯선 따스함도.

(중략)

어떤 발자국은 돌아 나왔지만 어떤 발자국은 결말을 알 수 없었다. 가장자리를 걷는 것도 아니고 호수 깊이, 도무지 바닥을 알 수 없는 호수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음은 뭘까? 포근하게 보이는 눈밭 아래에 대체 뭐가 있을 줄 알고. 호수의 일'p.11~16

 

 

동생 진주의 생일을 맞아 호수로 간 가족은 함께 썰매를 탑니다. 하지만 호정이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 불안감은 어쩌면 동생 진주가 처음 집에 오던 날 느꼈던 낯선 따스함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호정이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은 그런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진주의 어리광과 아빠의 '미안해'라는 말은 진주네 집이라서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동생 진주, 엄마의 보살핌을 받는 진주, 아빠에게 어리광도 부리는 진주, 호정이의 기억 속엔 온가족이 함께 하는 집은 없었으며, 진주네집처럼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만 안전하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는 걸 일찌감치 배웠다.

(중략)

도대체 똑같은 대사를 날마나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엄마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인강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어도 그 눈빛을 알 수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 불안한 눈빛, 우리 애가 사춘기를 힘들게 지나네, 하는 눈빛. 사춘기라는 말이 없었다면 어쩔 뻔 하셨나요?

호수의 일'p.61

 

 

일곱 살 이전의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 호정이, 호정이는 할머니의 재산까지 쏟아 부어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던 엄마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 집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처참하게 실패했고, 엄마 아빠는 돌아왔지만 호정이에겐 돌아갈 집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은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아름다운 것에는 등수가 없다." 라고 하셨는데, 늘 두통을 달고 사는 호정이에게 선생님의 그 말은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절로 눈치가 보였던, 그래서 혼자서 엄마 아빠가 일하던 만두 가게를 찾아갔던 일곱 살, 그때부터 호정이에게 세상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을 엄마 아빠가 하는 만두 가게에 데려갔던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릅니다. 늘 당당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친구 지후와 나래, 자신과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깊은 호수에 잠긴 것 같았다. 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고요한. 햇살을 가득 받아 따듯한, 그리고 환한. 손끝만 움직여도 공기가 물결이 되어 은기에게 전해질 것 같았다. 여기, 호정이가 있어, 라고. 호수의 일'p.91

 

 

나래와 지후와 함께 하던 호정이의 '호수'에 잔잔하고 고요한, 따듯하고 환한 물결을 일으킬 누군가 나타났습니다. 전학 온 그날부터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갔던 은기, 어느새 호정이의 곁에 있게 된 은기, 어쩌면 호정이의 꽁꽁 언 '호수'는 은기로 인해 봄날의 호수처럼 잔잔하고 환하게 빛날 수도 있었습니다. 은기에게 일어난 그때 그 일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깊고 어두운 호수, 얼어붙은 호수에 잠긴 학교,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은기를 만나기 전의 얼어붙은 호수와 같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호수의 일'p.350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아무리 꽁꽁 언 호수라도 봄이 오면 가장자리부터 녹아내리는 건 자연의 이치, 호정이에게 봄은 은기였을지도, 친구 나래와 지후였을지도, 동생 진주였을지도, 엄마와 아빠였을지도 모릅니다.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눈부신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호수, 어느 날 호정이의 호수가 다시 꽁꽁 얼어붙을지라도, 다시 봄 햇살에 녹아 환하게 빛날 것입니다. 슬프고 춥고 아프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엔 언제나 따듯함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 둘러싸인 안전하고 따뜻한 우리집이 없었다는 상실감, 풋풋한 17살 청춘에 겪은 첫사랑의 아픔, 그럼에도 호정이 곁에는 언제나 늘 가장 먼저 따스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아픔을 치유하고, 그 크기만큼 호정이는 또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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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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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막 이불 속에 몸을 뉘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는데, 문득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그 시간도 너무나 행복했었더랬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그냥 잠들어 버리니까, 불면증이라는 것은 내 사전에 없던 시절이었지요. 코로나 이후 제 삶에도 불면증이라는 것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잠드는 시간은 하루의 끝이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밤 12시가 훨씬 지난 다음이니까요. 어떤 날은 밤새 뒤척이다가 끝내는 한 숨도 못 자고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미라클모닝을 실천할 때, 의도치 않게 저절로 미라클모닝을 하게 되지만, 상쾌한 하루가 아닌 피곤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답니다. 이즈음에 만나게 된 책 '굿나잇', 이 책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저자가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을 담았습니다.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 집으로 갈 때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편의점을 가다가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굿나잇'p.5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을 때 위로를 받는다는 저자, 그것도 늦은 시간일수록 더 위로가 된다는 저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 켜진 집에 있는 누군가가 지금 함께 깨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저자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극소심, 트리플A형이라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무조건 걱정부터 앞서고, 어떤 때는 잘하지 못할까봐 포기부터 하고, 원래 말을 잘하지 못하는데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 날은 혹시라도 실수한 건 없을까 걱정하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온 날은 왜 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기도 하고, 가끔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미리 걱정하기도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을 하다 보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굿나잇'은 나를 덮어주던 것들 '이불',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 '침대', 나를 밝혀주는 것들 '스탠드' 등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는 남들보다 예민하면서도 무척이나 감성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을 것이다. 무지개가 예쁘게 떠서 사진을 여러 번 찍었던 날, 비정상적으로 예쁜 구름 때문에 걷다 말고 하늘 사진을 여러 번 찍었던 날,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사람들은 보통 그럴 때마다 그것들을 보면 예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은 알았으면 한다. 예고도 없이 비가 엄청 많이 내렸기 때문에 무지개가 뜬 것이라는 걸, 옷을 몇 겹 껴입어도 몸이 시릴 만큼 추웠기 때문에 함박눈이 내렸다는 걸, 힘들 땐 힘든 게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지개는 비가 와야 뜬다는 걸,

'굿나잇'p.32

 

 

한결같이 늘 행복하면 좋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결같이 행복하면 그것이 행복인줄을 모를 것 같습니다. 아프고 나서 건강의 소중함을 아는 것처럼, 행복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이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 것처럼 말이지요.

 

 

남들에게 차마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시절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힘들 때 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렸을 뿐임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이런 것들이 나를 덮어주는 '이불'이라고 말하는데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니, 바쁜 중에도 한 번쯤은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을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 가운데 급작스레 소나기를 만나게 될 때, 비를 막아줄 우산을 준비해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비가 오더라도 옆에서 함께 웃어줄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끝으로 저자의 '굿나잇 편지'로 잠 못 드는 여러분에게 전하고픈 말을 대신합니다.

 

 

나를 잠식하는 생각과 늦게까지 이어지던 불면증은 저를 괴롭게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둡고 캄캄한 밤에 우리가 빛나고 있는 거라고요.

저자의 '굿나잇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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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강아지야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4
캐롤라인 제인 처치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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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출간 15주년을 기념하여 보드북으로 출간된 후, '사랑해 보드북'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되었다는것,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 같은데요. 오늘은 '사랑해 보드북'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사랑해 강아지야 사랑해'와 함께 합니다

 

두 번째 책까지 그림 작가로 참여한 캐롤라인 제인 처치가 세 번째 책부터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요. 세 번째 책까지는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 아가였다면, 이번 책은 대상이 강아지로 바뀌었답니다. 또한 그동안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모였다면, 이번 책은 부모일 수도 있고 아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언제나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가, 잘 먹고 잘 웃고 잘 놀고, 잘 보살피고 선뜻 나눌 줄도 아는, 크리스마스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가,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떼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나아가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온 마음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가는 이제 조금 더 자라서 강아지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을 마음껏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모습 또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강아지는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는 것을 사랑하고,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는 것을 사랑하고, 비오는 날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튕기며 노는 것을 사랑하고, 그리고 또.....,


강아지는 보고, 듣고, 노는 걸 사랑해. 일 년 내내 강아지는 그 모든 걸 사랑해.

사랑해, 강아지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본문' ~

 

 

그런 강아지와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답니다. 바로 강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아이죠. 가을 바람 따라 날아가는 나뭇잎을 잡으려고 쫓다다닐 때도, 바람을 타고 연이 훨훨 날아오를 때도,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탈 때도, 따뜻하고 아늑한 벽난로를 쬘 때도, 아이는 언제나 강아지와 함께 그 모든 것을 즐긴답니다.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둘은 늘 함께 한답니다. 강아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아이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둘이 함께 할 때의 얼굴 표정과 모습만 봐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런 강아지를 너무나 사랑한답니다. 강아지도 역시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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