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막 이불 속에 몸을 뉘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는데, 문득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그 시간도 너무나 행복했었더랬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그냥 잠들어 버리니까, 불면증이라는 것은 내 사전에 없던 시절이었지요. 코로나 이후 제 삶에도 불면증이라는 것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잠드는 시간은 하루의 끝이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밤 12시가 훨씬 지난 다음이니까요. 어떤 날은 밤새 뒤척이다가 끝내는 한 숨도 못 자고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미라클모닝을 실천할 때, 의도치 않게 저절로 미라클모닝을 하게 되지만, 상쾌한 하루가 아닌 피곤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답니다. 이즈음에 만나게 된 책 '굿나잇', 이 책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저자가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을 담았습니다.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 집으로 갈 때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편의점을 가다가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굿나잇'p.5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을 때 위로를 받는다는 저자, 그것도 늦은 시간일수록 더 위로가 된다는 저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 켜진 집에 있는 누군가가 지금 함께 깨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저자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극소심, 트리플A형이라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무조건 걱정부터 앞서고, 어떤 때는 잘하지 못할까봐 포기부터 하고, 원래 말을 잘하지 못하는데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 날은 혹시라도 실수한 건 없을까 걱정하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온 날은 왜 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기도 하고, 가끔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미리 걱정하기도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을 하다 보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굿나잇'은 나를 덮어주던 것들 '이불',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 '침대', 나를 밝혀주는 것들 '스탠드' 등 모두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는 남들보다 예민하면서도 무척이나 감성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서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을 것이다. 무지개가 예쁘게 떠서 사진을 여러 번 찍었던 날, 비정상적으로 예쁜 구름 때문에 걷다 말고 하늘 사진을 여러 번 찍었던 날,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사람들은 보통 그럴 때마다 그것들을 보면 예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은 알았으면 한다. 예고도 없이 비가 엄청 많이 내렸기 때문에 무지개가 뜬 것이라는 걸, 옷을 몇 겹 껴입어도 몸이 시릴 만큼 추웠기 때문에 함박눈이 내렸다는 걸, 힘들 땐 힘든 게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지개는 비가 와야 뜬다는 걸,

'굿나잇'p.32

 

 

한결같이 늘 행복하면 좋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결같이 행복하면 그것이 행복인줄을 모를 것 같습니다. 아프고 나서 건강의 소중함을 아는 것처럼, 행복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이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 것처럼 말이지요.

 

 

남들에게 차마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시절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힘들 때 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렸을 뿐임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이런 것들이 나를 덮어주는 '이불'이라고 말하는데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니, 바쁜 중에도 한 번쯤은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을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 가운데 급작스레 소나기를 만나게 될 때, 비를 막아줄 우산을 준비해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비가 오더라도 옆에서 함께 웃어줄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지요. 끝으로 저자의 '굿나잇 편지'로 잠 못 드는 여러분에게 전하고픈 말을 대신합니다.

 

 

나를 잠식하는 생각과 늦게까지 이어지던 불면증은 저를 괴롭게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둡고 캄캄한 밤에 우리가 빛나고 있는 거라고요.

저자의 '굿나잇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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