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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음악책 -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강희진 옮김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음악책' 하면 학교 교과서나 피아노 교본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쓸모 있는 음악책' 이란 무엇일까요? 음악은 그저 마음 가는대로, 느끼는 대로 듣거나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이란 또 무엇일까요? 표지 그림속 턴테이블을 보니 괜스레 클래시컬한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LP판 카트리지 바늘이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더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의 추천글을 쓰신 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지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시는 김경일 교수인데요. 그는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음악은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이 있다. (중략)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정신 상태를 바꿀 수 있다. 그것도 아무런 부작용도, 오남용의 위험도 없이 말이다.
'쓸모 있는 음악책' 추천의 글~

책은 1장 '상상도 못 한 뇌의 원동력', 2장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3장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들어라', 4장 '음악을 이용하는 자가 성공한다', 5장 '반경 1M, 음악을 사수하라'까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화, 지능, 심리, 관계, 전략, 소통, 건강, 성취, 사회, 철학, 경제, 생태, 인간, 낭만'과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각 상황별로 어떤 음악을 들으면 더 좋은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 책은 차례와 상관없이 독자들이 원하는 대로, 어떻게 읽어도 좋습니다.
음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음악의 존재 이유로 6가지의 예를 들어 이야기합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자장가입니다. 저자는 "엄마가 아기를 달래고 재우기 위해 부르는 자장가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음악의 기원"일 수도 있으며, "자장가를 듣는 아기의 몸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 중대한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는 아기를 품에 안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다정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자장가는 꼭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허밍으로 불러도 좋습니다. 자장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류 최초의 악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인류 최초의 히트송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힌트는 바로 음악의 존재 이유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자장가에 있다는 것 살짝 알려드립니다.
진짜? 이게 내 목소리라고?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쓸모 있는 음악책' p.79
분명 내 목소리를 녹음했는데,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목소리가 바로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라고 합니다. 저도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고는 깜짝 놀랐는데요. 무엇보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이 민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렇게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하게 느끼는 현상을 '음성 직면'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연구가 50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럼 왜 내 귀에만 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릴까요? 이에 대한 답은 책속에 남겨둡니다. 참 목소리도 훈련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 같은 사람에겐 너무나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물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첫 만남에서 배경 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대방의 호감을 얻고 싶을 땐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

결혼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은 '결혼 행진곡'입니다. 만약 '결혼 행진곡'이 아닌 색다른 음악을 틀고 싶다면? 결혼 생활이 힘들지만, 그래도 참고 살아보리라 하는 생각이 들 땐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른 후 무려 115회의 커튼콜 세례가 이어져, 무려 115차례나 몸을 숙여 인사를 해야만 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박수 소리가 이어진 시간만 무려 67분이나 되었다는, 전무후무한 경험을 하게 만든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치매, 면역체계강화, 코골이, 자세 교정, 폐활량 증가, 긴장감 완화 등등에 천연 호르몬 치료제로 음악을 사용하면 좋다고 하며, 통증 억제 효과로도 사용될 수 있으며,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음악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음악 법칙 등등은 여기선 생략합니다. 너~~무 많아서요.
요즘 가장 핫한 뉴스는 바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대선인데요.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선거송입니다. 음악과 정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왜 대선 때마다 이런 선거송이 등장하는 것일까요? 음악으로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정치인들은 어떤 음악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까요? 음악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연주자들이 각기 헬리콥터 한 대씩에 앉아 연주하는 카를 하인츠 슈토크하우젠의 '헬리콥터 현악 4중주', 악보에 어떤 음표도 없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 한 번 연주하는 데 무려 63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존 케이지의 'Organ2/ASLSP', 반대로 연주 시간이 1.316초밖에 되지 않는 네이팜 데스의 '유 서퍼', 이런 음악이 있는 줄 상상조차 못했을 뿐 아니라,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하는 궁금증에 찾아서 들어봤습니다. 무척이나 신선하고 기발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작곡가의 입장이 아닌 이 곡을 들어야 하는 청중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의 사전적 의미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네이버 어학사전)'이라고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4분 33초'라는 곡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이 곡이 왜 훌륭한 곡인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악보의 '악'자도 몰라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 악보라는 점에서, 나아가 악기를 잡아본 적 없는 사람조차 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4분 33초'는 이미 훌륭한 곡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쓸모 있는 음악책' p.213~214
저자의 말에 공감하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4분 33초'라는 곡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곡이었답니다. 설마 연주자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까, 어떤 소리든지 들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외국 연주자와 우리나라 연주자, 두 사람의 연주를 들었는데요. 상반되어 보이는 두 연주자의 연주를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 공연, 작은 콘서트 공연을 보러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쓸모 있는 음악책', 거의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었던 건 음악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 장마다 저자가 추천한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었답니다.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음악을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는 "팝 음악과 미디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요. 저자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악보에 어떤 음표도 없는 곡, '4분 33초'에 나만의 음표를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