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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48
이재문 지음, 모루토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혹시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사느라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나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히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존재감이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요? 자신이 계획한대로 되어야만 하는 완벽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건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지요.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몬스터 차일드>와 <마이 가디언>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이재문 작가의 신작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상통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신비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동화입니다. 개구리로 변하는 병에 걸린 준희, 알 수 없는 덧니가 돋아나 자꾸만 누군가를 물고 싶어지는 병에 걸린 다윤, 투명인간이 되는 병에 걸린 태민, 손에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칼날이 돋는 병에 걸린 유림, 네 친구는 우연인듯 필연처럼 삼신의 병원을 찾게 되는데요. 네 친구는 왜 그런 병에 걸린 것일까요?

여자는 가방에서 숯과 수건, 바가지를 꺼내 들고 춤을 추듯 휘휘 안을 맴돌았다. 그렇게 얼마쯤 돌았을까. 거미줄과 먼지, 쓰지 않는 가구들로 엉망이던 곳이 어느새 깨끗한 흰 벽에 안락한 소파가 놓인 병원으로 변했다. p.8
이야기는 삼신이 낡은 상가 건물에 삼심병원을 개원하고, 두루미 인형이 ‘백이’라는 간호사로 변신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누구도 찾아올 리 없을 것 같은 삼신병원, 삼신은 왜 이런 곳에 병원을 개원한 걸까요? 에필로그까지 다 읽고 나면,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자라나길, 아프지 않기를,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애지중지 점지한 아이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도 내 편 같지 않을 때, 도무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 삼신병원이 나타나 준다면, 그래서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처방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준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엄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준희가 여태 해 왔던 것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인정받는 훌륭한 아이. 엄마는 준희에게 그것을 기대했고, 준희는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엄마의 기대를 채워 왔다. p.18
초등 6학년임에도 고등학생 수준의 초고난도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 준희, 친구들에게 준희는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유니콘 준희'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교우 관계면 교우 관계, 어느 하나라도 빠지는 것이 없는 준희는 모범생, 엄친아 등으로도 불립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럴수록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얻고 남부럽지 않게 살려면 노력이 필수라며, 더더욱 완벽하게 잘해내기를 바라는 엄마의 기대치를 채우는 것은 힘들기만 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때로는 누구 목소리도 아닌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말 안 듣는 청개구리가 되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엄마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게 뭔지. 이제 그걸 찾을 때가 된 거예요. 목청껏 울어야 하는 때가. p.39~40
그러던 어느 날, 준희는 참기 힘들 정도의 가려움이 생기면서, '개굴'이라고 말하게 되고, 급기야 파리까지 맛있어 보이는 이상한 병에 걸리게 되는데요. 삼신은 청개구리 바이러스에 의한 '개굴개굴 울어' 병에 걸린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엄마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준희, 엄마 앞에선 그저 한없이 작아지는 아들일 뿐인 준희, 엄마를 비롯한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느라 "한 번도 내 마음대로 살아본 적이 없었던" 준희는 급기야 개구리로 변하게 되는데요. 이제 준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친구랑 잘 어울리는 애들을 보면 다 기운이 넘치고 유쾌했다. 모두 밝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색이 있었다. 하지만 태민이는 자신에게 맞는 색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옅어서 티가 안 나는 그런 색. 아니, 어쩌면 색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p.90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태민은 늘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유일하게 친한 친구와 다른 반이 되면서, 점심시간엔 혼자서 큐브를 맞추며 시간을 보냅니다. 태민이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놀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아빠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말도 하라고 하지만, 그 또한 태민에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른 친구들이 어떤 색깔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게 자기 색깔을 지키는 기본 치료예요. p.118
그러던 어느 날, 장기자랑이나 다름없는 공개 수업을 한다는 말에 태민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가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자기만의 색깔도 없다는 생각이 든 태민, 바로 그때 태민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자신의 몸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요.
삼신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것이 자기 색깔을 지키는 기본 치료"라는 말을 하는데요. 태민은 과연 공개 수업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요? 자신의 색을 지키며, 자기만의 빛을 잃지 않으며,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몬스터 차일드>와 <마이 가디언>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이재문 작가의 신작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신비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동화입니다. 개구리로 변하는 병에 걸린 준희, 알 수 없는 덧니가 돋아나 자꾸만 누군가를 물고 싶어지는 병에 걸린 다윤, 투명인간이 되는 병에 걸린 태민, 손에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칼날이 돋는 병에 걸린 유림, 네 친구는 우연인듯 필연처럼 삼신의 병원을 찾게 되는데요. 네 친구는 그 누구에도 보여줄 수 없었던 상처 받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삼신이 내린 처방에 따라 스스로 치유 방법을 찾아갑니다.
꿈오리 한줄평 :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들에게도 필요한 환산통증전문 삼신병원, 만약 삼신병원이 보인다면, 그건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