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소녀와 우주소년 EBS 꿈틀동화 3
안오일 지음, 이로우 그림 / EBS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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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에 의해 바다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매년 수천 킬로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2050년 바다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건 누구일까요?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돌고 돌아 인간들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나 혼자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라며 바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요? <상어소녀와 우주소년>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소중한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구에 있는 물 중 97%가 바닷물이에요. 바닷물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고요. 그러니 바다가 아프면 지구는 제대로 숨을 못 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중략) 우리가 만든 오염 물질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작가의 말' ~

 

안오일 작가는 조선을 뒤흔든 세계 최초의 활자 신문 <조보 백성을 깨우다>를 통해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책을 통해 "내 가족과 이웃이 살아갈 좋은 세상을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주인공의 앞날을 응원해 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상어소녀와 우주소년> 또한 그런 마음으로 응원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는 우주의 모든 행성을 관리하는 별인 우주중앙관리국에서 온 소년 라이가 대한민국 지구인 소녀 서아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지구 담당관인 아빠를 따라 대한민국 어느 바닷가 마을에 오게 된 라이, 우연히 물질을 하고 나오는 서아를 만나게 되는데요. 해녀도 아닌 서아가 물질을 하는 이유는 바다 속에 있는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서입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로 인해 물고기들이 병들고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라이 아빠는 로켓 파편, 우주왕복선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 등등 지구로부터 나온 쓰레기 문제로 출장을 온 것인데요. "우주 질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행성은 제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라이는 서아처럼 "지구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지구인들이 있다."는 걸 꼭 알리고 싶습니다.

 

바다를 이용하는 대신 바다 쓰레기를 줍는 걸로 이용료를 내게 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바다 오염을 더 빨리 막을 수도 있고....., p.66

 

백화현상으로 병들어가는 산호초, 플라스틱 호스가 꽂혀 죽은 물고기, 비닐봉지에 갇힌 가재, 폐수와 바다 오염으로 인해 독성을 가지게 된 어패류와 그걸 먹고 식중독에 걸린 사람들...,

 

어린이 환경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서아는 해양 생물은 물론 사람들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 이용료 내기!'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동참을 통해서 말이죠.

 

난 상어처럼 쉬지 않고 계속 환경 지킴이 할 거야. 바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래야, 이 새끼 상어도 잘 살 테니까. p.121

 

부레가 없는 상어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계속 헤엄을 친다고 합니다. 살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상어, 서아도 상어처럼 쉬지 않고 바다와 지구를 위한 환경 지킴이를 계속 하리라 다짐합니다. 라이도 서아와 바다 그리고 지구를 위한 지킴이, 지구 키퍼가 되리라 다짐합니다. 서아와 라이를 응원함과 더불어 환경을 위한 지킴이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님의 글로 대신합니다.

 

바다가 멈춰 버리지 않도록 우리의 노력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라도'라는 마음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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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줄줄 티라뇽 씨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도서
퉁옌 지음, 류페이페이.창보원 그림, 류희정 옮김 / 현암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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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 <콧물 줄줄 티라뇽 씨>, 눈물 찔끔, 콧물 줄줄, 티라뇽 씨에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걸까요? 아니면 지독한 비염이라도 있는 걸까요?

 

앞 뒤 면지를 가득 채운 그림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트로피와 메달이 보이는데요. 앞장과 뒷장은 누가 봐도 다른 곳에서 수여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답니다. 어쨌든 무언가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티라뇽 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더 궁금해집니다.

 


광고판에도 스크린에도......,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티라뇽 씨 얘기뿐이었어요.

'콧물 줄줄 티라뇽 씨' ~

 

티라뇽 씨는 불 뿜기를 정말 잘 한답니다.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불 뿜기 덕분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되었지요. 주연을 맡은 영화도 절찬 상영 중인데다 각종 광고와 인터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던 바로 그때, 아주 정말 대단하고 요란한 재채기가 나왔답니다. 콧물을 훌쩍이며 촬영장으로 가는 티라뇽 씨,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요? 혹시 불을 못 뿜으면 어떡하죠? 이런저런 고민으로 불안한 티라뇽 씨, 하지만 뭐 별 일이 있겠어요?

 


여느 때처럼 분장을 하고 촬영장에 들어선 티라뇽 씨, 감독의 사인에 불을 내뿜으려는 그 순간, 코에서 나온 건 불이 아니라 콧물이었답니다. 불이 붙어야 하는데 온통 물이라니, 당연히 촬영은 엉망진창이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했는데, 콧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찾아 시도해 보는 티라뇽 씨,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콧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불을 내뿜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이제 티라뇽 씨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절망에 빠진 티라뇽 씨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모두 기뻐하며 티라뇽 씨를 둘러싸고 소리쳤어요!

'콧물 줄줄 티라뇽 씨' ~

 

티라뇽 씨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티라뇽 씨, 티라뇽 씨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티라뇽 씨, 그래서 티라뇽 씨의 그 후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살다보면 한번쯤은 이런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 절망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위기가 기회의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티라뇽 씨처럼 말이에요.

 

꿈오리 한줄평 : 위기가 기회로, 역전의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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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로마사 (텐바이텐 로마사) -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함규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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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는 세계 문명의 호수와 같다. 로마 이전의 역사는 로마로 흘러 들어갔고, 로마 이후의 역사는 로마로부터 흘러 나왔다. - 레오폴트 폰 랑케

p.37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따르라는 말인데요. 왜 굳이 '로마'를 지칭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일까요? 그 어원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로마 제국의 위상이 그만큼 컸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가 "모든 역사는 로마로 흘렀고 로마에서 나왔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지요. <10x10 로마사>는 부제 그대로 위대한 영웅부터 몰락한 황제, 여성, 제국을 만든 전쟁과 기술, 건축과 제도, 로마인을 만든 문화와 유산, 책과 신화 등등 '천년의 제국을 결정한 10가지 역사 속 100장면' 을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은 1'로마의 영웅', 2'로마의 황제', 3'로마의 여성', 4'로마의 건축', 5'로마의 전쟁', 6'로마의 기술', 7'로마의 책', 8'로마의 신', 9'로마의 제도', 10'로마의 유산'까지 10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제마다 10가지의 핵심적인 장면을 담은 100가지 이야기로 천년 제국 로마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10x10 로마사>에 담긴 100가지 이야기는 단지 로마의 역사만을 서술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컬러 도판 로마의 명장면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단군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렇다면 로마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원 이야기가 여섯 가지나 된다고 하는데요. 가장 믿을 만한 전설은 바로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것이라고 하며, 로물루스가 토로이 아이네아스 장군의 후손이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로물루스의 탄생과 성장, 전쟁의 신이라 불린 로물루스 이야기는 조금 잔인하면서도 과장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그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비니를 비롯한 이웃 나라의 여성들을 납치해 아이를 낳게 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로마인과 사비니인들의 사투가 벌어질 때, 납치되었던 사비니 여인들이 두 진영 사이에 서서 싸움을 멈추기를 호소하면서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하며, 그 중심에 헤르실리아라는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헤르실리아는 양처의 모범으로 남았다고 하는데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그 '현모양처', 현모의 대표주자가 코르넬리아라는 여성이었으며, 헤르실리아는 양처의 모범으로 남아 있다고 하는데요. 현모양처가 여성들의 이상적인 삶의 표본인 것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에 씁쓸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로 인해 여성들에 대한 대우가 더 나아졌다고 하며, 여성들에 대한 서구 전통 에티켓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이르러선 아부하는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든 제멋대로 결정하는 독재자가 되었고, 원로원과 상의도 없이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진정한 리더란 어떠해야 할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로마는 목욕 때문에 망했다,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목욕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목욕 문화가 사치스럽고 음란하다며 배격했다고 하는데, 정말 로마가 망한 이유 중 하나인 걸까요?

 

로마인들에게 목욕은 삶의 기쁨이고, 테르메(욕장)는 문명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최신 설비와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욕장을 거대하고 아름답게 지어 귀족과 평민, 남녀를 통틀어서 로마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무료였다) 선물한다는 건, 황제로서 찬사와 지지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p.267

 

카라칼라 황제 때 지었다는 카라칼라 욕장은 그 당시 사상 최대의 규모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넓이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넓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욕장 외에도 운동경기장, 수영장, 헬스장, 파티 장소, 정원 등의 유락 시설이 갖춰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미술관, 강의실, 교습실, 정치집회장 등의 공공 문화시설까지 있었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목욕탕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설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빈민을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과 더불어 모든 로마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는 것으로 폭군에 가까운 카라칼라가 후대의 험한 평가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예'하면 현대인들은 자동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천부인권에 대한 믿음이 있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몸에 쇠사슬이 채워져 채찍질을 당하며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로마의 노예가 그렇게 심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p.570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의 로마는 인구 3분의 1이 노예였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 또한 없지는 않지만, "오히려 일반 시민보다 많이 교육받고, 큰 실권과 이권을 손에 쥐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철학의 에피테토스, 문학의 테렌티우스는 한때 노예였으며, 시인 호라티우스, 교황 칼릭스투스 1,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노예의 아들이었다고 하며,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노예 신분의 가정교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언젠가, 참고 견디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나도 자유인이다!'라는 희망이 모든 노예들의 가슴속에 숨 쉬고 있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기원전 1세기의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실패한 주된 이유였다. p.574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결정해주기를 바라며, 시키는 대로 하는 데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노예근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노예들이 대거 동참할 줄 알고 반란을 일으켰던 스파르타쿠스가 실패한 이유는 "견디지 못하게 힘든 것도 아니고, 참다 보면 언젠가 해방될 텐데, 내가 왜?"라며 등을 돌린 노예들 때문이라고 하니,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노예근성'이란 말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노예근성'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600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 로마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로마인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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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8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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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에 실려 멀~~리 멀리 날아간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그리고 사자와 떠나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이 책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 아닐까 합니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은 "아이들에게 뻔한 교훈을 주는 전형적인 동화가 아니라, 오로지 즐거움만 선사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오즈의 마법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페터> 속 이야기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관점으로 보면 너무나 직설적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이야기가 더 깊이 와 닿는 듯합니다. 물론 <오즈의 마법사>에도 조금 잔인한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오즈의 마법사>는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바탕으로 도로시의 모험이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키드>를 썼는데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위키드>라는 뮤지컬이 탄생했으며,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그 위력이 엄청난 듯합니다.

 

이야기는 "도로시는 캔자스의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에서 농부인 헨리 삼촌과 그의 아내 엠 숙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p.7)"로 시작합니다. 이웃도 친구도 하나 없는 곳에서의 무료한 일상들, 왠지 재미있고 환상적인 모험이 꼭 일어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도로시를 웃게 만드는 강아지 토토가 있기는 했지만요.

 

결국 집은 회오리바람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바람은 깃털처럼 가볍게 멀리, 저 멀리 집을 날려 보내고 말았다. p.11

 

회오리바람 대피호로 달려가던 도로시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실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곳은 먼치킨의 나라였고, 도로시는 사악한 동쪽 마녀를 물리치게 된 마법사가 됩니다. 사실 집이 떨어지면서 마녀가 깔려 죽게 된 것일 뿐, 도로시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지만요.

 

도로시는 동쪽 마녀의 은구두를 신고 자신을 삼촌과 숙모가 있는 캔자스로 가는 방법을 알려줄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 길에서 옥수수밭을 지키던 허수아비와 사악한 마녀의 마법에 걸려 양철 몸을 갖게 된 양철 나무꾼, 맹수의 왕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겁쟁이인 사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도로시는 토토와 함께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허수아비는 뇌를,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사자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함께 오즈를 만나러 갑니다.

 

넓고 깊은 수로를 건널 방법을 생각해낸 허수아비, 작은 벌레를 죽이는 것조차 슬퍼하며 우는 양철 나무꾼, 친구들을 업고 수로를 뛰어넘는 사자..., 뇌는 없지만 지혜로운 허수아비, 심장은 없지만 누구보다 여린 양철 나무꾼, 용기는 없지만 친구들을 위해 두려움에 맞선 사자, 오즈를 만나러 가는 여정 중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단지 그들이 그런 사실을 모를 뿐이었지요.

 

그렇게 우정을 나누며 오즈가 있다는 에메랄드 시에 도착한 도로시와 친구들, 때로는 거대한 머리로, 때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때로는 불덩어리로 변신하는 마법사, 누구도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마법사 오즈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즈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마법사 오즈, 기막힌 반전을 선사하는 오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서쪽 마녀를 찾아 떠나는 도로시와 친구들, 그들은 사악한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그들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이야기, 하지만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가 어떻게 살았을지,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바탕으로 도로시의 모험이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키드>가 나온 것처럼 말이지요.

 

꿈오리 한줄평 :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 원하는 답은 이미 ''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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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전 시집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백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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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고 말하는 시인.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라고 말하는 시인.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같다는 시인 백석.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 서문 중~

 

백석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백기행이지만, 아호였던 백석을 필명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1929년 오산고보를 졸업하고, 이듬해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었고, 조선일보 후원 장학생으로 도쿄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조선일보 편집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으며, 조선일보 퇴사 후 함흥 영생교보의 영어 교사로 부임하였고, 1939년부터 만주에 머물다 해방 이후 고향인 정주로 돌아가 북에 정착하였다고 합니다.

 

1935년 첫 시 <정주성>을 발표하며 시작 활동을 시작하였고, 193633편의 시로 이루어진 시집 <사슴>을 출간하였는데, 이 시집은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자가 출판으로 한정판 100부만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 탓에 백석 시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윤동주 시인은 시집을 구할 수 없어 백석의 시를 직접 필사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 <사슴>, 2'그 외 해방 이전의 시', 3'해방 이후의 시'까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여 편이 넘는 시가 실려 있습니다.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이 알려진 시입니다. 꿈오리 또한 학창 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지만, 그 외 어떤 시를 썼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두 형제 초딩 시절에 동화시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를 읽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요. 동물에 빗대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들은 금세 읽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실린 시들은 "시인이 의도적으로 사용한 고어와 토착어, 평안도 방언"을 그대로 살려 실었기에 금세 읽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읽을수록 빠져 들게 만듭니다. 더불어 시를 읽어 내려가며 시에 담긴 풍경을 그려보게 되는데요. 산문시 <황일>을 읽다보면 따스한 봄날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


황일

 

한 십리 더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아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 보다 뒤울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도 없나 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 보다 울밖 늙은 들매나무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둣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 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 운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장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웠다 아릇동리선가 말 웃는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에서~

 

가난한 화자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이루기 힘든 현실에 고뇌하다가, 나타샤와 함께 흰 당나귀를 타고 깊은 산골로 가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고뇌하지만 상상 속에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떠나는 화자, 눈과 흰 당나귀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정말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날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이하 중략)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에서~

 

한 행 한 행 읽어 내려갈 때마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행복해하던 그 시절이 생각났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택시를 타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 그날따라 무리를 한 것인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집까지 걸어올라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구멍가게 앞에 있던 빈 주류 상자에 앉아서 쉬다가 괜스레 서러워 펑펑 울었었는데요. 지금은 그것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지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는 문장이 더 깊이 다가오는 건, 그런 연유인 듯합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서문' 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그의 시가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있지 않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을 가지고 사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기를 염원합니다.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탸사와 흰 당나귀'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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