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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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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른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그만큼 마음도 넓어지고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속 좁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삶이란 생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임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어른 공부>"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는 신조로 누군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던 열혈 상담가"였던 저자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쓴 이야기""진짜 어른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를 상담했던 저자가 어른 공부이자 인생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꿈오리도 <어른 공부>를 읽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P.7

 

저자는 군부대 강의하러 가던 도중에 우연히 본 이등병의 모습이 오래도록 눈에 어른거렸다고 하는데요. 뭔가 챙겨야 할 것을 놓치고 헤매는 이등병의 모습에서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등병이 상병, 병장으로 진급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어울리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니, 왜 하필 나한테?'라고 반문하지 않았어. 그동안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억울해하지도 않았어. 사실 좋은 일을 했으면 또 얼마나 했겠어.

(중략)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 살아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아. 그래서 매일 고맙지, 물건 살 때 하나 더 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p.17~18

 

20년 동안 매년 연말마다 유서를 쓰면서 삶을 정리했다는 저자, 그래서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없는 듯했다는 저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암 선고를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면, 오늘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다"고 말하는 저자, '범사에 감사하며 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은 꿈오리는 언제쯤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까요?

 

<탈무드>에 나오는 격언에 '가장 큰 매는 침묵'이라고 했어. 때리고 싶을 때 안아줄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침묵해봐. 침묵은 각자의 생각을 담아두는 거야. 아이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부모와 선생은 자신의 분노를 침묵 속에서 조절하고. 사랑의 매는 이 세상에 없어. 절대로. p.128

 

엄마도 아빠도 사람이니까 화를 낼 수도 있고 한 대 때릴 수 있지, 오죽하면 그랬겠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혹시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때린 후에 스스로에게 이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 적은 없나요? 저자는 47살이 된 큰딸이 초등학교 때 엄마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이 설마 그랬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때린 엄마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임에도 맞은 아이는 동생하고 둘이 멍이 들도록 맞았다며,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40년 전에 맞은 상처를 내보이는 딸의 모습에 저자는 "핵폭탄을 맞은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꿈오리도 그런 적이 있었답니다. 엄마는 까맣게 잊고 있는데,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등짝 한 대라도 때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인 꿈오리는 너무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래서 다들 영원히 살 것처럼 무사태평이야. 사형수들은 안 그래. 그들은 매순간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죽음을 의식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게 감옥 안의 사형수와 감옥 밖의 사형수가 다른 점이야.

(중략)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다. p.209

 

우리 집 두형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갈 때는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웃는 얼굴로 시작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삶이 늘 예측한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매 순간 순간의 모습이 행복한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라고 생각하면,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니까요. 저자의 말처럼 "아직 살아 있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것", 절대 잊지 말자구요!!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아이들 학교 내신성적은 무서운 줄 알면서 내 인생의 내신성적은 얼마나 관리를 잘하고 있어? 아이들의 내신성적은 대학만 들어가면 끝나. 그러나 내 인생의 내신성적은 수억만 겁을 따라 다닌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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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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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보거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마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엔 무엇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까요? 조선시대엔 '조보'를 통해 왕실과 조정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승정원에서 그날 전할 소식을 선별해 내놓으면 '기별 서리'들이 이를 손으로 적어 옮겼는데, 이 필사본이 바로 '조보'.

(중략)

조선 선조 때, 기별 서리의 필사로만 유통되던 조보를 활자로 인쇄해서 판매했다는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남아 있다. (중략) 민간 인쇄 조보는 백여 일만에 폐간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활자 일간 신문으로 알려진 독일의 <아이코멘데 자이퉁>보다 73년이나 앞선 1577년에 발행되었다. '알아두기' ~

 

"조보란, 조선 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일종의 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활자 신문으로 알려진 것보다 무려 73년이나 앞서 발행되었다고 하니, 만약 조보가 계속 발행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바로 '민간 인쇄 조보'를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그 당시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을 조보, 요즘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매체와 결은 다를지라도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조보'는 권력의 힘이 아닌 진정으로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요?

 

저 쌀알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흙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고,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바람을 견뎌 내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쉽게 얻는 건 싸라기만도 못한 것이다. p.9~10

 

이야기는 화자인 '' 결이 관아 아전으로 일하다 그만 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기별 서리의 아내가 부업을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할아버지, 그래서 결의 집은 부를 쌓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일을 해야 함에도 할아버지는 아전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청렴하고 강직했던 할아버지가 더 이상 사또의 비리를 지켜볼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에는 힘이 있다.

사람을 죽이는 힘이 될 수도 있고, 살리는 힘이 될 수도 있지. p.18

 

결이는 친구네 집에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일을 통해 "글에는 힘이 있지만, 잘못 쓰이면 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SNS 소통이 활발한 요즘에는 말할 것도 없겠죠? 지나친 관심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악플이나 거짓 소문으로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결이 친구네 집에 일어난 일처럼 단 한 줄의 글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누구보다 청렴결백한 삶을 살아온 결이 아버지가 거짓으로 필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자신들의 악행이 드러나거나 불리한 내용의 기사가 세상에 퍼지지 못하게 통제하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 필사하게 하는 등 진실한 정보에 대한 탄압을 저지르기도 한다.

p.29

 

"글은 백성의 눈이 되어야 한다."는 결이 아버지, 조보를 통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야 비리를 마음 놓고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게 된다던 결이 아버지, 글의 본뜻이 제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필사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던 결이 아버지, 글은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니 거짓으로 쓰면 안 된다고 하던 결이 아버지는 어떤 연유로 거짓 필사를 할 지경에 이른 것일까요? 그럼에도 포도청으로 끌려가 옥게 갇히고 마는데요. 결이 아버지를 옥에 가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떤 명목으로 옥에 갇히게 된 것일까요?

 

아버지는 누구를 위해 일하나요? 임금을 위해 일하나요? 아니면 권세가들을 위해 일하나요?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는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p.104

 

그때도 지금도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할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준 <조보, 세상을 깨우다>, 그래서 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무척이나 큽니다. 언제 어디서나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의 뉴스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이지요.

 

글은 진실해야 하니 권력에 휘둘려서는 안 되고, 권력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략)

아무리 짙은 어둠이라도 아주 희미한 빛 하나라도 나타나면 물러나게 돼 있느니라.

p.127~130

 

"짙은 어둠처럼 막막한 일도 아주 작은 희망만 보인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던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 결이, 결이는 속보를 만들어 진실을 알리려다가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려는 계획을 세우는데요. 결이는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감시할 수 있으며,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는 조보를 다시 발행할 수 있을까요?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말'에 나오는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꿈오리가 하고픈 말이기도 하니까요.

 

 

 

내 가족과 이웃이 살아갈 좋은 세상을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강단 있는 주인공 결의 앞날을 함께 응원해 주면 좋겠다. 진실을 향한 노력은 기필코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히리라.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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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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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618일 새벽 315, 11연대장 대령 박진경 피살, 중위 문상길과 하사 손선호 상관 살해 혐의로 체포. p.10

 

이야기는 "!" 하는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대장을 살해한 혐의로 22살의 문상길 중위와 20살의 손선호 하사가 체포됩니다. "더는 사람들이 죽게 놔둘 수 없다"고 외치는 문 중위와 손 하사, 그들은 왜 그들의 상관인 연대장에게 총을 쏜 것일까요?

 

<, 1948>은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역사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4.3이 반란인 줄,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일으킨 일"인줄 알았거나 꿈오리처럼 제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찰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잡아간다는 소문에 들리는데, 밤마다 어딘가 가는 남편을 보니 진숙은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게 마실을 간 줄 알았던 남편 기욱이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경찰의 발포는 시위대로 부터 경찰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며 샅샅이 조사해서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그 일로 진숙도 지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됩니다. 남편 기욱의 행방을 묻지만, 진숙은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기욱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여름에서 겨울 사이 2천 명이 넘는 외지인이 제주에 들어왔다. 사람들을 그들을 서북청년단이라고 불렀다. 나랏일 하는 높은 사람들이 보냈다는 말도 있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잡아갔다. 잡혀가지 않으려고 버티면 몽둥이를 들고 때렸다. 울던 아이들도 서북청년단이란 말을 들으면 무서워서 울음을 그치고 이불 속으로 숨었다. p.50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라 외치는 서북청년단의 중심에 장동춘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 밑에서 일하던 경찰이었던 장동춘, 다시 경찰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부하들을 이끌고 제주로 온 장동춘,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고 물건이나 양식을 빼앗아가는 장동춘, 그럼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장동춘, 그는 일제강점기 땐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하고, 해방 후엔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비열하고 악랄한 인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나, 나 시인 될 거여. 친구들이랑 문학회 만들언.

(중략)

우리는 그런 거 몰라 마씸. 그냥 이육사 시 읽고 공부하고 있어수다. 이거 봅서. p.99~100

 

진숙의 동생 진수는 마을 친구들과 문학회를 만들어 시를 읽고 공부를 할 예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함께 공부를 하려던 친구들이 모두 빨갱이로 몰려 서북청년단원들에게 끌려 가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죽창에 찔려 죽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를 공부하려던 어린 아이들이었을 뿐임에도....,

 

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차가운 바다에서 죽창에 찔려 죽어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저자, 저자는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쓴 것은 "누군가의 잘못을 들춰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 분들을 위해, 그리고 아픈 역사를 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썼다." 고 말이지요. 너무나 가슴 아픈 역사지만 결코 잊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죄가 있어서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 잡혀가면 죄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었다.

(중략)

죽은 아버지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고 빨갱이라며 총을 쐈습니다. , 더는 여기 못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문상길, 손선호! 상관 살해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었다. (중략) 두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사형 집행1호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문상길 22, 손선호 20세였다. p.153~173

 

이야기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두 사람,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가 그들의 상관인 연대장을 암살하고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며 끝이 납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진숙 가족과 문상길 중위, 그들의 연결 고리인 진숙의 시누이 순욱, 그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왜놈들은 왜놈들이니까 그렇댄 허고, 같은 민족끼리 이게 무슨 일이냐게?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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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우주 살기 - 달 기지부터 화성 테라포밍까지, 과학자들의 지구 이전 프로젝트! 인싸이드 과학 1
실뱅 채티 지음, 릴리 데 벨롱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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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성으로 가야 할까요?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수많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언젠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극저온 탱크에서 수면 상태로 있다가 30년 후에 깨어나 새로운 행성에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지구인의 우주 살기>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지구인이 지구를 떠나 우주 어느 행성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행성에서 살 수 있는지, 그렇게 하려면 어떤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달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믿었으며, 문학작품을 통해 인간을 달에 보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달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설을 믿은 것처럼 말이죠. 갈릴레오가 완전히 새로운 천체 망원경을 통해 달을 관측하게 되면서 달에 관한 문학은 더욱 번성하였다고 하는데요. 그럼 항상 인간들만 달에 가는 것일까요? 반대로 셀레나이트, 달나라 사람들 또는 화성인들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지구로 오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요? 프랑스 천문학자 카밀 플라마리옹이 예상한 것처럼 언젠가 먼 미래엔 다른 세계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여 행선 간의 여행이 가능한 날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난 5억 년 동안 그 강도는 달랐지만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으며, 그 기간에 동식물을 포함해 살아 있는 종의 75% 이상이 매번 사라졌다

(중략)

지구에 찾아올 여섯 번째 멸종이라는 가설 역시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대멸종은 지구 생명체 역사상 처음으로 동물 종(인간)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p.31~42

 

<지구인의 우주 살기>'그 많은 행성 중에 우리가 지구에 태어난 이유',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만 할까', '일단 수성부터 화성까지 돌아보자', '정착은 못하더라도 자원은 얻을 수 있을까?', '달을 향한 지구인들의 도전이 시작되다', '다시 달 마을로!', '지구인은 미래의 화성인이 될 수 있을까?', '지구처럼 바꾸자 테라포밍', '외계 행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몇 가지 조건', '하지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까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구의 역사부터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환경은 어떠한지, 그런 환경에서 지구인들이 살 수는 있는 것인지, 달을 향한 지구인들의 도전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구를 떠난 지구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행성은 무엇인지, 만약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현 가능한 방법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긴 여정이다. 6~8개월간의 우주여행은 미르 우주 정거장에 오래 머물렀던 우주 비행사 또는 국제 우주 정거장인 ISS에 머물렀던 우주 비행사들이 증명하듯,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근 손실과 골다공증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매일 최소 8시간 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 또 우주에서 오는 광선은 우리 몸에 위험할 수 있다. p.121

 

"인간이 보낸 탐사선이 화성을 그토록 많이 방문하고 탐사한 만큼, 화성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화성까지 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희박한 대기와 우주 방사선 등이 우리 몸에 끼칠 악영향이 적지 않으며, 무엇보다 "중력이 약하고, 기압이 낮고, 춥고, 전혀 호흡할 수 없는 대기를 가진" 조건이 지구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책에는 세 가지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요. 어떤 방법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에 대한 것도 궁금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방법들 중 어떤 것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긴 우주 여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략)

첫 번째는 승무원 전체 또는 일부의 동면이다. 유기체를 약 -190도로 동결시키고 모든 세포 활동을 중지한 다음 소생시키는 극저온화 과정을 사용한다.

(중략)

두 번째 해결책은 전체 여정 동안 활동적인 상태로 살아남은 인간을 수송하는 것이다. 즉 여러 세대가 대를 이어 우주에서 살고, 번식하고, 죽는 것이다. p.164~165

 

만약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성으로 가야 할까요? 만약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어쩌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구를 식민지한 지구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아간다면 말이지요. 꿈오리 한줄평는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이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켰을 때 우리를 구원해 줄 외부의 도움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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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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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가득채운 커다란 눈, 표정을 읽어내기가 힘든 그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읽었었는지 안 읽었었는지, 그 기억조차 가물거리지만 고래에 맞서 싸우던 선장의 모습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봤던 영화 '백경'의 장면들로 말이죠.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고 극복해내려는 의지를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기억되던 선장 에이해브, 지금 책을 읽고 난 뒤엔 오히려 그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모비딕을 쫓는 선장 에이해브의 모습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자신뿐만 아니라 선원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광적으로 모비딕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이죠.

 

 


향유고래는 시계의 뚝딱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어김없이 물을 내뿜는다. 그것을 보고 고래잡이들은 이 고래를 다른 종류의 고래와 구별하는 것이다.

(중략)

인상학적으로 보면 향유고래는 변칙적인 동물이다. 우선 진정한 의미의 코가 없다. 코는 얼굴의 중심부에 있고..., p.278~424

 

책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던가?'였습니다. 무려 728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 중간 중간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고비가 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 봤던 영화의 장면처럼 고래를 쫓고 맞서 싸우는 내용은 단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하고 나머지 내용은 고래의 어원, 종류나 해체 방법, 포경선, 기름통, 작살 등등 고래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처 몰랐던 고래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 허먼 멜빌은 부유한 무역상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가 파산상태에 이른 후 죽자 농장 일꾼, 가게 점원, 학교 교사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고 합니다. 22세에 포경선의 선원으로 남태평양까지 나갔으며, 군함의 수병이 되어 귀국했다고 하는데요. 모비딕은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책인 듯합니다.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몇 년 전 -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 지갑은 거의 바닥이 났고 또 뭍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것이 없었으므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내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늘 쓰는 방법이다. p.31

 

이야기는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라고 시작합니다. 이슈메일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이슈메일은 포경선에 올라탄 초보 고래잡이 선원이자 관찰자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하는 인물입니다. 포경선 피쿼드호에 있는 30명의 선원들 중 한사람인데요. 피쿼드호에 탄 선원들 중 가장 특별하게 기억되는 인물들은 퀴퀘그와 스타벅입니다. 그리고 <모비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자신의 다리를 빼앗아간 모비딕을 향한 광기어린 집착을 보여주는 선장 에이해브도 빠질 수 없겠죠?

 

사람은 영혼을 감출 수 없다.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문신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순박하고 정직한 마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고, 크고 깊은 눈, 불타는 듯한 검고 대담한 눈 속에는 수많은 악귀와도 맞설 수 있는 기백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이교도의 태도에는 어딘지 모르게 고결한 데가 있었고, 그의 거친 무례함조차 그 고결함을 손상시키지는 못했다. p.87

 

퀴퀘그는 이슈메일이 피쿼드호를 타기 전에 만나 함께 고래잡이를 떠나는 인물로 온몸에 문신을 새긴 야만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슈메일이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퀴퀘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듭니다.

 

그 대결이 우리 방식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고래를 잡으러 왔지, 선장님의 원수를 갚으러 온 것은 아닙니다.

(중략)

말 못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p.216~217

 

스타벅이라는 이름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 스타벅스라는 이름이 바로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에서 따왔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은 선장 에이해브가 모비딕 쫓기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던 인물로 피쿼드호에서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곶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길을 돌아서라도 놈을 추적하겠다. 그 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복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에이해브가 광적일 정도로 과민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지적. 정신적인 분노까지도 모두 흰 고래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중략)

나는 끝없는 지구 둘레를 열 바퀴라도 돌 테다. 아니, 지구를 곧장 뚫고 들어가서라도 그놈을 반드시 죽이고 말테다. p.241~666

 

만약 에이해브가 스타벅의 말을 들었더라면 그는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40년 동안 고래를 잡은 에이해브가 처음 고래를 잡았던 열여덟 살 작살 잡이 소년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만약 에이해브가 바다에서 실종된 두 아들을 찾는 아버지, 레이첼호 선장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에이해브와 피쿼드호 선원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난파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p.684

 

이야기는 이슈메일이 퀴퀘그를 위해 만들었던 관에 의지하여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잃어버린 자식들을 찾던 배 '레이첼'호에 의해 구출되면서 끝이 납니다. 모비딕을 향한 에이해브의 광기어린 집착의 결말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이야기, 결코 정복할 수 없는 대자연을 향한 인간의 자만심을 담은 이야기,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벽돌책, 지금까지 '모비딕'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자연은 정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할 대상, 결은 다를지라도 모비딕과 에이해브의 대결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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