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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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보거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마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엔 무엇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까요? 조선시대엔 '조보'를 통해 왕실과 조정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승정원에서 그날 전할 소식을 선별해 내놓으면 '기별 서리'들이 이를 손으로 적어 옮겼는데, 이 필사본이 바로 '조보'.

(중략)

조선 선조 때, 기별 서리의 필사로만 유통되던 조보를 활자로 인쇄해서 판매했다는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남아 있다. (중략) 민간 인쇄 조보는 백여 일만에 폐간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활자 일간 신문으로 알려진 독일의 <아이코멘데 자이퉁>보다 73년이나 앞선 1577년에 발행되었다. '알아두기' ~

 

"조보란, 조선 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일종의 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활자 신문으로 알려진 것보다 무려 73년이나 앞서 발행되었다고 하니, 만약 조보가 계속 발행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바로 '민간 인쇄 조보'를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그 당시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을 조보, 요즘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매체와 결은 다를지라도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조보'는 권력의 힘이 아닌 진정으로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요?

 

저 쌀알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흙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고,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바람을 견뎌 내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쉽게 얻는 건 싸라기만도 못한 것이다. p.9~10

 

이야기는 화자인 '' 결이 관아 아전으로 일하다 그만 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기별 서리의 아내가 부업을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할아버지, 그래서 결의 집은 부를 쌓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일을 해야 함에도 할아버지는 아전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청렴하고 강직했던 할아버지가 더 이상 사또의 비리를 지켜볼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에는 힘이 있다.

사람을 죽이는 힘이 될 수도 있고, 살리는 힘이 될 수도 있지. p.18

 

결이는 친구네 집에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일을 통해 "글에는 힘이 있지만, 잘못 쓰이면 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SNS 소통이 활발한 요즘에는 말할 것도 없겠죠? 지나친 관심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악플이나 거짓 소문으로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결이 친구네 집에 일어난 일처럼 단 한 줄의 글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누구보다 청렴결백한 삶을 살아온 결이 아버지가 거짓으로 필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자신들의 악행이 드러나거나 불리한 내용의 기사가 세상에 퍼지지 못하게 통제하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 필사하게 하는 등 진실한 정보에 대한 탄압을 저지르기도 한다.

p.29

 

"글은 백성의 눈이 되어야 한다."는 결이 아버지, 조보를 통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야 비리를 마음 놓고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게 된다던 결이 아버지, 글의 본뜻이 제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필사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던 결이 아버지, 글은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니 거짓으로 쓰면 안 된다고 하던 결이 아버지는 어떤 연유로 거짓 필사를 할 지경에 이른 것일까요? 그럼에도 포도청으로 끌려가 옥게 갇히고 마는데요. 결이 아버지를 옥에 가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떤 명목으로 옥에 갇히게 된 것일까요?

 

아버지는 누구를 위해 일하나요? 임금을 위해 일하나요? 아니면 권세가들을 위해 일하나요?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는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p.104

 

그때도 지금도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할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준 <조보, 세상을 깨우다>, 그래서 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무척이나 큽니다. 언제 어디서나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의 뉴스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이지요.

 

글은 진실해야 하니 권력에 휘둘려서는 안 되고, 권력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략)

아무리 짙은 어둠이라도 아주 희미한 빛 하나라도 나타나면 물러나게 돼 있느니라.

p.127~130

 

"짙은 어둠처럼 막막한 일도 아주 작은 희망만 보인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던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 결이, 결이는 속보를 만들어 진실을 알리려다가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려는 계획을 세우는데요. 결이는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을 감시할 수 있으며, 백성들의 눈과 귀가 되는 조보를 다시 발행할 수 있을까요?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작가의 말'에 나오는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꿈오리가 하고픈 말이기도 하니까요.

 

 

 

내 가족과 이웃이 살아갈 좋은 세상을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강단 있는 주인공 결의 앞날을 함께 응원해 주면 좋겠다. 진실을 향한 노력은 기필코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히리라.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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