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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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른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그만큼 마음도 넓어지고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속 좁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삶이란 생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임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어른 공부>"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는 신조로 누군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던 열혈 상담가"였던 저자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쓴 이야기""진짜 어른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를 상담했던 저자가 어른 공부이자 인생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꿈오리도 <어른 공부>를 읽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P.7

 

저자는 군부대 강의하러 가던 도중에 우연히 본 이등병의 모습이 오래도록 눈에 어른거렸다고 하는데요. 뭔가 챙겨야 할 것을 놓치고 헤매는 이등병의 모습에서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등병이 상병, 병장으로 진급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어울리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니, 왜 하필 나한테?'라고 반문하지 않았어. 그동안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억울해하지도 않았어. 사실 좋은 일을 했으면 또 얼마나 했겠어.

(중략)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 살아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아. 그래서 매일 고맙지, 물건 살 때 하나 더 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p.17~18

 

20년 동안 매년 연말마다 유서를 쓰면서 삶을 정리했다는 저자, 그래서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없는 듯했다는 저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암 선고를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면, 오늘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다"고 말하는 저자, '범사에 감사하며 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은 꿈오리는 언제쯤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까요?

 

<탈무드>에 나오는 격언에 '가장 큰 매는 침묵'이라고 했어. 때리고 싶을 때 안아줄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침묵해봐. 침묵은 각자의 생각을 담아두는 거야. 아이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부모와 선생은 자신의 분노를 침묵 속에서 조절하고. 사랑의 매는 이 세상에 없어. 절대로. p.128

 

엄마도 아빠도 사람이니까 화를 낼 수도 있고 한 대 때릴 수 있지, 오죽하면 그랬겠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혹시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때린 후에 스스로에게 이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 적은 없나요? 저자는 47살이 된 큰딸이 초등학교 때 엄마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이 설마 그랬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때린 엄마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임에도 맞은 아이는 동생하고 둘이 멍이 들도록 맞았다며,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40년 전에 맞은 상처를 내보이는 딸의 모습에 저자는 "핵폭탄을 맞은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꿈오리도 그런 적이 있었답니다. 엄마는 까맣게 잊고 있는데,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등짝 한 대라도 때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인 꿈오리는 너무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래서 다들 영원히 살 것처럼 무사태평이야. 사형수들은 안 그래. 그들은 매순간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죽음을 의식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이게 감옥 안의 사형수와 감옥 밖의 사형수가 다른 점이야.

(중략)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사전에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다. p.209

 

우리 집 두형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갈 때는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웃는 얼굴로 시작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삶이 늘 예측한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매 순간 순간의 모습이 행복한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이 언제나 전부"라고 생각하면, 함께 하는 매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니까요. 저자의 말처럼 "아직 살아 있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것", 절대 잊지 말자구요!!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아이들 학교 내신성적은 무서운 줄 알면서 내 인생의 내신성적은 얼마나 관리를 잘하고 있어? 아이들의 내신성적은 대학만 들어가면 끝나. 그러나 내 인생의 내신성적은 수억만 겁을 따라 다닌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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