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낯선 곳으로의 산책 -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
예오름(MAFLY) 지음, 이주연 사진 / 로크미디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낯선 곳으로의 산책" -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
굉장히 의미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만으로는 '청춘'에 대한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책을 열어보니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작가는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독립군의 유적지를 찾아가서, 그 곳에서 느낀 단상을 청춘과 결부시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 여행의 시작은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청사였다.
나 역시도 상해 여행시에 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보고 왔다.
작가처럼 나 역시도 그랬다.
뭔가 크고 그럴듯한 건물이려니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그냥 그 앞을 아무것도 모른채 스쳐 지나가고야 말았다.
걸어도 걸어도 안 나와서, 다시 지도를 확인해서 되돌아간 길에서 작은 골목을 통해 있는 임시정부청사를 처음 대면했을 때,
슬픔이 차올랐다.
아마도 상해의 임시정부청사를 처음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작가는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시작으로, 중국 대륙의 독립유적지를 한 바퀴 돌고 서울에서 산책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염원하며,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바쳤던 분들을 돌아보며
지금 현재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고민한다.
그들은 불과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조국을 위해서 자신을 몸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불과 청춘의 정점인 십대 혹은 이십대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조국의 독립을 이루고자 했다.
나의 십대, 이십대는 어떠했는지... 문득 떠올려 보지만, 글쎄... 우리는 그저 현실에 휘둘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독서실에서 문제집을 끌어안고, 시험을 치른 후엔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저 하루하루를 겨우 보내고, 아니면 하루하루를 즐기는 데만 치중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의 우리는 목숨을 바쳐 독립을 꿈꾸고 염원했던 그들의 노력과 용기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구나를 깨달았고,
그럼에도 과거의 모습을 잊고 팍팍한 현재에 치여서 그들의 마음을 잊고, 그들의 노력을 잊고, 그들을 그렇게 잊고 살아가고 있다.
서울과 근거리에 살면서도, 아직도 서대문형무소를 한 번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내 마음을 아프게 할퀸다.
늦었지만, 이런 의미있는 책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새롭게 마음을 추스린다.
작가가 거친 모든 곳,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다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조그맣게라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선은 서울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넓혀보려고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가슴 속에 간직하는 것...
너무나 당연한 그 일을 늦었지만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