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12/pimg_7433921903303131.jpg)
서초동 리그
주원규 / 네오픽션
박철균 바이오닉 기업 대표, 서리풀 공원에서 오전 9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
(10쪽)
최근 코스닥 상장을 성공리에 마친 벤처기업 대표의 죽음,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이었을 뿐, 실상 그는 법조계의 여러 인물들과 지저분하게 얽혀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로 추정되고 처리될 것이었으나, 대검찰청 엘리트 부장검사 한동현은 박철균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만들어 대검찰청의 수장인 검찰총장 김병민을 조직에서 끌어내리려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인 백동수가 선택되었다.
SKY 출신도 아니고, 학연이나 지연도 없는 백동수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오게 되었지만 여전히 라인 없는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한동현의 제안은 달콤하고 강력했다.
무엇보다 백동수는 아버지가 남겨둔 빚을 갚기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
<메이드 인 강남>을 통해 리얼한 사회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냈던 주원규 작가가 이번에는 '서초동 검찰'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소설의 시작에 백동수의 시선으로 드러나듯이 '서초역'을 나오면 커다란 하얀 건물의 대법원이 보이고,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대법원을 지나 대검찰청, 대검찰청의 길 건너편에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이 위치해 있다.
결혼 전에 서초동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작가의 서초역 묘사에 약간 소름이 돋았다. 박철균이 발견된 서리풀 공원이라든가 백동수와 한동현이 밀담을 나누었던 스타벅스 매장 등이 눈에 그려지면서 소설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소설은 묘하게 현실과 닮아 있는 듯 했는데, 그래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한동현의 이름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고, 검찰총장의 모습 역시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어쩌면 소설 속에 선한 사람이 그다지 없다는 것도 씁쓸함의 한 원인이었는지 모르겠다.
한동현이 검찰총장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였고, 조금은 다르려나 했던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국민이 아닌 자신의 보신(保身)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다.
박철균의 죽음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그들의 안중에 전혀 없었다.
"부끄럽다고요. 가장 공정해야만 할 이 리그의 민낯이." (177쪽)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더 높은 자리로 오르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는, 그래서 사건의 피해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검찰만 있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누군가는 이 서초동 리그의 민낯을 부끄러워하며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리라 간절히 믿고 싶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