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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최근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유행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본격 미스터리에서 보여지는 트릭과 의외성이 힘을 잃게 되어, 특수한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 안에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낙원은 탐정의 부재》 속 특수 설정은 바로 천사의 강림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이다. 인간을 두 명 이상 죽이면 천사가 지옥으로 끌고 간다는 기본 설정 아래 실험(?)과 경험을 통해 세분화된 규칙들이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해 놀라움과 재미를 준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천사의 강림 이후로 사람을 두 명 이상 죽이는 사람이 없겠구나 했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단순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논리들을 펼치며 더 어둡고 무시무시한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인간만 죽이지 않으면 되므로 새롭게 나타난 기묘한 존재인 천사들을 죽여 해부하기도 하고, '천사식' 이라는 괴상망측한 요리도 만들어낸다.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두 명을 죽이면 지옥으로 끌려 가게 되니 한 명 정도는 죽여도 된다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치기도 하고, 아예 가성비를 따져(?) 어차피 지옥에 갈 바에야 많이 죽이자며 대규모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살인자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천사가 강림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세상은 암울하다. 아니 오히려 더 암울해졌다.
천사들은 진정한 '악인'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실행범만 지옥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악인들도 있지만, 천사들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도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은 존재했고, 천사의 강림 이후 탐정의 존재의의를 고민하던 아오기시는 그들을 만나 탐정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이들은 때아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천사들이 살인자를 지옥으로 끌고 간다면,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은 천국으로 가는 것일까? 천국은 있는 것일까?
촘촘하게 잘 짜여진 특수 설정 상황도 좋았지만, 선인과 악인, 천국과 지옥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 더 좋았던 소설이었다.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기묘한 모습을 한 천사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또 천사들의 강림으로 세상이 더 좋아졌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진정한 정의를 찾고 지키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이들이 있어 소설의 마지막이 그리 서글프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