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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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의 2배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은, 그 두께와 위용으로 시작 전 잠시 나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하지만 왠걸... 읽다 보니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피아니스트 경연을 중심으로 경연을 펼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야기인만큼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법도 한데,

참 희한하게도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그만큼 온다 리쿠 작가님의 문장은 머리와 가슴에 잘 들어오고, 잘 읽혀지고, 잘 새겨졌다.

 

잠깐 말한 것처럼 이 책은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 마마마쓰시에서 3년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16세 소년 가자마 진, 한 때 천재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대를 떠나버렸던 에이덴 아야,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인 마사루, 음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악기점에서 일하고 있는 다카시마 아카시가 중심 인물이다.

 

다카시마 아카시가 이 중에서 그나마 평범한 인물인데, 나머지 3명은 말 그대로 천재다.

아야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그들은 음악의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천재이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책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예선 과정에서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누가 우승을 차지할 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생각해보면 누가 우승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 가자마 진의 경우, 엄청난 천재로 나오는데,

감당할 수 없는 천재가 등장했을 때, 이것을 '기프트'로 받아들일지, '재앙'으로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온다.

천재란 나와 먼 나라의 일이지만,

자칭 천재라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출중한 사람을 만났을 때(특히 어찌할 수 없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짝 표현되는데, 그런 부분들도 흥미로웠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이틀 중 어느 점심 회사동료들과의 대화중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었다.

좀 어렵지 않느냐, 가끔 들으러 간 적이 있는데 조금 졸았다... 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나 역시도 솔직히 말하자면, 클래식을 들으러 갔던 몇 번 중 반 이상을 꾸벅꾸벅 졸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이 책을 보면, 인물들은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여러가지 형상들을 떠올리는 모습들이 나온다.

내가 좀 더 클래식 음악을 편하고 익숙하게 접근한다면, 나도 그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은 지금,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나의 마음의 벽이 약간은 낮아진 것 같아서 기쁘다.

또 온다 리쿠님의 문장을 이 책에서 제대로 느끼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책으로 온다 리쿠님의 팬이 되었다.

과연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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