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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
존 그리샴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 책을 선택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직장인이 된 후로 좀처럼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책을 예전만큼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학생 때는, 그의 책이 나오기만 하면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여러 책 중 이 책을 먼저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거리의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아웃사이더 불량변호사, 서배스천 러드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누가 불량변호사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또는 증거를 날조하여, 또는 위증을 일삼는 증인들을 내세워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경우가 종종 연출된다.
우리의 불량변호사는 그렇게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린 피고인을 변호한다.(물론 변호하는 모든 피고인이 무고한 것은 아니다.ㅋ)
그래서, 경찰이나 검찰, 판사의 입장에서 그는 분명, 엄청나게, 달리 표현할 길도 없이 "불량변호사"이다.
그래서, 우리의 불량변호사는 뒤에서 총이 날아오지는 않을지, 고군분투한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미국에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요즘 시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잔뜩 쏟아내는 일들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소설의 첫 에피소드에서는 마약중독자인 10대 소년이 두 자매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가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누구나 가디가 유죄라는 걸 알 수 있다. 칠흑같이 염색한 긴 흑발에, 목 위쪽으로는 피어싱이, 아래쪽으로는 경이로울 만큼 문신이 가득하다. 여기에 어울리는 강철 귀고리와 차갑고 창백한 두 눈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래, 내가 그랬다. 어쩔래?"라고 말하는 듯 하다.(P. 14)
제대로 된 조사나, 제대로 된 증거 없이 가디는 피고인으로 체포되어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미 살인자로 취급되고,
증인들은 마구잡이로 거짓말을 쏟아낸다.
이럴 시간에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기본적인 증거나 알리바이조차 맞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이 놈이 범인이 틀림없어, 나는 알아."라는 식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이런 부당한 방식에, 러드 역시 부당한 방법(죄를 추가하는 건 아니고..ㅎㅎ)으로 응수한다.
결국 우리의 불량변호사는 무고한 가디를 구해낸다.
(앗, 스포일러가 되어 버린 건가.ㅠㅠ)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대부분 너무 올곧게(?) "이 자가 범인이 맞아."라든가, "우리가 옳아,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라고 하는 경찰, 검사, 판사가 나와서 씁쓸하기도 했다. 이건 소설이고 소설 속 배경은 미국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런 일들이 없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씁쓸함도 있지만, 그런 부당한 일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처리해버리는 러드의 활약에 여러 번 웃을 수 있었다.
또 실제로 번역된 문체 역시, 위트있고 자조적인 문장들이 많아서 수시로 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시원+통쾌+씁쓸이 중복되지만, 분명 재미있다.
기회가 되신다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분명 흥미가 생기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