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어설픈 위로가 얼마나 폭력처럼 느껴지는지."
누구에게나 절망스러운 순간은 있다.
그리고 그런 절망의 순간에,
주변의 누군가는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고,
누군가는 나에게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 또는 차가운 조언은
근본적으로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배우 신동욱님의 문장에도 있듯이,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당사자를 더 절망적이고 슬픈 상황에 놓이게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기 전 나 역시도 "절망스러운 순간, 읽을만한 책 추천" 정도가 아니겠는가라고 단순히 생각했었다.
책은 1부 '절망의 시기, 어떻게 보내야 할까?'와 2부 '다양한 절망과 마주하기'로 나누어져 있다.
작가는 절망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절망의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 책은 작가가 엄청난 필력으로 독자를 휘몰아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명언으로 독자들을 시선을 붙잡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작가는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작가의 문장들에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단지 "괜찮다"라고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작가는 절망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빨리 넘기려고, 빨리 그 순간을 지나가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한다.
천천히, 온전하게 그 절망을 견디며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절망하라고 말한다.
추천하는 책 중 내가 아는 책은 사실 몇 권 없었다.
카프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있었지만, 일본 작가이다 보니 주로 일본 드라마나 일본 영화, 일본의 소설가를 예로 들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모르는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내용 등에 대한 소개를 보니 다양한 절망의 상황에 놓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느낀 절망의 순간과 절망의 깊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작가가 왜 그 작품들을 추천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의 문장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현재 엄청난 절망의 순간을 보내고 있거나,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지만,
많은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 절망의 순간을 지나는 지인이 있다면,
섣부른 위로와 격려보다는 이 책을 조용히 추천해 주고 싶다.
가까이 내 옆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 한 권이 늘었다.
"중요한 것은 극복의 길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닙니다.
그 부분을 부디 서두르지 말아주세요.
중요한 건 이 책에서도 몇 번이나 말했듯, '절망의 기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절망독서'는 반드시 당신의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