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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딸의 기억 속에서 단 하루를 지우고
싶었다!
미국 코네티컷의 작은 도시 페어뷰에서,
열 다섯 살의 소녀 제니가 무자비하게 강간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의 어머니 샬롯은 치료방법의 일환으로 제니의 기억을 지우는 '망각 치료'를 결정하고,
그녀의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은 지워진다.
아니,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그 날의 기억이 없음에도 제니는 자살을 시도한다. 기억이 없음에도 알 수 없는 불안, 공포가 그녀를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화자인 앨런 박사는 제니의 기억을 살리고, 제니의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앨런의 입을 통해 제니의 부모인 톰과 샬럿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톰과 샬럿의 주변인들도 소개된다.
앨런이 치료했던 과거 환자의 이야기나, 앨런의 가족 이야기도 간간히 소개된다.
제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앨런 박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노력한다.
그러다 범인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 싶은 시점, 앨런은 자신의 주변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제니의 기억 및 수사에 혼선을 주기 시작한다.
이런, 이 사람 뭐지? 이런 사람(화자ㅋㅋ) 이야기를 믿고 끝까지 읽어도 되는 거야?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거야?
사실 책을 읽는 초반에도, 이 의사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화자의 말투 등에서 느껴지는 건, 이 사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의심...
아예 의사란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설마 범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옛다~! 내가 범인이지롱~! 이런 거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의사란 것이 밝혀진 후에도, 뭔가 이 사람 이상한데, 뭔가 다른 이야기를 숨기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혼란스러움에 책을 잠시 놓기도 했다.
그런데, 중간에서 의사란 직분을 이용해 기억과 수사에 혼선을 준다?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걱정되면서도 궁금하면서도, 참으로 기분이 묘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또한, 너무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게 다 무슨 관계일까 싶은 생각도 잠시 했다.
읽는 도중 숨겨졌던 비밀들이 벗겨지고, 유기적으로 얽힌 필요한 인물과 이야기였구나를 깨달았고,
이야기의 마지막을 다 본 후엔, 책의 전체 내용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의사의 이상한 행동들도 이해가 갔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본다.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은 지우는 게 맞는 걸까?
단지 지우는 것만으로 완전한 해결, 행복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마음 속에서 온전히 끔찍한 악몽을 놓고, 그것을 벗어날 수 있을 때가 진정한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힘든 일이지만, 책의 인물들은 그것을 해 낸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