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평점 :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면장면이 마치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아,
때론 긴장에 숨을 삼키며,
때론 안쓰러움에 슬픈 한숨이 나왔다.
책의 주인공 '권순이'는 전직 북한 특수요원 출신이다. 일명 '35호실' 출신인데, 몇 개월 전의 작전 실패 후 컬럼비아에
은신중이다.
순이는 메데인 카르텔에 고용되어 용병생활을 한다. 그 곳에서의 첫 임무에서 카르텔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죽은 부부의 딸 리타를 구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리타를 얼마간 보살핀다.
리타를 보살피며, 순이는 북한에서 죽은 동생, 가족들을 떠올리고, 리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카르텔 간의 싸움, 메데인 카르텔의 농장(마약공장)들을 습격하는 자들의 배후, 그 과정에서 순이가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
모든 사항들이 긴박하고, 한 장면 한 장면을 떼어 놓은 듯이 극적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순이를 죽여야 하는 허작가,
비록 일 때문이었지만 순이의 실력을 가장 잘 알아준 카를로스,
그리고 끔찍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부모를 죽인 원수를 갚고 싶어하는 리타...
그리고 많은 인물들이 하나도 부족하거나 모자람 없이 촘촘히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책의 뒷 부분에 '알아두면 쓸데있는 슬픈열대 잡학사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 읽었던 카르텔 간의 전쟁, 컬럼비아의 상황에 대한 미국의 개입 등 소설 전반에 깔려있던 배경들이 전부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아닌, 낯선 이국의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고 실감나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소설을 쓰기 전 얼마만큼의 자료조사 등을 거쳤을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약 카르텔간의 싸움이라는 우리와 다소 동떨어진(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소재임에도,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성과 그 중심에 있는 북한 특수요원 출신 순이가 있어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사람', '복수', '죄의식' 등 인간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여름, 꼭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