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엠마 후퍼 지음, 노진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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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자주 생각해?"
"죽음보다 삶을 더 생각하지."

 

82세의 에타는 어느날 바다를 보기 위해서 서스캐처원 농장을 떠나 32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을 찾아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에타의 남편 오토는 그런 에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에타가 메모해 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면서 집을 지킨다.
러셀은 에타와 오토의 오랜 친구로, 에타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가진 채 그들 곁을 늘 지킨다.
제임스는 에타의 여정에 어느 순간 함께 하게 된 코요테의 이름이다.

 

에타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쪽지를 가지고 다닌다.

 


디어데일 농장에 사는 에타 글로리아 키닉. 올해 8월로 83세

 

 

가족:
마타 글로리아 키닉. 어머니. 가정주부. (사망)
레이먼드 피터 키닉. 아버지. 기자. (사망)
앨마 개브리엘 키닉. 언니. 수녀. (사망)
제임스 피터 키닉. 조카. 아이. (태어나지 못함)
오토 보걸. 남편. 군인/농부. (생존)
러셀 파머. 친구. 농부/탐험가. (생존)

 

오토는 에타가 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에타에게 편지를 쓰고, 에타가 올 날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그녀의 부재를 견뎌낸다.
러셀은 에타가 위험해질까 걱정되어 그녀의 행적을 따라 그녀를 찾아 나선다.
에타는 제임스와 걷고 걸으며 바다를 보기 위한 여정을 이어나간다.

소설은 이들의 현재(에타의 도보여행과 그녀를 기다리는 오토, 러셀)와 과거 유년시절, 청년시절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오토와 러셀의 인연, 오토와 러셀과 에타의 만남, 그들의 우정과 사랑 등에 대해서 말이다.

긴 세월동안 그들은 가장 소중한 사람의 상실, 사랑, 이별, 전쟁 등 많은 일을 겪었고, 지금 현재는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실 기억을 잃어가는 에타, 그리고 오토와 러셀도 이미 82세의 나이로
언제 어느 때에 서로의 빈자리를 봐야할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후에 에타와 제임스의 여정에 잠깐 함께 하는 브라이어니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겪었고,
그를 찾아나서기 위해 에타의 여정에 함께 했던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에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 부재, 상실 ... 아마 셀 수도 없을만큼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살아내야 한다.
에타가 그러했고, 오토가 그러했고, 러셀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과거의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이 있다.
그 시점과 현재의 시점 사이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과연 에타와 오토와 러셀은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행복하게 그렇게 82세의 현재를 맞게 된 걸까?

사실 완전히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타가 바다를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그녀를 기다리는 오토와 러셀, 세 사람이 연결된 과거, 살아온 과정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책 속에서 오토가 에타에게 보낸 편지가 책을 다 덮는 순간까지 맴돌았다.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그 편지에 다 들어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과 이 편지는 오랫동안 기억에 맴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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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52

사랑하는 에타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소. 한번은 당신이 내게 그랬지.
숨 쉬는 걸 기억하라고. 숨을 쉴 수 있는 한 우리는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옛것을 없애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고. 전진한다고.
때로는 그것만이, 그저 숨 쉬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일이라고 당신이 그랬소.
그러니 걱정 말아요, 에타.
다른 것은 못 할지라도 난 여전히 숨 쉬고 있소.
당신은 분명 거의 다 갔겠군. 분명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그러기를 바라오. 당신이 모든 것을 보게 되기를.
그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소. 난 여기 있으니 걱정 말라고. 여기서 숨 쉬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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