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취향 - 일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특별한 여행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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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특별한 여행, 여행의 취향"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결혼 전에는 방랑벽이 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훌쩍 어딘가로 떠나곤 했다.

 

그런데,

이 책 '여행의 취향'을 읽다보니, 지난날 나의 여행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

 

책 속의 사진을 통해 보이는 작가는 무척이나 젊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렇게도 자신의 분명한 여행 취향이 있고, 그 취향에 따른 여행을 이만큼이나 즐길 줄 아는 사람인걸까?

거기다 서양사를 전공해서인지, 작가는 여행기 속에 자신의 역사적 지식과 설명까지 더해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여행에세이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데,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은 어느 순간 피로감을 줄 수도 있어서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아무리 맞는 사이라도 모든 여행의 코스와 장소를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일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어쩌면 여행 중 어느 한 명은 다른 한 명에게 맞춰주는 부분도 분명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첫 유럽여행을 굉장히 친한 언니와 떠났는데, 프라하에서였나 다툼이 있었다.

보통 짧은 여행, 3박 4일 정도의 여행만 함께 하다, 일주일이 넘는 여행을 다니다보니 쉽게 지치고 피로해졌고, 조그마한 것에도 둘 다 힘이 빠졌었다.

그러던 중에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분명 사소한 일로 다퉜을 것이 분명한데, 반나절 이상을 둘 다 뾰루퉁하게 보냈었다.

물론 그 여행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취향이랄까, 호불호를 알게 되어서 싸우는 일은 없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일 친하고 마음을 터놓는 언니동생사이이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ㅋㅋ)

그 후에도 언니랑 짧고 긴 여행을 몇 번 더 함께 했는데, 여행 전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최대한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함께 하는 여행은 어느 한 명에겐 분명 '소중한 여행의 시간을 양보'하는 측면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다닌 여러 장소를 읽으면,

내가 가지 못한 곳은 꼭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갔던 장소조차 내가 당시 느끼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말해줘서 다시 가고 싶게 만들었다.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에 책 맨 앞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

 

여행과 일상, 나도 예전 어느 순간에는 여행 모토가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 늘 여행을 가면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녔고, 노천카페에서 조용한 멍때리기의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었다. 오늘 이 걸 놓치면 내일 일정이 꼬이니까.... 아니면, 언제 또 여길 와 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참 부지런히도 다녔었다.

혹여나 카페에 들어가 잠시의 더위를 녹일 때에도, 누가 나를 잡아 끌기라도 하는 듯 땀만 식으면 아이스라떼를 원샷으로 마시고는 부리나케 나오곤 했었다.

 

내가 여행을 다니기 전에, 작가의 이 책을 봤다면.... 조금은 나의 모토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또 든다. ^^;;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다음 여행장소를 어디로 정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이야 아직도 무궁무진하지만, 색다른 의미, 테마를 가지고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일상을 여행처럼 특별하고 의미있고 신선하게 보내기~!!!!

평생 여행만 한다면 그건 일처럼 느껴져 힘들 수도 있을 테니까.

일상을 지내는 동안 가끔 떠나는 여행, 그래서 여행이 더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책 속 밑줄>

 

p. 44

여행과 일상이 반드시 의미 있는 것으로만 연결되고 가득 찬다면 오히려 '의미'를 찾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뜻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삶에 의미없는 것이란 없다.

그 시간도 나의 삶이고, 나 자신이니.

 

p. 61

늘 여행이 고픈 일상여행자이지만, 항상 떠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게 주어진 일이 있고, 져야 할 책임도 있으며, 앞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거나 지난 여행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p. 98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데는 조건이 있다.

'낯섦'이 다. 낯설게 하기. 일상이나 여행이나 낯설고 신선하게 만드는 거다.

많은 이가 여행이란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낯설게 하기'라는 조건이 충족되면,일상도 신선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여행도 평범하고 무료할 수 있다.

 

p. 204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그 작품의 예술적 아름다운이나 역사적 가치만큼, 감상자의 과거와 현재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눈에는 그의 과거와 현재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감상은 매우 특수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일 수 있다.

나의 일상을 통해 어떤 특수함을 내 안에 연결하고 채우는 것, 오르세에서 내가 느낀 일상과 여행의 지점이다.

 

p. 271

정작 인연은 문득, 불현듯, 무심한 순간, 인상 깊게 때로는 당혹스럽게 찾아든다.

들 자리를 굳이 내주지 않아도, 자리를 찾아 나를 물들이는 게 인연이다.

찰나의 노을과 불현듯 들어서는 인연은 그렇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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