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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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0)

형사님들이 그 의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법이 저를 어떻게 심판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사람을 편안하게 보내 줄 수 있었서 정말로 기뻤어요.

분명 그이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고통 받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형사님은 이해할 수 없겠죠.

우리는 마침내 고통에서 해방된 거예요.

닥터 데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p. 93)

가정 환경이 열악하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

불우하다고 모두 비뚤어지는것도 아니고.

그것과 똑같아.

연명치료가 가망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안락사를 권한다는 것도 결국 억지 논리일 뿐이야.

닥터 데스는 말기 환자의 편도 아니고 연명치료의 선구자도 아니야.

단돈 20만엔에 사람을 독살하고 다니는, 그냥 연쇄 살인마일 뿐이야.

 

-

어느날 경찰청 통신지령센터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온다.

"나쁜 의사 선생님이 와서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

게이코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여러 번 같은 전화를 걸어오자 장난전화로 의심되면서도 동기인 수사1과의 아스카에게 이 건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들어봐 달라고 한다.

 

아스카는 파트너인 이누카이와 함께 신고전화를 한 아이가 사는 집으로 가고, 아이의 말대로 아버지가 사망해서 가족들은 모두 장례식장에 가 있는 상태였다.

이누카이는 장례식장에서 사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이와 엄마의 진술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고, 곧바로 사건성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에는 부인하던 아이의 엄마는 결국 아이가 말한 나쁜 의사에 대해 진술한다.

그녀는 '닥터 데스의 왕진실'이라는 사이트에서 남편의 안락사를 요청했고, 그 뒤 의사가 집에 방문해 주사를 놓았다고 말한다.

 

'닥터 데스의 왕진실' 사이트에 댓글을 단 사람들 중 안락사를 요청했거나, 요청을 하였어도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 그들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이누카이는 그들 중 일부를 직접 만나러 간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할수록 닥터 데스를 원망하는 이들을 만날 수 없었고, 닥터 데스의 외모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 역시 만날 수 없었다.

이누카이는 닥터 데스를 잡기 위해 함정수사를 할 것을 제안하고, 사이트를 통해 닥터 데스에게 자신의 딸 사아캬의 안락사를 의뢰하는 메일을 보낸다.

 

이누카이는 닥터 데스를 체포할 수 있을까?

닥터 데스는 진정으로 말기 환자들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일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사람들을 죽이기 좋아하는 연쇄살인마인 걸까?

 

+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의 하나인 <닥터 데스의 유산>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소설 역시 사회문제를 적절히 다루면서도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잃지 않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을 때 아마 많은 독자들이 놀랐으리라.

 

몇년 전부터 '웰 다잉'에 대한 관심도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소설에서 다루는 소재인 '존엄사'는 어떨까?

더이상 치료를 해도 생명 연장의 가능성이 낮은데도, 계속해서 그 고통을 이겨내며 살기 위한 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 걸까?

 

평소에 한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회문제를 소재로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그의 소설은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닥터 데스는 지금껏 만나왔던 범죄자들과는 약간은 결이 다르다 보니, 나 역시도 그를 악질적인 범죄자로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범법인 사회에서 옳은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쉽사리 그를 악인이라 단정짓고 싶지는 않았다.

 

이누카이가 사야카에게 한 말이 계속 맴돈다.

"만약 네가 죽음을 원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더라도 아빠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네 안락사를 허락하지 않을 거야. 아빠의 일방적인 생각인 건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네가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니까.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 눈에는 분명 강압적이고 옹졸하고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네가 살기를 바라. 힘들든 고통스럽든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구원받는 기분이야.(p. 163)"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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