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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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8)

크리스틴이 내게, 우리에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

에밀리는 가장 친한 친구 크리스틴과 함께 칠레로 여행을 왔다.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는 크리스틴과 달리, 에밀리는 즐거운 여행 중간중간 한번씩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에밀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칠레 여행 전 함께 떠났던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에밀리는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해 준 크리스틴과의 즐거운 여행이 계속 되리라 생각했지만, 여행의 마지막 밤 또다시 사건이 벌어진다.

 

여행의 마지막 밤, 6개월 후 세계일주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크리스틴에게 에밀리는 요즘 썸을 타고 있는 상대인 애런에 대해 말하고 여행은 나중으로 미루자고 한다.

그 후 에밀리는 애런에 대해 궁금해하는 크리스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러다 크리스틴은 남자 여행객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며 에밀리는 남겨 두고 호텔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호텔방으로 돌아간 에밀리의 앞에는 흥분해 있는 크리스틴과 남자의 시체가 있었다.

두 사람은 정당방위임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체를 처리하았고 아무일 없듯이 여행을 끝내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나 각자의 생활로 돌아온 뒤 호주 생활을 하고 있던 크리스틴은 그 곳을 정리하고 에밀리가 있는 밀워키로 갑자기 돌아오고, 에밀리는 자신의 생활을 조금씩 침범하고 위협하며 자신을 옥죄어오는 크리스틴이 점점 두려워진다.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원래의 친구 사이로 돌아올 수 있을까?

크리스틴이 두렵고 불편한 건 에밀리의 괜한 의심인 걸까?

 

+

내가 생각하는 여성의 심리를 소재로 하는 스릴러 소설의 특징은 처음엔 소설 진행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주인공 여성은 편집증으로 보일 정도로 주변을 의심하고 의심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고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그러다 의심하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 의심하면서 독자들의 답답함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여기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속의 주인공 '에밀리' 역시 조금 답답한 스타일은 맞았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소심함을 덮어줄 정도로 용기있고 멋있고 아름답기까지한 친구 '크리스틴'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좋은 소리로 위로를 해 주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현실적인 친구도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왠걸... 읽으면 읽을수록 소심하고 너무 많은 생각을 안고 사는 에밀리가 답답하긴 했지만, 크리스틴 역시 의심스럽긴 했다.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에밀리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크리스틴은 단 1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에밀리가 물어보면 약간 두려운 척을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척' 뿐이었다.

거기다 너무 많은 사생활 부분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물론 절친에게 애인이 생기면 조금 부럽거나 질투가 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그것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바꾸는가 하면, 자신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에밀리를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에밀리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처음에는 솔직히 생각만큼의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에밀리가 너무 걱정이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에밀리와 함께 나의 불안도 높아져갔다. 점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졌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에밀리가 크리스틴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때는, 제발 그만하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기까지 했다.

은근슬쩍 경고나 염려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에겐 어서 속시원히 털어 놓으라며 윽박지르고도 싶었다.

 

푹 빠져 읽었다. 마치 내가 에밀리인 듯 함께 불안해하고 함께 의심하면서 말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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