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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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1993년에 쓴 이 소설은 2024년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그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암울하고 끔찍하고 잔혹하고 황폐해진 무서운 세상이었다.

작가가 그린 어둡고 불행하고 잔혹한 미래의 모습이 2022년 현재의 모습과는 달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와 다른 것을 경원시하는 혐오의 모습은 닮아있는 듯 해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소설 속 사람들은 직장에 가거나 외출을 하는 것조차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장벽 밖은 위험하므로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빈부격차는 상당히 심하고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는 무척 떨어진 상태이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 자동차는 그저 집에 두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사람들은 장벽을 치고 장벽 안에서 살아가지만, 장벽 밖에서는 온갖 흉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장벽 밖의 무뢰배들은 시시때때로 장벽 안으로 침입해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주인공 로런은 친모가 임신한 상태로 과용한 약물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초공감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똑같이 느낀다.

 

목사인 아버지의 교육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워낙 영특하기 때문인지 로런은 보통의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현재의 처지나 상황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정적 모습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서로 돕고 살던 마을 공동체는 점점 무너졌고, 파이로 족들의 습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가던 날, 로런 역시 가족을 잃었다.

로런은 그 일을 계기로 장벽 밖으로 나가 자신이 원래 계획했던 북쪽을 향해 나아간다.

로런의 옆에는 로런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잃은 이웃 '자라'와 '해리'도 함께였다.

그렇게 북쪽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이들은 장벽 안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참혹한 현실과 위험을 늘상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옆에 하나둘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건 누구도 대비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무슨 일이 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일이 얼마나 심각할지, 언제 일어날지는 알 길이 없었쬬.

하지만 모든 게 나빠져만 갔어요.

기후, 경제, 범죄, 마약, 그런 것들 말이에요.

우리만 장벽 안쪽에서 느긋하게, 깨끗하고 든든하고 풍족하게 살 자격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바깥세상에서 굶주리고 목마른 채 집도 없이 지저분하게 사는데 말이에요.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중 328쪽

 

로런의 여정은 끊임없이 목숨을 걸거야 하는 전쟁같은 나날이었다.

하루하루 제대로 편안히 쉬지도 못하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길을 나서야 한다.

누군가 다가오면 의심부터 해야 하고,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나 로런은 그 현실을 인정하면서 좀 더 나은 세계를 꿈꾼다.

로런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나이가 한참 어린 로런이었지만, 로런이 삶과 배움을 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로런이 살던 세상에서 나라면... 로런처럼 행동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제목처럼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거나 혹은 황폐해진 세상의 한 곳에서 씨 뿌리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을 것이다. 그리고 그 뿌려진 씨들 중 분명 어떤 것들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되지 않을까.

 

 

이 나라는 살아남을지도 몰라요.

변화한 채로,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인 채로.

 

- 582쪽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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