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두 사람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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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나 원한, 감정 싸움 같은 동기는 있지만 범행을 계획한 주범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고 볼 수 있었지.

어떤 부류냐면 재산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고서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지켜 보고 싶어 범죄를 부추기는 악당이었어. 악녀였지.

 

돈이 갖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명예가 탐난다, 자유롭고 싶다.

보통 사람들이 당연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은 많아.

그러다 욕심이 한계에 다다르면, 윤리관이 모호해지기 쉽지.

그런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악의를 증폭시켜서 자신이 손은 더럽히지 않은 채 남을 죽이는 거야.

 

쾌락도 오락도 아니야. 그만한 열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심심풀이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 세상에는 말이야, 어떤 의학 지식이나 수사 경험을 총동원해도 이해할 수 없는 악이라는 게 존재해.

 

- <비웃는 숙녀 두 사람> 중 58쪽

 

 

 

 

고급 호텔에서 열린 동창회에서 독이 섞인 음료를 마시고 17명이 사망하고, 3명만이 살아남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한 17명 중에는 '히사카 고이치'라는 국회의원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당시 갑질 사건과 불륜 의혹 때문에 평판이 땅으로 곤두박질친 상태였다.

죽은 히사카의 손에서 숫자 1이 적힌 종잇조각이 발견되었고, 경찰은 숫자 1과 히사카의 관련성에 대하여 조사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한편, cctv를 확인하니 연회장에 원래 배치된 직원이 아닌 누군지 알 수 없는 불상의 여성이 트레이에 음료를 실어와 손님들에게 나누어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상의 여성의 얼굴을 3D화 해서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그 여성은 과거 한노시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 실행범으로 지목되었으나 의료교도소에서 탈출한 '우도 사유리'로 판명되었다.

 

그 뒤에도 우도 사유리로 추정되는 인물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버스 충돌 사고, 중학교에서 발생한 방화 및 살인 사건, 피트니스 센터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 등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사라져 버렸다.

 

이 모든 사건은 우도 사유리의 짓일까?

그리고 그녀가 이런 대형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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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로 시작해서 <다시 비웃는 숙녀>와 《비웃는 숙녀 두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말 그대로 '비웃는 숙녀'인 가모우 미치루가 등장한다.

사실 <비웃는 숙녀>를 읽을 때만 해도 가모우 미치루라는 여성이 범죄자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그녀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큰 동정의 마음은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분명 <다시 비웃는 숙녀>에서는 그녀의 행동에 약간의 소름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 《비웃는 숙녀 두 사람》에서는 가모우 미치루는 정말 악녀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어졌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현혹하고, 아무렇지 않게 관련성이 없는 사람들까지 희생시킨다.

 

아, 그런데...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에서 가모우 미치루는 정말 매력적인 악녀다. 한마디로 <비웃는 숙녀> 시리즈는 너무 재미있다.

거기다 가모우 미치루만으로도 충분한데 이번에는 우도 사유리까지 가세해 말 그대로 대단한 악녀 콤비가 탄생했다.

 

누가 더 악녀일까?

나는 가모우 미치루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직접 실행하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더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우도 사유리 역시 무척이나 만만치않은 상대가 맞다.

책의 띠지에 보면 "물어뜯어 주마"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그 장면은 정말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참, 이번 소설에는 내가 최애하는 캐릭터 '마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등장해 여전히 신랄하고 차가운, 그러나 한치도 틀린 내용은 없는 말을 쏟아내며 그를 찾아온 경시청 형사에게 팩트 폭격을 날린다. 아, 너무 반가웠습니다.^^

 

다음에는 가모우 미치루의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지, 그녀가 얼마만큼 더 잔인하고 차가운 악녀의 매력을 뿜어낼지 기대된다. 아, 사실 가모우 미치루가 하는 일이라는 게 상대방을 죽게 하거나 나락으로 빠뜨리는 일이라서 기대하면 안 되는데... 하하하.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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