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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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아홉 살 소녀를 살해하고 안구를 적출하는 잔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고쿠분지 여아 살해사건'이라 불린 그 사건의 범인은 중학생으로 밝혀져 더욱 대중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가해자 소년은 소년법에 의해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고 '소년A'라 불리었다.

그리고 현재, '고쿠분지 여아 살해사건의 실제 영상'이라는 동영상이 다크웹에서 판매되고 있는 걸 확인한 경찰은 동영상을 유출하고 판매한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경시청 감찰계 계장인 '시라이시 히데키'는 위 동영상이 경찰 내부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기로 하고,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한편, 카드회사에서 연체금 변제를 독촉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미타 에리코'는 그녀 때문에 카드가 정지되어 급식비를 내지 못한 딸이 자살했다라고 욕설을 퍼붓는 악성 민원인의 말이 신경쓰여 그의 뒤를 미행했고, 그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는 현장을 목격한 후 영상을 찍어 자경단 사이트에 올린다.

그녀의 게시글로 인해 악성 민원인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고 결국 경찰 조사까지 받게되자, 에리코는 묘한 짜릿함을 느끼고 자경단 사이트에 더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자경단 사이트에서는 다음 타깃으로 소년A를 지목하고 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려고 한다.

 

 

(P. 254)

소년A는 분명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사회 한구석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다.

어쩌면 그건 이쪽의 염원이었을지도모른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짊어지고 살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P. 381)

20년 전, 이토 미쓰키가 살해당했을 때 정의는 실현되지 못했어. 신은 거기에 없었지.

아무리 범인이 열네 살 소년이었다고는 하나, 그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른 인간이 소년법 때문에 벌다운 벌도 받지 않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어.

만약 인간이 만든 법이 악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다면 인간 스스로 법을 초월해 악을 심판하는 수밖에.

소년A는 순진무구한 소녀를 장난치듯 죽여놓고 어처구니없게도 그 죄를 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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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생명을 잔인하게 유린한 범인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이라는 이유로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아홉 살의 소녀는 자신의 생을 마감했지만, 소녀의 생을 꺼뜨린 범인은 겨우 몇년간 소년원에 있다가 이름과 얼굴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소설 속 에리코의 말처럼, 나 역시 소년A가 있는 듯 없는 듯 세상 한구석에서 조금은 안쓰럽게 살고 있기를 바랐다.

그가 감히 행복을 꿈꾼다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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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자경단에 의해 폭로되는 이들은 사회에서 매장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고, 어쩌면 가끔은 그들이 행한 악행보다 더한 사회적 처벌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엄연히 우리 사회에는 법이 존재하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가 옳고 정당하다는 말은 하기 어렵겠다.

더구나 자경단 사람들 중에는 결국은 자신의 일이 아닌 일들을 부추기고 키워 더 큰 짜릿함과 흥미를 원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자경단의 행동을 잘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세상에서 떵떵거리고 살면서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이들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도 사실이다.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가벼운 법적 처벌만은 받고 어엿한 사회의 일원(거기다 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업)이 되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건, 참으로 서글프고 속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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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소설 속에서 반전을 제공하게 되는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도 안타깝고 잔인한 반전에 속상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소년법에 대한 생각은 나 역시도 무엇이 옳은지는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잔인하고 도를 넘어가는 소년범들이 존재하기에, 또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런 소년범들에게 잔인하게 희생되는 피해자가 존재하기에, 뭔가 지금보다는 더 적절한 제도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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