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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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토요일, 알코올 중독자 중년 바텐더 '시마무라 게이스케'는 날이 너무 좋아 햇볕을 쬐기 위해 신주쿠 공원으로 간다.

그리고 신주쿠 공원에서 낮술을 마시고 있던 시마무라 눈앞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5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시마무라는 자신이 마시던 위스키 병이 지문을 남긴 채 그 자리를 서둘러 벗어난다.

 

테러 사건 발생 후 시마무라의 바에 여러 인물들이 찾아오고, 시마무라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한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청 공안과장도 있어 경찰청 간부를 노린 범행인지, 혹은 무차별 테러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번 테러 사건의 희생자 중에는 시마무라의 22년 전 대학 시절 여자친구인 '마쓰시타 유코'와 연락이 끊긴 친구 '구와노 마코토'도 있었다.

 

많은 사상자를 낸 테러의 범인은 누구일까? 또 범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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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원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주의를 기울이는 시마무라가 궁금했다. 위스키가 없이는 손을 덜덜 떠는 그저 평범한, 아니 약간 평범보다 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였던 시마무라는 곧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계속 궁금증은 커져갔다.

아니, 왜? 겨우 위스키 병에 남은 지문 하나로 왜 시마무라가 용의자가 되고 쫓기게 되는 거지?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시마무라의 과거가 드러나고 의문스러웠던 시마무라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

 

무려 도쿄대생이었던 시마무라는 60년대 말 대학투쟁의 시대를 정통으로 겪는다.

함께 투쟁하던 동지였던 유코, 구와노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그들의 투쟁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로 돌아와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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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무려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을 더블 수상한 작품인데, 그에 걸맞게 소설 자체도 묵직하고 흥미진진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역시 소설의 매력이다.

작은 바의 알코올중독자 바텐더라는 비주류의 겉모습을 가진 시마무라는 무려 22년간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면서 살아왔고, 그렇기에 온갖 추적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건의 진상에 서서히 다가간다.

시마무라가 만나게 되는 다른 등장인물들도 겉으로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많았지만, 그들 각자의 서사를 품고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다만, 조금 의아한 부분은 있었다.

학생운동을 한 전력밖에 없는 시마무라가 어떻게 숨어 살아가기의 달인이 될 수 있었을까.

사실 시마무라가 쫓기게 된 과거 사건에서도 시마무라의 역할을 미미했고, 이런 완벽한 도망자의 스킬을 익히기에는 다른 전력들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하하.

그의 머리가 너무 좋기 때문이었을까. 하하하.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캐릭터도, 서사도 모두 좋았다.

우리나라의 80년대 모습들도 자연스레 오버랩되면서 더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우리의 80년대 모습들 역시 나는 소설이나 영화로 접했지만 말이다.)

 

특히나 시마무라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참으로 인간적이고 인간적이다.

힘들었을 청춘을 뒤로 하고 여전히 사회의 비주류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렇기에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질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리라.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진중하면서도 공감가는 사회의 모습 혹은 우리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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