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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평점 :

나쁜 토끼
와카타케 나나미 / 내친구의서재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그녀를 알게 된 건 <녹슨 도르래>를 통해서였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불운하긴 하다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나쁜 토끼》를 통해 왜 하무라가 '불운한 탐정'이라 불리는지 제대로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탐정은 남들이 흔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에서도 헛점을 찾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불운할 수밖에 없는 걸까 라는 생각도 조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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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의 하무라 아키라는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의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그녀는 가출한 열일곱 살 여고생 '다이라 미치루'를 집으로 데리고 와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한 그 일로 인해 그녀는 옆구리에 칼이 찔리고 발등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는다.
그렇게 가출한 여고생을 데려오는 걸로 끝난 줄 알았던 그 일을 계기로 하무라는 그 여고생의 친구인 다른 여고생 '다키자와 미와'를 찾아내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하무라는 미와의 흔적을 찾으며 미치루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미치루와 미와의 친구였던 '야나세 아야코'가 목이 졸려 살해된 채 공원에서 발견되고 용의자가 특정되지만 하무라는 그가 미와의 실종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고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조사를 진행할수록 미와 외에 또다른 여학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라진 소녀, 그리고 사라진 미와, 아야코, 미치루... 그녀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하무라는 진실을 밝혀내고 그녀들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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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가출 여고생 미치루를 데려오는 걸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가 마지막의 경악할 만한 끔찍한 결론으로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제목인 '나쁜 토끼'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결론에서 '나쁜 토끼'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잠시동안 멍하니 있었을 정도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누군가가 "넌 착한 토끼구나"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소름이 쫘악 끼쳐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을 정도였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까지 할 수가 있는지 사실 너무 끔찍하고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세상은 이해가 안 가는 일들로 가득하고, 그런 짐승같은 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다.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인간들이 등장하는데, 미치루와 미와가 관련된 사건의 인간들만 끔찍한 것은 아니었다.
하무라가 처음 미치루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에서 '세라'라는 아주 무식한(?) 인물이 나온다. 또 하무라의 친구 미노리와 관련해서 '우시지마 준타'라는 약간 맛간(?) 인물도 나오는데, 이 두 사람도 정말 끔찍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더 끔찍한 건 이런 인간이라도 자기 자식이라고 무조건 오냐오냐하며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부모들이었다.
잘못된 행동을 해도 오히려 상대방을 힐난하고 큰소리를 치니, 그 자식들은 자신의 행동이 못돼먹은 행동이라는 걸,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여전히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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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는 하무라에게 불운은 계속된다.
죽을 뻔한 고비도 넘기게 되지만 그녀는 약해지거나 스러지지 않기 위해 바득바득 애를 쓴다.
자신의 속내를 밝히지 않는 외로운 탐정, 그러나 누구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고 함부로 누군가를 동정하거나 위로하지도 않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은 <녹슨 도르래>밖에 못 읽었는데, 이제 나머지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하무라 아키라의 불행은 어디까지인지, 그럼에도 그녀는 그 불운을 겪어내며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궁금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