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른 차원에 있는 또 하나의 지구에 넘어가게 된 브랜든은 그 곳에는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말하는 올미어를 만나게 된다.
올미어가 속한 종족은 모든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몰두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계승'을 통해 소멸됨과 동시에 다시 태어난다.
사실 원래의 지구에서도 브랜든은 외롭게 생활했었기에 처음엔 이 곳에서 정착할 생각도 했었지만, 올미어가 속한 종족에게 자신은 사람이 아니고 한낱 벌레와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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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에는 스스로를 '사람'이라 말하는 3개의 종족이 등장하는데, 브랜든이 속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 올미어가 속한 종족, 그리고 사람의 형태와 비슷하면서도 동물에 더 가깝게 생긴 '라키모아'라는 종족이다.
올미어가 사는 세계에서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브랜든이었지만, 라키모아가 사는 곳에서 그는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받는다.
브랜든은 여전히 브랜든일 뿐이었지만, 그가 속한 세계가 어디인지에 따라 그에 대한 정의는 달라지고 대우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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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쉽지 않은 웹툰이었다.
웹툰이라는 표현 방식을 걷어낸다면 마치 많은 생각과 고민을 요하는 깊이있는 철학서처럼 느껴져서, 읽으면서도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굳이 우리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거나 노력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나에게 갑자기 "네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 봐"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부터 고민하게 될까, 아니면 나는 이런 능력도 있다라며 나의 특별함의 증명하려 할까.
하지만 그런 내 방식과 생각이 다른 차원의 올미어에게 과연 통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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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몬 작가의 '사람 3부작'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돼지 데이빗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이빗>, 마지막 인류 에리타와 그를 지키는 인공지능 김가온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하는 <에리타>, 그리고 이번에 읽은 《브랜든》이다.
아직 기존의 두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모두 쉽지 않은 질문과 숙제를 내어 주는 듯 하다.
브랜든의 후회와 죄책감, 그로 인한 선택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마음인 걸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저 그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을 잊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살아갔더라면, 그 곳에서는 자신만이 '사람'이고 특별한 존재였다며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원래의 세상에서 생각과 고민없이 그냥 살아갔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사람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특별한 존재도 아니었던 브랜든은 결국에는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은 듯 하다.
적어도 그가 제일 가까웠다고 생각되는 올미어(그의 계승자도 포함해서)와 라키모아 족의 오리만과 메리아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말이다.
우선은 책을 덮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더 읽어보려고 한다.
브랜든을 포함한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