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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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팀 마셜 / 푸른숲

 

 

 

그 천 조각이 그 나라의 화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이 모든 것이 그 천 조각의 형태와 색깔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각가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지라도, 그 깃발에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 <깃발의 세계사>, 12쪽

 

 

 

 

태극기를 보면 무언가 가슴에 벅찬 감정이 솟아오른다.

보통은 큰 감정을 느끼지는 않지만, 현재와 같은 올림픽 시즌이라든지 다른 나라와의 운동 시합이라든지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단어로 묶이는 순간 태극기는 열띤 감정과 애정이 깃든 하나의 상징이 되어 우리의 마음에 벅찬 감정을 만들어낸다.

또 생각해 보면,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매월 혹은 격월에 이루어지는 행사의 식순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가 꼭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듯 국기라는 이 깃발은 한 나라의 강력한 상징으로 여겨져 여러 의미를 품으며 우리의 곁에 머물러 있다.

 

이런 깃발과 관련한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지리의 힘>으로 유명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셜'이 이번엔 깃발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우리가 깃발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각 나라의 '국기'를 비롯해서 올림픽, 유엔의 깃발까지 다양한 깃발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한다.

 

183년 동안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미국의 50개 주를 상징하는 50개의 별이 그려진)이 된 성조기를 시작으로, 영국의 유니언잭, 유럽의 깃발들과 아라비아의 깃발, 테러 단체들이 내건 공포의 깃발, 아시아 국가들의 깃발, 아프리카 나라들의 갓발,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깃발 등에 담긴 상징성, 의미, 변화의 과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사실 그전까지 국기에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지나간 적이 많았는데, 책을 통해 보니 색만 다르고 비슷한 모양으로 이루어진 북유럽 국가들의 국기나 아라비아 국가들의 국기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다가왔달까.

물론 저자는 태극기에 대해서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IS 등 테러단체들의 깃발 이야기가 담긴 '공포의 깃발' 부분도 흥미진진했다.

책의 중간 즈음에 국기 사진이 있어 그것들을 보면서 설명을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테러 단체들은 깃발을 통해 단체의 상징을 드러내며 전세계에 자신들을 알리고 잠재적 지지자를 늘려나간다.

IS 깃발에 적힌 아랍어는 "무함마드는 신의 사자다(원 안)", "하느님 외의 신은 없다(원 위)"로 이슬람의 신앙고백인 샤하다가 된다고 한다. 이 샤하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에도 적혀 있다고 하는데, 검은 바탕에 샤하다를 적은 형태는 이슬람 전체의 상징이라서 반드시 테러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면 안 되지만, 이것을 테러의 상징처럼 만들어버렸다는 점이 IS의 교활한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러 회원국의 단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군사동맹 나토의 깃발은 어느 나라 국기를 어떻게 표기하고, 어느 자리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해 회원국들의 자리 싸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단합을 상징하는 깃발을 내걸었음에도 오랫동안 불화가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참,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성적소수자를 의미)를 나타내는 무지개깃발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깃발을 통해서 단순히 과거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까지도 짚어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강력한 상징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여러 다양한 깃발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세계사뿐만 아니라 여전히 진행중인 국제 문제에 대한 이슈도 들어있어 더 기억에 남는 책이었던 듯 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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