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처음 <거꾸로 소크라테스>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소설인지도 몰랐고, 더군다나 작가가 '이사카 고타로'인 줄도 몰랐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이 올해 꽤 많이 읽혀졌고, '소크라테스'라는 고유명사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에세이나 철학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사카 고타로'라면 모든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전까지 굵직한 미스터리나 스릴러, 혹은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뤄왔던 그였기에, 이번 소설의 제목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고 기대가 되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총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각 단편의 화자가 어린아이 혹은 학생이라는 것, 각 단편의 제목에 적힌 '거꾸로', '않다', '비', '언(un)' 등의 부정적 단어들이 소설 속 선입관을 뒤집는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소설 속에는 실로 다양한 선입관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아이들의 겉모습이나 성적 등으로 선입관을 가진 채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도 있고, 왕따를 당해 전학 온 아이에게 은근히 군림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아이도 있다. 끝물 호리병박처럼 미덥지 못해 보였던 교사도 있고, 늘 낡은 옷을 입고 다녀 가난한 집으로 오해받는 아이도 있었다.
엄격한 지도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교사도 있고, 반대로 아이의 도전과 노력을 격려하는 교사도 있다.
역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인만큼 가독성은 물론이고, 읽고 난 후 생각해 볼 지점들도 있어 좋았다.
각 단편들은 재미있고 가볍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참 전에 어른의 나이가 된 나, 나도 누군가를 대할 때 선입견을 갖고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나의 행동으로 모든 것을 단정지어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섣부른 이해 혹은 오해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어떤 선입관으로 인해 무심코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눈은 정말로 순수하고 솔직하다.
어른들의 독단적인 선입관을 그대로 배워버린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개선하기 위해 변하려는 아이들도 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 속 안자이의 말처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하라고 하는 이런 세상이지만, 당당히 '노'라고 말하며 기존의 선입관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멋진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